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그 이상의 럭셔리
전기차 등장 초기에 부각된 키워드는 ‘가성비’였다. 내연기관차보다 합리적인 유지비 덕분에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른 장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기모터로 구동해 소음이 적은 점, 부드러운 주행과 재빠른 가감속이 가능한 점, 부품이 적게 들어가 실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점. 한데 이러한 특징은 럭셔리카의 조건이기도 하다.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럭셔리 전기차를 내놓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전기차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2021년 G80 전동화 모델을 출시해 상반돼 보이던 두 개념을 성공적으로 융합한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모델이 3년 만에 부분 변경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좋아졌을까.새로운 G80 전동화 모델에서 받은 첫인상은, 섬세한 터치로 높은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헤드램프에 강렬한 불빛을 내뿜는 MLA 기술을 적용했고, 입체 패턴의 지-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된 크레스트 그릴에 전동식 충전구를 달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범퍼 디자인을 더욱 간결하고 깨끗하게 다듬고, 범퍼 하단을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으로 매끈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측면부다.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30mm 늘리면서 라인과 표면을 세심하게 재조정한 것. 롱 휠베이스로 변모하다 보면 어딘가 어색해지기 마련인데, 후드에서 트렁크까지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는 브랜드 특유의 파라볼릭 라인이 그대로 살아 있다. 두 줄 그래픽이 포인트인 디시 타입 휠, 두 줄로 마감한 크롬 윈도 몰딩 등 디테일을 G80 본연의 우아한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절제미도 돋보인다.1열에 들어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27인치 통합형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이는 제네시스의 인테리어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하이테크 감성의 콕핏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심리스 형태의 센터페시아, 암레스트 하단으로 위치를 옮긴 무드 램프 등 크고 작은 변화로 더욱 세련돼 보인다. 곳곳의 리얼 소재 가니시와 최상급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는 눈으로 보기에도, 피부에 닿는 것도 만족스럽다.2열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늘어난 휠베이스로 얻은 이득을 오롯이 뒷좌석 공간에 투자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은 물론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 에르고 모션 시트, 전동식 도어 커튼, 이지 클로즈 시스템 등 2열 탑승자를 위한 편의 사양이 가득하다. VIP석으로 쓰이는 오른쪽 뒷좌석에는 다리를 편하게 받쳐주는 레그레스트도 있다. 편한 시트 포지션을 잡고 14.6인치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영상을,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으로 음악을 즐긴다면 장거리 출장도 문제없겠다. 리어 도어 트림에는 윙 형상 디자인 요소, 다이아몬드 자수를 추가한 전용 퀼팅 디자인이 자리한다. 쇼퍼드리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2열 공간이다.
물론, 쇼퍼드리븐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수준 높은 정숙성과 승차감도 갖춰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G80 전동화 모델은 두 부분 모두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특히 정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흡음 타이어로 타이어 공명음을 줄였고, 윈드실드와 전후석 글라스에 차음 유리를 적용했으며,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의 반대 위상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해 소음을 상쇄하는 ANC-R 기술을 탑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고. 블레이드와 워셔 노즐을 일체형으로 설계해 조용히 움직이는 와이퍼에서 정숙성을 향한 제네시스의 고집이 느껴진다.승차감은 부드럽다.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진동과 충격을 착실하게 흡수하고 걸러낸다. 어지간한 과속방지턱도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비결은 한층 진보한 EV 기술의 일환인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있다. 전방 카메라로 인식한 노면 정보와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노면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서스펜션 감쇠력을 자동으로 조절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 2열 탑승자가 최대한 안락함을 느끼도록 차량 뒤쪽의 거동을 최소화하는 쇼퍼 주행 모드도 이 기술로 실현한다. 코너링 역시 안정적인데, 각 바퀴의 토크를 최적으로 분배하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이 있어서다. 회전 반경을 줄여 U턴 등 일상적 주행 상황에서 빛나는 능동형 후륜 조향의 존재도 든든하다. 무엇보다 기존 모델보다 중량이 늘어났는데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75km로 늘었다. 이 정도면 충전 걱정 없이 어디든 갈 만하다.G80 전동화 모델은 제네시스의 전동화 플래그십 세단이다. ‘플래그십’이라는 단어가 온당하게 느껴지려면 물리적 공간부터 주행 성능, 감성적 경험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가치를 선사해야 한다. 동력원이 다를지라도 G80 전동화 모델은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가치를 품고 있다. 전기차도 럭셔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제네시스가, 이 차가 준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사진 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