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중년] 역류성 식도염 달고 산 오십대 남편, 지금은 체지방 9.7%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처럼 요망지게(야무지게), 똘망똘망하게, 유쾌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게 살아온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2월엔 내가 가진 복 타령을 해봅니다. <편집자말>
[이수정 기자]
요즘 나는 '남편 복'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젊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건, 거울 앞에 서 있던 남편의 모습이었다. 남편은 나를 안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안은 채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팔을 쓰다듬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팔 근육을 쓰다듬고 있었다.
"지금 누구랑 포옹 중이야? 나야, 당신 자신이야?"
그는 민망하게 웃으면서도 슬쩍 배에 힘을 줬다. 복부에 힘이 들어가자 근육 선이 또렷해졌다. 나는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나는 안다. 저 몸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십대가 된 남편의 급격한 신체 변화
남편의 오십대는 몸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 시절, 남편은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속이 쓰리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병명은 역류성 식도염. 약을 먹어도 쉽게 낫지 않았다. 수면 리듬이 무너지자 하루 전체가 무너졌다. 새벽에 깨면 다시 잠들지 못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출근하기 일쑤였다. 피로는 짜증이 되었고, 짜증은 때때로 말투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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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부부의 주말 아침 느긋한 건강 브런치. 우리 부부의 아침식사메뉴. 남편은 낫또까지 꼭 챙겨 먹는다. |
| ⓒ 이수정 |
조깅을 시작했고, 집에서 여러 기구로 근력 운동을 했다. 회사 헬스클럽을 다녔다. 15층 사무실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랐다. 무리한 날엔 무릎이 시큰거리고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점심은 주로 샐러드, 저녁은 오트밀과 낫또, 삶은 달걀과 닭가슴살. 술자리는 줄였다. 아침저녁으로 체중을 재며 기록했다. 성실함이 가장 큰 자산인 사람답게, 그는 몸을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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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지방률 9.7%에 도달했다. 몇년간의 노력으로 남편은 체지방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건강수치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
| ⓒ 이수정 |
배우자는 '서로의 거울'이다. 한 사람의 생활 태도는 다른 사람의 일상으로 번진다. 남편의 루틴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어느새 나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스텝퍼를 밟고, 틈틈이 스쿼트를 한다. 냉장고 속 식재료는 우리의 선택을 보여준다. 술 대신 탄산수, 과자 대신 견과류, 늦은 야식 대신 따뜻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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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부부의 거실. 요가매트와 각종 운동기구가 있는 거실풍경. 거실에서 늘 생활속의 운동을 할 수 있는 셋팅이 되어 있다. 매트, 덤벨, 스쿼트 등등. |
| ⓒ 이수정 |
젊은 시절의 배우자 복은 조건에서 찾는다. 직업, 수입, 집안, 성격. 그러나 중년의 배우자 복은 다르다.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 자기 몸을 방치하지 않는 사람. 스트레스를 술로만 풀지 않는 사람. 아프면 병원에 가는 사람. '이제 나이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지 않는 사람. 자기 삶을 책임지는 태도는 곧 배우자에 대한 책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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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노화등수가 상위 8%로 측정되었다. 건강검진에서 남편의 노화등수가 높게 측정되어 그간의 노력의 결과라고 느껴져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
| ⓒ 이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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