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주 일제히 패닉셀…하룻밤 새 2026조원 증발

한명오 2026. 6. 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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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중개인이 차트를 보며 턱을 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5일(현지시간) 일제히 곤두박질치며 단 하루 만에 약 1조3000억 달러(약 2026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브로드컴의 AI 칩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데다, 강력한 고용지표가 쏘아 올린 금리 인상 공포까지 겹치면서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주요 종목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핵심 반도체 30개 종목을 모아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무려 10.3%나 폭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이다.

반도체 업종 전반을 덮친 매도 폭탄은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이번 주 공개된 브로드컴의 분기 실적에서 맞춤형 AI 칩 부문 성장이 지나치게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주식 차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약 6% 하락하며 하루 새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 이상 날아갔고, 마이크론은 13%나 폭락해 시총 150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최근 랠리를 주도하던 마벨 테크놀로지와 AMD 역시 각각 17%, 11%의 뼈아픈 하락률을 기록했다. 진원지인 브로드컴도 8% 가까이 밀리며 최근 이틀간 누적 낙폭이 20%에 육박했다.

여기에 거시경제 지표도 발목을 잡았다. 이날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8만명 증가)를 두 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고용 시장이 예상외의 탄탄한 회복력을 보이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를 오히려 인상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며 투심 위축을 부채질했다.

스페이스X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아울러 로이터는 이번 급락장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점에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했다. 스페이스X 상장 시 예상 기업가치가 1조7500억 달러(약 27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기술주 전반의 고평가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데니스 딕 트리플D트레이딩 트레이더는 이날의 패닉 장세를 두고 “그동안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무작정 매수했지만, 그런 전략은 오늘 끝났다”고 강하게 평가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주식 중개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그간의 단기 과열을 식히는 건전한 조정 장세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권오성 웰스파고 수석 주식전략가는 “반도체 업종은 지나치게 과매수된 상태였다”면서 “현재의 매도세가 반도체 강세장의 끝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역사적인 폭락장 속에서도 올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73%나 오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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