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파고’ 높아지자…외국인들 35조 역대급 이탈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넘어섰다. 원화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유독 약세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란 사태 이전인 2월 27일 원-달러 환율은 1439.7원이었으나 3월 31일에는 1530.1원으로 상승해(원화가치는 하락) 6.27% 절하됐다. 이는 유로(3.01%)와 파운드(2.36%)는 물론 엔화(2.50%), 대만달러(2.53%), 인도 루피(3.72%) 등 주요 아시아 통화보다 큰 절하 폭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61에서 100.44로 약 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이 1600원 수준까지 열려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경제 기초체력이 과거에 비해 탄탄해졌기 때문에 현재의 고환율이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급등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며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자유변동환율제 체제가 자리 잡고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환율이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을 지켜봤지만 구두개입성 발언은 관행적으로 신중하게 해왔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달러 유동성이 양호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을 과거처럼 금융 불안과 동일선상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환율 상승이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한 만큼,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시에는 부정적이다. ‘환율 상승→외국인 투자자 이탈’의 악순환 우려에서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4.26% 하락한 5052.4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조(兆) 단위의 순매도 행진이다. 외국인은 3월 한 달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35조1581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윌슨자산운용 펀드매니저 매튜 하우프트는 블룸버그에 “전쟁과 메모리(반도체)라는 두 가지 역풍이 동시에 불고 있어 현재 한국 주식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원래 반도체와 자동차 비중이 높았는데, 해당 업종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쏠림이 커졌다”며 “위험 관리를 위해서 (매도를 통해) 재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외국인이 한국을 비관적으로 생각해서 파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4월 배당 시즌이 환율에 부담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며 배당금이 크게 늘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상장사 배당금 지급 예정액은 38조1000억원으로, 이 중 외국인 몫이 11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배당금 본국 송환을 위한 달러 수요가 4월, 특히 후반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외국인 자금의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박유미·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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