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고작 5천 명 봤는데 넷플릭스 공개되자마자 2위에 오른 한국 영화

<고당도>

극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뜻밖의 반전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겨울 극장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 <고당도>가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2위에 오르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상업 영화들 사이에서 존재감조차 미미했던 작품이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을 시작한 것이다.

<고당도>는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 당시 관객 5300여 명에 그치며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다. 개봉 초반부터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았고, 독립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대중적 관심을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개봉 3개월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공개 하루 만에 상위권에 진입하며 OTT 차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작품을 뒤늦게 접한 시청자들의 입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고당도>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모인 가족들이 벌이는 ‘가짜 장례식 소동’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홀로 돌보던 간호사 선영(강말금)에게 아버지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소식을 듣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도망 다니던 남동생 일회(봉태규)와 그의 가족이 병원을 찾는다.

문제는 이 가족 모두가 각자의 현실적인 고민에 짓눌려 있다는 점이다. 선영은 오랜 간병으로 지쳐 있고, 일회는 빚에 쫓겨 도망 다니는 처지다. 여기에 일회의 아들 동호는 의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일회의 아내 효연(장리우)이 미리 작성해 두었던 부고 문자를 실수로 지인들에게 보내버리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특히 그 문자 한 통이 부유한 친척인 금순 고모에게 전달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거 장례식에서 거액의 부의금을 냈던 고모를 떠올린 가족들은 결국 조카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아직 살아 있는 아버지의 빈소를 차리고 부의금을 받으려는 계획은 그 자체로 블랙 코미디의 출발점이 된다.

영화 속에서 이 가족이 치르는 가짜 장례식은 무려 세 번이나 이어진다.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소동극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겹쳐지면서 점차 긴장감과 감정의 무게가 더해진다. 돈 때문에 서로 등을 지고 살아온 가족이지만 결국은 서로를 완전히 놓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연출을 맡은 권용재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고당도>를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의 모순과 애증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제목 역시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부고의 ‘고’’와 ‘도달하다의 ‘당도’’를 결합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미를 담는 동시에, ‘고향에 도달한 가족’이라는 상징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작품의 강점으로 꼽힌다. 강말금은 냉정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품은 간호사 선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봉태규는 빚에 쫓기는 남동생 일회 역으로 1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현실적인 남매 호흡은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장리우와 정순범이 가족 소동극의 균형을 맞추며 극의 리듬을 살린다.

이 작품이 극장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독립영화 특성상 대규모 마케팅과 상영관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OTT 플랫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알고리즘을 통해 작품이 빠르게 노출되면서 가족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이처럼 극장에서 묻혔던 작품이 OTT에서 재조명되는 사례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상영관 경쟁에서 밀렸던 영화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며 ‘역주행’하는 흐름이다. 관객 평점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 7점대를 기록하며 극장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이어졌다. 가족의 애증과 현실적인 경제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장에서 5000명 남짓의 관객만 만났던 <고당도>.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후 다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관객층과 만나고 있다. OTT에서 시작된 이 역주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고당도
감독
출연
권용재,허규범,권용재,손연지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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