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박람회가 진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박은영 기자]
▲ 농성장 하늘에서 본 에어쇼 한 장면, 귀청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
ⓒ 박은영 |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하늘 위로 비행기 여러 대가 줄지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천막농성장 주변 새들이 모두 놀란 듯 일제히 푸드덕 거리며 날아올랐다. 꼬리에 무지개색을 머금고 한두리 대교 위를 몇 번이나 오가고, 하늘에 태극마크를 그리는 에어쇼가 한동안 진행되었다. 금강스포츠공원 일대에 에어쇼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려 차들이 막히기도 했다.
사람에게도 머리가 띵할 정도의 큰 소음이었는데 새들은 오죽했을까도 싶다. 오후가 되면 퇴근하듯 농성장 주변 하중도로 돌아오던 가마우지들이 오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돌아오고 있었다. 귓가에는 비행기가 고속으로 날면서 낸 소음의 잔상이 계속 남아있다.
지자체마다 에어쇼를 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나, 여기저기 다들 비행기 띄우느라 난리인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지 묻고 싶다. 출렁다리 유행할 때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출렁다리로 관광효과 내겠다고 하듯, 에어쇼도 너도나도 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탄소중립은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 단식농성 중인 최민호 세종시장 |
ⓒ 연합뉴스 |
세종시가 세종보 담수를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정원박람회 때문이다. 정원박람회 기간에 강에 물을 채워서 오리배와 수륙양용차도 탈 수 있게 해 관광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최 시장은 정원박람회와 빛 축제가 세종 미래 먹거리 창출과 상가공실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기한이 정해진 축제로 인한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게다가 세종시의회 이순열 시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추진사업 세부내역을 보면 대개 정원 디자인과 실시설계 용역비와 조직위 구성을 위한 운영비 등이고 지역 화훼농가 등에 쓰이는 예산은 없다.
축제 한 번으로, 대규모 박람회 한 번으로 지역경제가 드라마틱하게 살아나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세종보를 담수해 '죽은 금강'에서 여는 축제와 박람회는 결국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일시적 특수효과가 아니라 지역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진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축제를 디자인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관광이 주 수입원이 아닌 세종에서 축제와 대규모 박람회가 정말 상가공실도 해결하고 미래먹거리가 될지는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보인다.
▲ 미사를 드리고 있는 모습 |
ⓒ 최인섭 |
"이거 내가 챙겨가서 버릴께요."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던 세종시민 한 분이 미사에도 참여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천주교 신자냐 물으니 아니라고, 힘을 보태고 밥도 사주고 싶어 왔다고 한다. 같이 식사를 하고 나온 재활용 쓰레기를 챙겨서 가는 그 어른의 뒷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천막농성장에서 그런 뒷모습을 수없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말도 안하고 재활용품과 쓰레기들을 챙겨가 버려주는 이들도 많다.
▲ 시민들이 쌓고 있는 돌탑들 |
ⓒ 임도훈 |
귀를 기울이면 작은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바탕 비행기가 지나가고 강변을 산책하니 새소리와 벌레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지금 무슨 일이 났던거냐'고 서로 모여 조잘조잘 떠드는 것 같다. 가을이 걸음을 떼는 소리가 풀벌레 소리를 통해 들리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가만히 강을 걷는 이 조용한 시간들이 분명 그리워질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여기를 찾을 수 있게 든든한 동지들과 잘 지켜내야겠다. 금강이 흐르고 있어, 언제든 찾아와 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또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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