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과 과당 비슷해 보여도… 몸속에 들어오면 ‘더 나쁜 것’ 있다

이슬비 기자 2024. 10.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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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처럼 대사되는 과당, 주의해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포도당'과 '과당'은 단맛의 대명사다. 두 분자가 결합해 단맛을 내는 모든 식품에 들어가는 '설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두 분자는 닮은 듯 매우 다르다. 둘 다 'C6H12O6'로 화학식이 같다. 배열만 다르다. 포도당은 탄소 여섯 개가 고리를 이루는 육탄당이고, 과당은 탄소 다섯 개로 이뤄진 오탄당이다. 이 작은 차이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큰 차이로 이어진다. 달달하고 설탕을 이루는 두 분자다 보니 '몸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하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과당이 더 나쁘다. 과당은 몸에서 알코올과 비슷하게 대사된다.

◇과당은 엑스맨? 간 혹사·중성 지방 증가·식욕 증가
설탕 등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장에서 과당·포도당·갈락토스 등 단당류 형태로 분해돼 흡수된다. 어떤 탄수화물을 먹어도 우리 몸이 대사 과정에서 실제 활용하는 분자는 이 단당류들이다. 소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된 과당, 포도당은 간을 통과하는 혈관인 간문맥을 지나간다. 이때 포도당은 20%만 간에 흡수되고, 과당은 대부분 모두 간에 흡수된다.

포도당은 효율적인 연료처럼 활용된다. 간에 흡수된 포도당은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혹여 포도당이 부족할 때 분해해 사용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포도당은 근육 등 전신 세포로 이동해 에너지를 낸다.

반면 과당의 대사 과정을 보면, 당장 활용되는 연료로 보긴 어렵다. 간에 흡수된 과당에는 바로 인산기(인과 산소로 이뤄진 작용기)가 붙는 작용이 일어난다. 분자 크기가 커지면서 간에 쌓이기 용이해진다. 간에는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함량이 한정돼 있는데, 과당에 인산기를 붙이면서 에너지를 사용해 다른 해독 기능이 떨어진다. 인산이 붙은 과당은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일부는 혈관을 타고 가 지방 세포에 쌓이고 나머지는 간에 남아 지방간을 유발한다. 이 지방은 염증·알레르기 반응과 자가면역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래픽=김민선
중국 톈진식품안전검사기술원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과당의 대사는 간에서 나타나는 알코올의 대사와 유사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여덟 명에게 과당과 포도당을 각 15, 35, 55g씩 매일 먹게 한 후, 대사산물 수치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과당 35, 55g을 먹었을 때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수치가 증가하는 등 면역계가 과도하게 자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도 32명의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포도당과 과당의 지방 대사 차이를 분석했는데, 과당 음료를 섭취한 그룹은 포도당 음료를 섭취한 그룹보다 내장지방·LDL 콜레스테롤·중성지방·간 내 지방·인슐린 저항성 등이 증가했다.

물론 포도당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잉여 포도당이 중성 지방으로 바뀌어, 지방세포에 쌓인다. 하지만 이땐 지방세포에서 그만 먹으라는 신호인 렙틴 호르몬을 분비하고, 작용한다. 과당은 렙틴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까지 방해한다. 포만감이 들지 않으니, 과당이 풍부한 음식을 먹은 사람은 지속해서 음식을 찾게 된다.

◇과당 많은 음식은 '즉각적인 단맛' 내
과당이 많은 음식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포도당은 쌀, 귀리 등 곡물과 감자 등 뿌리채소에 많다. 과당은 꿀, 과일, 청량음료, 시럽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주로 과당이 풍부한 음식은 포도당이 풍부한 음식보다 즉각적인 단맛이 난다. 포도당은 식품에서 흔히 녹말 형태로 구성돼 있어, 침 속 효소로 분해돼 단맛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원재료 명을 확인해, 액상 과당, 고과당콘시럽, 옥수수 시럽 등이 함유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해당 시럽들은 포도당으로 이뤄진 전분에 단 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과당을 첨가한 것이다. 절반 이상이 과당으로 구성돼 있어,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과도하게 섭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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