“수억 헌금 어디 썼나요”… 교회 재정, 신뢰부터 샌다

손동준,장창일,박효진 2026. 5.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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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3)- 재정(Finance)
<2>교회 재정 리빌딩
헌금 감소와 고정비 증가로 교회 재정난이 커지는 가운데, 교회 안팎에서는 관성적 지출을 줄이고 목적헌금과 결산 보고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재정 자료를 놓고 회의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장인 A장로는 수년 전 서울의 한 교회에 수억원을 헌금했다. 그러나 이후 “잘 받았다”거나 “어디에 사용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는 “그 뒤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학병원처럼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만 골라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B교회 창립 기념 기금에 500만원을 헌금한 C권사도 아무런 답이 없어 은행까지 찾아가 입금 여부를 확인했다. C권사는 “‘헌금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라도 보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헌금 감소와 고정비 증가로 교회 재정난이 커지는 시대, 교회가 막아야 할 것은 단순한 낭비만이 아니다.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지출, 목적이 흐려진 헌금, 특정인에게 집중된 권한, 설명 없이 집행되는 예산도 모두 교회 재정의 ‘누수’다. 새는 돈을 막는다는 것은 예산을 덜 쓰는 차원을 넘어 성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재정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투명한 공개와 권한 분산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재정 집행 권한을 구조적으로 나눴다. 교회는 전년도에 편성한 예산에 대해 담임목사도 사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큰 예산 집행을 제외하면 국장 목사와 부장 장로가 전결 처리한다. 재정부장과 관리부장도 임기제로 운영한다. 건축이나 구조변경 때 외부 업체와 계약·공정을 논의할 경우 음식 제공도 받지 않는다. 작은 접대도 재정 불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헌금의 목적을 성도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식도 운영한다. ‘한셈치고’ 헌금은 커피를 마신 셈치고, 식사 한 끼를 한 셈치고 낸 돈을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2017년 양산 아파트 외벽 작업자 밧줄 절단 사건 유가족 돕기에서 시작돼 지금은 해외 선교사 위로회 등에도 쓰인다. 한 차례 1억~3억원가량 모이고 연 4~5차례 진행된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는 헌금의 사용 방향을 분명히 한 사례다. 이 교회는 통장 잔액을 100만원 이하로 유지하고, 예산의 30% 이상을 국내외 선교와 장학사업, 위기가정 지원, 취약계층 돌봄, 재난 구호 등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교회 재정을 내부에 쌓아두기보다 필요한 곳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경기도 용인 높은뜻하늘교회(한용 목사)는 교인들에게 재정을 공개한다. 매주 주보에 수입 명세를 공개하고 분기별 결산을 제직회에서 보고한다. 외부 감사와 교인 감사위원회도 운영하며 재정 투명성을 높여 왔다. 재정 상황을 일부 리더십만 아는 정보로 두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돈 100원도 목적대로
전북 군산 군산드림교회(임만호 목사)는 목적헌금 관리 원칙을 분명히 해 온 사례다. 이 교회는 2003년 지역 복지 사역을 시작한 뒤 관련 헌금을 별도로 관리했다. 홀몸 어르신과 소년소녀가장, 지역 장학금, 밑반찬·생필품 지원 등에 쓰이는 헌금이다. 임만호 목사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헌금은 20~30년 가까이 단돈 100원도 경상비로 돌린 적이 없다”며 “3차례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도 그 돈을 변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군산드림교회는 예산 항목을 세목까지 구체화했다. 임 목사는 1999년 군산드림교회 부임 당시 약 300명, 예산 2억3000만원 수준이던 교회의 예산 구조를 총무국·서무국 중심에서 예배·교제·성장·사역·증거 등 사역 중심으로 바꿨다. 그는 “가령 찬양대 예산을 1000만원으로만 잡아두면 어디에 쓰는 돈인지 흐려진다”며 “악보비, 세미나비, 교제비처럼 실제 사용처를 나눠 적어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쓰이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목적이 명기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사람이 바뀔 때 본래 목적과 다르게 변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 사용의 엄격한 공사 구분도 임 목사의 철칙이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임 목사는 사택에 별도 유선전화를 놓았다. 양가 부모와 통화하는 사적 비용을 교회 공과금으로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다. 건축 관련 업체를 소개하려는 교인이 있어도 직접 판단하지 않고 건축위원장에게 넘겼다. 담임목사의 사적 관계가 업체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오해를 막으려는 조치다.

관성 지출 끊고 본질 남기기
서울 청암교회(이정현 목사)는 관성적으로 유지되던 지출 구조를 단계적으로 손봤다. 이 목사는 2019년 부임 당시 4개였던 찬양팀을 4~5년에 걸쳐 1개로 줄였다. 유급 솔리스트 비중이 높고 교회 안팎의 자부심도 큰 부서였지만, 당회와 뜻을 모아 서서히 재조정했다. 찬양대실은 세미나실로 바꿨다. 피아노 한 대만 두면 기존 기능도 유지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 목사는 “돈이 샌다는 건 돈이 남는다는 뜻”이라며 “그 돈을 더 교회다운 곳에 사용해야 한다는 데 당회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만나교회는 2019년부터 종이 주보 제작을 중단했다. 시대 변화와 환경 문제, 실제 사용 여부를 따진 결정이었다. 당시 연 5000만원가량 절약했고, 이 비용은 교회 앱 제작에 사용했다. 교회학교 간식 예산도 아이들의 아토피와 위생 문제를 고려해 줄였다. 줄인 비용은 예배의 질을 높이는 데 썼다.

회계사인 최호윤 토브협회 이사장은 교회 재정 리빌딩을 단순 긴축으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재정이 부족할 때 교회는 ‘무엇을 줄일까’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무엇을 하라고 하시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금이 줄었다고 먼저 고정비와 행사를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교회가 돈이 있는 만큼만 일하는 조직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새는 돈을 그냥 두라는 뜻은 아니다. 최 이사장은 “교회 안에서 불필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며 “우리 교회가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공감하지 않으면 재정 문제는 분란이 된다”고 했다. 이어 “공감대가 있으면 힘들고 아파도 어떤 부분은 줄이고 가자는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교회 재정 리빌딩의 핵심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금이 줄어든 시대라고 해서 더 많이 걷는 방법만 찾을 수는 없다”며 “먼저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지출을 점검하고 목적헌금은 목적에 맞게 사용하며 재정 권한은 적절히 나누고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동준 장창일 박효진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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