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인도" .. 인플레 선제 대응 "브라질"
글로벌 주식 시장에 악재가 이어진다. 미국·중국 갈등 심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제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세계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연준은 9월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6월과 7월에 이어 9월까지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주요 국가 증시는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올 들어 9월 21일까지 S&P500지수는 20.99%, 코스피지수는 21.47% 하락했다. 이처럼 글로벌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펀드가 발군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관심을 모은다.
▶인도 펀드, 올 들어 수익률 10.3%
▷북미, 유럽 등 선진국 펀드는 마이너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인도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 10.3%를 기록했다(9월 19일 기준). 같은 기간 북미(-17.08%), 유럽(-13.84%), 일본(-4.43%)을 비롯한 선진국 펀드가 부진한 것과 대비된다.
개별 펀드를 보면 평균 수익률보다 빼어난 성과를 낸 상품이 많다. 인도 펀드·ETF 중에는 ‘인도니프티50 레버리지’가 선전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1.81%다. 인도니프티50지수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구하는 ETF다. 니프티50지수는 인도에 상장된 대형주로 구성됐다. 이 상품은 장기 성과도 돋보인다. 2년간 투자자에게 152.39%의 수익을 안겼다.
‘미래에셋연금인디아인프라’와 ‘IBK인디아인프라’도 성과가 좋았다. 연초 이후 각각 수익률 18.42%, 15.72%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연금인디아인프라는 이름 그대로 인도 인프라 관련 주식을 주로 담는 연금 펀드다. 8월 21일 기준 건설,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라센&투브로와 인도 최대 항만운영업체 아다니항구&경제특구 등이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이다. IBK인디아인프라 역시 자산의 60% 이상을 인도에 기반을 뒀거나 인도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인프라 종목을 편입한다.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삼성인도중소형FOCUS’는 최근 2년간 100%가 넘는 수익을 내며 장기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인도에서는 주요 경제 주체가 낮은 부채비율을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방에 따른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정부 제조업 육성 정책과 투자 사이클이 맞물려 경기 선순환이 예상된다. 이런 호재가 반영되며 증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인도 증시가 순항할 것으로 내다본다. 장현준 팀장은 “중국 시장 부진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세로 전환하고 있어 향후 긍정적인 시장 흐름이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더불어 올해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가 7.4%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경제성장률(3.2%)은 물론 신흥국(3.6%) 성장률 전망치를 훌쩍 넘어선다. 인구 14억명이 지탱하는 튼튼한 내수 시장과 물가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이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각광받는다는 것도 투자자가 반길 만한 사안이다.
▶브라질, 지난해 3월 금리 인상 시작
▷비교적 빠르게 물가 안정
브라질 펀드 역시 올 들어 수익률 18.1%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별 펀드 성과를 들여다보면 ‘한화브라질’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8.21%다. 브라질 소재 회사를 주로 담는 JPMF-브라질주식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이다. ‘멀티에셋삼바브라질’과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도 올 들어 수익률이 각각 28.01%, 25.08%로 높다.
브라질은 원유값, 곡물값 상승세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3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초기에는 기준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면서 성장에 부담이 됐다. 그러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은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졌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한 것도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이에 소비 활동 부담이 완화됐고 긴축 통화 정책 사이클 종료가 예상되자 성장률 전망치는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제시하는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0.4%에서 2.7%까지 뛰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브라질 주식 시장에서 비중이 큰 은행주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장수현 한화자산운용 해외주식전략운용팀 매니저는 “2분기까지 예금보다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예대마진 등 핵심 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장수현 매니저는 “유가는 고점 대비 꺾였으나 곡물 가격은 아직까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브라질 국립 지정학통계연구소(IBGE)는 8월 말 브라질 실업률이 올해 5월부터 7월 9.1%를 기록해 2015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후보로 경쟁 중이다. 양측 모두 포퓰리즘 대결을 펼치고 있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도네시아 펀드도 돋보이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KINDEX 인도네시아MSCI’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인도네시아 포커스’가 각각 올 들어 수익률 26.38%, 23.87%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소로 언급된다. 인도네시아에는 천연가스, 원유, 니켈, 팜유, 고무 등이 풍부하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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