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조명받게 된 번역가들[Allie의 영어로 먹고사는 이야기]

번역가가 바라본 한강 작가

한강 작가의 샤라웃(Shoutout)
“제 작품을 번역해 주신 분이 전 세계 5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지만 함께 있습니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습니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간담회장.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 중 전 세계 번역가들을 향한 치하, 샤라웃에 뭉클함이 타오르듯 올라와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10월 이후 영어 번역을 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가 조명되었다.

거의 대부분 노벨 문학상과 한강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역사적인 사건과도 같은 소식에 기뻐했고, 축하의 열기는 축제와도 같이 뜨거웠다.

소년이 온다 한글판과 영문판(본인 소유, 직접 촬영)

작가로서 가장 영예롭고, 자신을 갈아 넣었던 순간들에 설령 도취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해받을 만한 순간에 한강 작가는 데보라 스미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보이지 않고 주목받지 않는 번역가들에게 까지 마음을 전한 것이다.

10월의 가을 햇살을 찬란하게 반사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노벨문학상 소식을 들었던 그 잊지 못할 순간만큼, 또 한 번의 감동에 울컥했다.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한강작가 캐리커처(출처:THE NOBEL PRIZE)

‘이 언니 정말,,,,,, 어쩜 이래’

이러한 섬세함과 인간의 심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녀 작품의 본질이지 않을까. 그 지점에서 연결되는 시적인 표현에 독자의 마음은 동요되고, 쿵쾅거리다가 여러 가지 정할 수 없는 마음들로 그녀의 문장과 마음을 간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저 대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벽한 성능을 뽑아내며 일하며 최대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번역가의 역할이 조금은 서러웠는지, 한강 작가의 짧은 몇 마디에 나는 이렇게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수상의 이유를 사유한다.

번역은 그냥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번역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인공지능 번역이 몇 초 만에 그럴듯해 보이는 번역을 완성해 주는 요즘이다. 간결하고, 쉬운 매뉴얼이나 설명들은 가능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매락, 개념, 상관관계에 따라 번역 결과물은 본연의 의미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법령과 계약서를 번역할 때는 사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IT회사에서는 개발자와 아침마다 회의를 하며 최대한 문서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번역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소통했다.

간혹, 본인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원문 작성자와 소통 후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지식을 상세히 설명하는 유튜브나 문서를 찾아 공부를 했다.

영어로 소통가능한 한강 작가

한강 작가는 영어를 구사한다.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도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읽는 형색이었지만) 영어로 했고, 그 이전의 외신 매체와도 (적힌 대본 없이)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이티브의 발음은 아니지만 그녀의 영어는 무심한 듯 하지만, 쉬운 표현들로 그녀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데 충분했다. 유려하지는 않아도, 그녀를 표현하기에 충분했고, 시적이라고 느껴졌다. 이번의 수상 소감은 실로 시 낭독처럼 들렸다.

이는 번역가와 소통하며, 번역가에게 자신과도 같은 작품 속 맥락과 의도를 이해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통역과 번역의 장르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시와 코미디이다. 그 이유는 면밀히 따지자면 이유가 다를 수 있지만, 응축된 단어 안에 담겨있는 시대적 감각과 원작자의 의중이 맥락에 맞게 표현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강 작가와 번역가 스미스(출처: Korea JoongAng Daily)

작가가 의도를 깊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표현하고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의뢰인과 번역가 모두가 만족하는 번역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질문하지 않는 번역가는 제대로 번역하지 않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한강 작가의 영어능력은 무릎을 딱 치는 보물과 같은 표현을 같이 찾아,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작가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나 스미스는 2010년 처음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해 2013년 <채식주의자>를 번역하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그녀의 드러나지 않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번역가가 번역가를 찬양하기는 민망하기도 해서, 번역가의 입장에서 의뢰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위주로 한다). 그럼에도 한국어 말하기 능력이 문학적인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눌 정도는 아니었을 테다. 한강 작가의 영어도 분명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번역가와 소통하는 한강 작가

한강 작가와 스미스는 2016년 <채식주의자> 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했다. 그때에도 한강작가는 스미스에게 감사를 수상소감에서 감사를 전했고, 스미스는 눈물을 닦았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가 같이 공동 수상한다.

수상 후 대산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계간지 ‘대산문화’ 여름호에 실린 스미스의 번역후기 ‘자극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질문하고’에서 둘의 소통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폴란드어 번역가처럼 ‘오월의 신부’를 ‘산타 마리아’로 번역하면 어떻겠느냐고, 영국 독자들도 이 표현을 납득하겠느냐고 물었다. 결국 우리는.... 이어서 우리는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해 봤다
‘surely the dream isn’t all there is?’ 하고 영혜에게 말하는 대목에서 (한강) 작가는 인혜의 확신 없는 머뭇거림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고, 이에 나는 영어의 ‘surely’란 단어가 어째서 확신을 의미하기보다는 오히려 화자가 스스로를 설득하고자 노력하는 인상을 주기 마련인지 설명해야 했다.
데보라 스미스(출처: The Booker Prize)

한강 작가가 영국 독자들이 납득하겠냐고 물었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더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작품을 이해해 주며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우리’는 같이 생각했다는 스미스의 말에서 둘의 작업과정이 영화처럼 그려졌다.

‘surely’ 사용에 대한 우려와 그 우려를 없애주기 위한 원어민 번역가의 설명. 번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름다운 소통의 현장이다. 힘이 들겠지만 역사이자 예술인 작품의 번역과정 또한 예술적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는 서로 간에 이해와 정성이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게 빛을 발하는 번역가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덕분에 노벨상 수상 뒤의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사로, 인터뷰로 다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다리였던 번역가가 이렇게나 조명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책 표지 위의 작가 이름 아래에 작게 적혀있는 번역가. 번역가 자신 말고는 크게 관심을 갖지도, 읽히지도 않는 이름. 허나 번역이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읽기 불편하면 그때부터 독자의 관심을 끌고 욕을 먹어 마땅한 존재로 여겨졌다.

번역가들에게 존재를 부여해준 한강 작

그런 번역가들이 모든 문장마다 함께 있다고 말해준 한강작가의 담담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에 감사했고 감동했다. 나는 한강작가의 팬이 아니었다. 한강작가만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탈만한 탁월한 작가라고도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이전부터 지속되었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대산문화재단에서 스미스에게 출판자금 지원, 한국의 시장성을 보고 한국 문학을 전공한 번역가 스미스와의 만남, 그 이외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나고 맞물려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같이 작업하지 않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번역가들을 존재하게 만들어준 한강작가를 추앙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글과 진심과 태도에 팬이 되고 말았다.

이번을 계기로 많은 한국의 문학작품이, 한국 작가들이 알려지길 진심으로 염원한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번역이라는 채식주의자를 울면서 번역했다는 한국인 스페인어 버전 번역가의 고통과 노고 서린 과정도, 번역가도 독자들의 마음에 존재하기를 바란다.


글쓴이 : ‘통역사로 먹고살기’를 출간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세상과 세상, 언어와 언어사이의 소통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전 세계와 소통하며 그로 인해 확장된 경험과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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