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이 뜬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사업 각광

강승태 2016. 1. 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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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펠릭스 셸버그는 유튜브에서 ‘퓨디파이(PewDiePie)’란 아이디로 유명하다. 그는 구독자 6000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로 인기 컴퓨터 게임 영상을 틀고 해설을 한다. 한 해 벌어들이는 돈만 무려 135억원. 매번 6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그의 동영상을 정기적으로 시청한다. 한국에도 퓨디파이와 같은 유튜브 스타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대도서관, 양띵, 김이브, 최군, 로이조 등 유명 크리에이터의 1년 수입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미디어 업계에서 1인 방송이 주요 콘텐츠로 부상했다. 1인 방송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소비 시장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미디어로 꼽힌다. 공중파 TV조차도 1인 방송 포맷을 수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1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크리에이터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MCN 사업이 주목받는다. 미국에서는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MCN 사업자도 등장했다. 올해 IT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O2O와 함께 MCN을 꼽는다. 1인 방송 시대를 맞아 국내외 MCN 사업의 현황과 함께 이들을 등에 업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잘 키운 창작자 1명, 열 연예인 안 부럽다

1인 방송 열풍 업고 ‘쑥쑥’ 크는 MCN사업
한국 걸음마 단계…지나친 과열 현상 우려도

#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서연 양(11)의 꿈은 1인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몰라도 대도서관, 영국남자, 씬님 등 유튜브(YouTube)에 나오는 유명 크리에이터는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매일 하교 시각 즈음 업로드되는 유튜브 채널 ‘허팝’의 영상을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창작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 양은 “그동안 궁금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실험을 허팝이 대신해주기 때문에 즐겁게 보고 있다”며 “나중에 반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과학실험 등을 직접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1인 방송 전성시대다.

10~20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은 TV가 아닌 유튜브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한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1인 방송 진행자도 인기다. 지난해 7월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13~17세)에게 인기 있는 인물 상위 10명 중 8명이 ‘유튜브 스타’로 나타났다.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열혈 팬을 보유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인기가 치솟으면서 많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잠깐용어 참조)’ 사업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MCN은 크리에이터를 직간접적으로 관리·지원해주는 기업이다. 연예계로 따지면 기획사에 가깝다. 크리에이터 혼자 영상 제작 이외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크리에이터가 MCN에 소속되면 자질구레한 일은 모두 맡긴 채 창작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대신 MCN은 크리에이터가 얻은 수입의 10~30%가량을 가져간다.

MCN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를 둘러싼 생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크리에이터와 MCN이란 용어가 등장한 배경은 바로 모바일이다. 기존 방송은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송신하는 구조였다. 연예인, 전문가 등 유명인이 출연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1~2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4세대 통신(LTE)이 등장하면서 모바일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늘었다. 유튜브에서 100만명 이상 구독자를 갖춘 크리에이터도 많아졌다.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이처럼 유튜브를 기반으로 새롭게 태어난 미디어 생태계는 크리에이터, 플랫폼(동영상 채널), MCN 기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크리에이터는 통상 방송 진행자 혹은 유튜브 스타를 의미한다. 이들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에서 게임 해설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화장하는 모습을 중계한다. 이를 통해 유튜브 광고 수익을 얻는다. 이름이 알려졌다 싶은 크리에이터는 월 10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국내 아프리카TV에서는 크리에이터를 ‘BJ’라고 부르기도 한다.

플랫폼은 크리에이터 개인 혹은 MCN 차원의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는 유튜브를 바탕으로 아프리카TV, TV캐스트, 다음TV팟 등이 있다.

MCN 뜨는 배경은

▶다수 크리에이터 출현과 함께

MCN은 크리에이터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 중 인기가 높고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묶어 관리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MCN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크리에이터는 모두 개별적으로 활동했다. 콘텐츠 기획력이 뛰어난 크리에이터가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이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MCN 사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PPL(Product PLacement)이나 해외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주고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제작에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MCN의 임무다. 국내 대표 MCN인 다이아TV(CJ E&M)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혼자만의 힘으로 콘텐츠 제작은 할 수 있겠지만, 여러 제한 사항이 많다. 글로벌 시장의 진출하는 것도 어렵다. MCN은 각종 세무, 법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초기 MCN은 수익모델이 아닌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시청자가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MCN이 관리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면서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 MCN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MCN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관련 사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스타 기업도 여럿 있으며 투자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해외 시장 현황은

▶메이커스튜디오·풀스크린 주목

지난 2014년 월트디즈니는 미국 최대 규모 MCN 사업자인 ‘메이커스튜디오’를 약 5억달러(옵션 포함 9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2009년 설립된 메이커스튜디오는 6만여개 채널을 갖고 있으며 구독자 숫자 3억명, 매달 평균 약 45억뷰를 자랑한다. 디즈니는 메이커스튜디오를 통해 디즈니 영상 콘텐츠를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풀스크린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MCN 사업자다. 구독자 1억명, 월평균 70억뷰를 자랑하는 풀스크린은 동영상 콘텐츠 질에 따라 크리에이터를 세 등급으로 나눈다. 톱 크리에이터로 분류되면 매니저 10명이 나서서 모든 업무를 도와준다. 미국 거대 통신사 AT&T는 풀스크린을 3억달러(약 3600억원)에 인수했다.

할리우드 아역 배우 출신인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어섬니스TV나 머시니마도 인기 MCN이다. 어섬니스TV는 10~20대를 겨냥한 코미디, 음악 콘텐츠를 주로 공급한다. 약 8만6000개 채널을 갖고 있으며 드림웍스가 3300만달러(약 365억원)에 인수했다.

머시니마는 10~30대에 특화된 게임, 영화, TV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으로 시청자 충성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베보, 무비클립스, 스타일홀, 버즈피드 등이 주요 글로벌 MCN 업체로 주목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마케터들은 지난해 MCN에 약 21억8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의 광고비용을 지불했다. 2014년(7억달러)과 비교해 무려 212.2%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2013년 7월 CJ E&M이 처음 MCN 개념을 도입했다. 국내 MCN 시장의 발전 과정은 미국과 다소 다르다. 미국 등은 처음 MCN 산업이 발전했을 때만 해도 동영상 플랫폼이 유튜브에 국한됐다. 최근 들어서야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튜브와 함께 ‘아프리카TV’가 자체 동영상 플랫폼을 제공해왔다. 때문에 유튜브와 아프리카TV의 경쟁구도 속에서 MCN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CJ E&M은 ‘다이아TV’를 출시하면서 MCN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다이아TV는 650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독자는 3600만명에 월평균 8억뷰를 돌파했다.

최근 떠오르는 기업 중엔 MCN만 전문으로 하는 ‘트레져헌터’가 있다. CJ E&M MCN사업팀장 소속이었던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국내 대표 크리에이터 양띵, 악어, 김이브 등과 함께 지난해 1월 트레져헌터를 만들었다. 트레져헌터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는 총 150명, 구독자는 약 1200만명에 이른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MCN 사업자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유튜브가 정식 인증한 곳은 5개 내외다. 국내 MCN 시장이 성장하면서 동영상 플랫폼만 제공했던 아프리카TV도 2014년부터 자체적으로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도 판도라TV, KBS 예띠TV, 네이버 V앱 등은 뒤늦게 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MCN 사업자의 수익모델은 유튜브 광고 배분 수익과 광고주 콘텐츠 제작을 통한 수익으로 나뉜다. 현재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와 동영상 광고 수익을 45 대 55로 배분한다. MCN 사업자는 크리에이터와 3 대 7에서 1 대 9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 만약 유튜브를 통해 1만원의 광고 수익이 들어오면 크리에이터는 5500원을 가져간 뒤, 여기에서 10~30%가량을 MCN 사업자에게 주는 형태다.

최근 국내에서는 광고주를 설득해 해당 기업 광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광고료를 얻는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라고 부른다. 이 경우, 광고주를 직접 설득해 해당 브랜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료를 지급받는다. 이 모델은 유튜브와 광고 수입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국내 MCN 업체들은 이런 형태의 거래를 점점 늘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전통 미디어에 대한 광고 집행이 많지만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이해하는 광고주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

▶수익성 확보·콘텐츠 완성도 높여야

국내 MCN 시장 규모는 대략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국내 MCN 사업자 중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기업도 CJ E&M(31위)과 트레져헌터(96위) 두 곳뿐이다.

최근 MCN 시장이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산업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해선 과제도 많다. 우선 MCN 사업자의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다. 해외 MCN 시장은 5년이 지나면서 산업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몇몇 업체는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1~2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MCN 사업에 대한 수익성 논란이 있었지만, 점차 수그러드는 추세다.

반면 국내 MCN 시장은 이제 시작하는 과정이다. 업계 1위인 CJ E&M도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무 판도라TV 그룹장은 “올해는 국내 MCN 사업자가 어떻게 수익모델을 마련하느냐가 중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생방송처럼 실시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다.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선 그만큼 뛰어난 크리에이터가 많아져야 한다. 국내 MCN 시장은 아프리카TV BJ가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촉발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크리에이터 숫자도 아직은 제한적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대략 1만명 수준. 이 중 100명 이상은 수입이 1년에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도서관, 양띵, 김이브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상위 0.1%(10명가량) 크리에이터의 연봉은 5억원을 훌쩍 넘지만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한 MCN 대표는 “피겨는 김연아, 유럽 축구는 박지성, 프로게이머는 임요환이라는 걸출한 스타에 의해 시장이 커졌다. 국내에도 몇몇 1인 방송 스타가 있긴 하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낮다. 업계를 대표할 만한 크리에이터를 키워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국내 MCN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용어*MCN(Multi Channel Network)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1인·중소 창작자의 콘텐츠 유통·판매,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자금 지원 등에 도움을 주고 콘텐츠로부터 나온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사업.

[특별취재팀 : 강승태(팀장)·류지민·서은내·나건웅·김기진 기자 / 사진 : 류준희·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42호 (2016.01.20~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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