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이색 고교 탐방] 4년제 대학 진학률 70% 한국도예고










고등학생이지만 조금은 다른 학교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입시 공부보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 바로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입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선 이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고 노력하는지 잘 알 수 없죠. 그래서 TONG이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색 고교 탐방 여섯 번째는 이천의 도예 전통을 이어가는 한국도예고입니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학교명 한국도예고 교육 목표 꿈·도전·상생으로 미래를 열어갈 전문 도예인 육성 설립연도 2002년 학교 현황 도예과 단일 전공, 학년당 3개 학급, 전교생 204명 신입생 모집 지역 전국 입시 전형
(2017학년도) 진로적성 특별전형: 1차 서류(취업희망서, 담임교사 추천서, 출결 상황 등), 2차 면접
도자조형 전형: 내신(일반교과60%, 예체능15%, 비교과활동 25%), 실기고사(도자조형), 면접, 가산점
소묘 전형: 내신(일반교과60%, 예체능15%, 비교과활동 25%), 실기고사(정물스케치), 면접, 가산점
※ 가산점은 도예 산업 경영자 또는 종사자 자녀, 도예 동아리 활동자, 관련 자격증 소지자 등에 적용
※ 전체 모집 정원의 50%는 경기도 출신자를 우선 선발 함 책이나 컴퓨터보다 흙이 더 익숙한 학생들이 있다. 학생들은 남학생 여학생 구분 없이 흙을 나르고 만지며, 뜨거운 가마 앞에서 땀을 흘린다. 도자기의 도시 이천에 있는 공립 특성화고 ‘한국도예고’(이하 도예고) 학생들이다. 한국도예고는 전통 도자를 계승해 발전시킬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국내 최초의 도예교육 전문 고등학교로서, 유네스코(UNESCO)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유관기관이다. 200여 명의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흙과 함께 살고 있다.도예를 전공한다고 하면 흔히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곳 학생들이 배우는 분야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다. 도자기에 문양을 새기고 그림을 그리는 수업, 흙의 종류와 성질 등의 이론은 기본이다. 산업 도자 수업 시간엔 가상의 회사를 세워 도자 제품을 다량 생산해 정해진 기한에 납품하는 과정을 실습해 보기도 한다. 도예고에서는 지식과 기능을 시험으로 평가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사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겨 비즈쿨(Bizcool) 동아리들의 활동을 학교가 적극 지원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봉사활동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이명관 교감은 “만드는 능력과 함께 창업 능력을 길러야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할 수 있다”고 창업 교육의 이유를 설명했다.
도예고는 특성화고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2016학년도 입시 결과 경희대 도예과 13명, 서울과학기술대 2명을 비롯해 52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한 해 졸업생의 70% 정도다. 공예의 특성상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좋은 취업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뛰어난 전공 실력으로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 아이템도, 진학 준비도, 봉사활동도 ‘도자기’도예고 학생들은 학교의 관심만큼이나 도자기 상품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플리마켓이나 예술 장터에 나가기도 하고, 지역 도자기축제에서도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작품성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도 많지만, 아이디어가 결합되는 상업적인 아이템도 많다. 학교에서 갈고 닦은 재능은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접시를 만들어 판 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할머니들과 직접 공예 수업을 하는 재능기부를 한 학생들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 한복 차림으로 도예 기법을 접목한 팔찌를 들고 나가 한국의 전통 도자 문화를 소개한 학생들도 있다. 또 다른 팀은 유기견 보호의 의미가 담긴 팔찌를 만들어 판매해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했다.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3학년 김규리 학생은 “진학에 필요한 봉사 점수는 따로 알아서 챙겨요.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만으로도 충분하고요”라면서 “(봉사는) 그저 저희가 도자기를 좋아해서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도자기로 해보려고 해요. 어떤 일을 떠올리면 저희는 ‘도자기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도자기에 접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생각하죠. 그 다음엔 상품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고요.”(권령록, 3학년)
학교는 외부에서도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매점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한 협동조합으로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판매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현재 사업 수익금은 50%를 추진한 동아리에 돌려주고, 50%를 학교에서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에 사용한다.
'3분 카레' 같은 기숙사 학교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학교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학생들은 학교 분위기를 ‘3분 카레’라고 설명했다. “무슨 말을 해도 학교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3분이면 퍼진다”는 의미다. 또 친구들과 다투고 다시 친해지는 시간의 비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항상 평화롭고 사이좋다고는 할 수 없죠. 기숙사에서 투닥거릴 때도 있고요. 그런데 계속 같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고 배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숙사에서는 그냥 가족 안에서 언니 동생들 같아요.”(김규리, 3학년)도예고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율성이다. 학생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무엇이든 학생 위주”라고 입을 모았다. 방과후수업은 학생들의 신청(7명 이상)으로 과목이 개설되고, 외부 프로젝트도 학생들의 신청에 따라 선생님이 배정된다. 생활규제도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항목이 결정된다. 학칙을 위반할 경우 판사와 검사·변호사가 모두 학생으로 구성된 자치법정을 열어 위반 횟수와 수위에 따라 처리한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휴대도 용인되는 편이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실습수업 중 작업 과정을 촬영하고, 작업에 참고할 자료를 찾는다. 이 학교에선 ‘세라믹 커플’의 약자로 통하는 'CC'도 있다. 이성교제는 가능하지만 기숙사 학교라 스킨십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선생님을 만나다 - 이명관 교감“아이들이 독립적이길 바랍니다. 스스로 홀로 서는 그 모습이 우리 학교의 멋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이명관 교감은 학교의 자율성과 학생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정신연령은 이미 대학생 수준일 것”이라며 자부심도 내비쳤다. 그는 그 배경을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실 저희 학교는 중학교 내신 중간 정도 수준이면 들어올 수 있어요. 하지만 이 학생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은 아니거든요. 자기 목표가 생기면 자율적으로 정말 열심히 합니다. 여기서 좋아하는 걸 하면서 진학까지 하려면 필요한 게 어떤 건지 스스로 알아요.”
특성화고는 본래 취업이 우선인 학교다. 그러나 도예고에서는 학생들의 70~80%가 내신 관리와 실기 연습을 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 그 외 학생들도 취업보다는 창업 위주로 준비하며, 이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은 저녁에 별도의 보충반을 운영한다. 공업 특성화고로 분류된 학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유가 있다.
“결국 학생들이 나중에 작품을 내놓고 사업을 펼치고 할 때엔 나름대로 ‘스펙’이 있어야 해요. 어느 대학에서 어떻게 활동했다는 기록이 필요한 거죠. 하나의 안정된 직업이 될 수 없다면 졸업생들도 이 전통 도예의 길을 포기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학교의 존재 가치가 무색해지는 거죠.”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도 도예고의 특징이다. 시청과 도자조합, 명장들과 협력하고 이천지역 400여 공방들과도 교류한다. ‘도자기의 도시’ 이천에 자리 잡은 장점이다. 이런 협력을 통해 학생들은 활동 지원을 받고, 학교에서 명장의 작업을 직접 보며 배운다. 이 같은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재능을 개발하고 열정을 찾는다고 이 교감은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도예고에 올 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도 내신 성적이나 미술 실력보다 면접에서 물어보는 ‘교우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학생 상담에서 저는 학생에게 두 가지를 물어봅니다. ‘미술 좋아하니’, 그리고 ‘친구와 싸우면 어떻게 화해하니’. 이 질문에 경청과 배려의 자세가 보이는 학생들에게 입학을 권하죠. 저희 학교에 ‘한국’이라는 말이 붙어서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미술을 좋아하고 잘한다면 성적은 중간이면 됩니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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