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날까 겁나"…전기차 공포에 공공기관도 지하 충전소 중단
1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사 지하 1층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 ‘충전을 금지한다. 지상 충전소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관용차 전용 충전소 2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콘센트에서 코드를 제거했다. 일부 충전시설은 이미 철거해 주차장이 빈 상태였다. 대전시는 인천과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확산하자 지하 충전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지상 충전소를 이용하도록 조치했다.

대전을 비롯해 광주·대구 등 전국 자치단체가 지하에 설치된 충전시설을 잇달아 폐쇄하거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청사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22개 충전시설 가운데 17개 완속 충전기를 철거하고 지상에 급속 충전기 4개와 완속 9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북도 역시 이달 중으로 청사 지하에서 운영하던 19개 충전기 가운데 먼저 9개를 지상으로 옮기고 나머지 10개도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울산과 세종, 경남도 등은 이미 지상으로 이전을 마쳤다.
대전시, 지하주차장 충전시설 지상 이전
광주광역시는 지난 9일부터 본청에서 운용하는 관용 전기차 58대를 모두 지상에 주차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전기차 충전시설 39개 가운데 지하에 설치된 5기는 당분간 사용을 중단한다. 직원 개인 소유 전기차 현황도 파악, 지하 주차장 출입 금지 등 조치도 논의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자치단체는 충전소 설치 관련 조례 등도 정비, 신축 건축물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정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한 뒤 공표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서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

서울시는 신축 시설의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 기준’을 10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충전 제한과 배터리 잔량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로 진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충남도는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이미 사용 중인 전기차의 성능(주행거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자치단체와 제조사, 소비자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지하 3층→지하 1층 제한
이에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에 필요한 사항을 건의했다. 우선 지하 3층까지 설치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 1층까지로 제한할 것과 기존 충전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면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건설하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화재 예방 시스템을 갖춘 기종만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것도 건의했다.

제주도, 지하주차장 소방차 진입 여부 조사
전기차 보급률이 9%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제주도는 지하 주차장에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지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경기도 평택시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아파트 단지에 최대 6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전북도 역시 1억5400만원을 들여 40개 공동주택의 전기차 지하 충전소를 지상으로 옮기는 데 지원키로 했다.

전문가 "지상 주차장 없는 아파트 문제"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이재오 교수는 “세종과 대전 도안 등 아파트 단지는 지상에 주차공간이 전혀 없는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니라 전기자동차 안전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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