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송진형, 그렇게 축구선수는 아빠가 된다

류청 2016. 5. 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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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형, 아이를 낳고 달라진 것들

[풋볼리스트=제주] 류청 기자= "너도 애 낳아봐라."

부모님 말씀이 거짓인줄 알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가슴을 아프게 할 때마다, 부모님의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 말이다. 애 낳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 치기였다. 직접 아이를 품에 안아보니 그 말씀의 무게감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누가 그랬던가 "아이가 생기면 조건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의 차이를 느낀"다고. 인기 웹툰 송곳(최규석 작)에 나오는 대사처럼 거의 모든 게 달라졌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진다"

아빠가 된 후 애를 가진 선수들에 눈이 갔다. 특히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선수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얻으면 더 관심이 갔다. 10대에 FC서울에 입단해 뉴캐슬제츠(호주)와 투르(프랑스)를 거쳐 제주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송진형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송진형이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이라고 했을 때 한 번 놀랐고, "애 키우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을 때 다시 한 번 놀랐다. 송진형도 웃었다. "내가 서른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풋볼리스트`는 다른 곳을 보기 시작한 송진형에게 다른 질문지를 내밀었다. 아이(하은)를 얻으면서 생긴 마음가짐의 변화, 선수생활에 대한 생각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입장변화 등등.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송진형은 여전히 솔직했다. 송진형은 서는 곳이 달라지니 보이는 게 달라졌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할 이야기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주 특별한 게 아니다. 이것은 축구선수 송진형과 이 시대를 사는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이에서 갑자기 어른이 된, 이 시대 `어른이`들의 목소리다.

아래는 송진형과의 인터뷰 전문.

-다들 송진형을 어리게 보지 않나. 그런데 애 아빠라니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다들 내가 서른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애까지 있는데(웃음).

-육아는 잘 하고 있나? 아내를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다

도와주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은 잘 안 된다. 잘 못하니까(웃음). 신경 쓰고 있지만, 운동하는 게 직업이라 기껏해야 운동 끝나고 잘 놀아주고 목욕시켜주는 정도다. 사실 애를 재워보고 싶었는데 그건 잘 안되더라. (아이가) 저녁에는 엄마가 없는 상황에 예민하더라. 엄마와 떨어지면 심각한 상황이 된다(웃음). 젖먹이 어린 애들에게는 남자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답이 나오는 게 아니더라. 애 하나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운동하느라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딸이 나를 보고 웃으면 힘든 게 다 잊혀진다. `아빠 마음이라는 게 이렇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가진 선수들 인터뷰하면 `애 낳은 후에 모든 게 달라졌다`라고 하더라. 정말 그런가?

맞다. 맞다. 모든 게 달라졌다기보다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실 결혼 초기에도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와이프도 일하고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제 가정을 항상 생각하고, 선택도 신중하게 하려 한다. 예를 들어 운동 끝나고 후배나 선배와 밥을 먹고 싶더라도 집에서 와이프와 애가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배들이 왜 그랬는지 알겠다. 회식 때도 안절부절 못하고(웃음). 이제 그 마음을 이해한다.

-맞다. 결혼 안 한 친구들은 이런 상황을 `잡혀 산다`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

그런 게 아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옆에서 지켜보니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기가 쉽지 않다. 엄마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모유수유 하는 중이라 아내가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우리 애가 토를 많이 하는 유형이다. 그래서 울리지도 못한다. 컨디션 조절 때문에 시즌 때는 각방을 쓰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 얼굴을 보면 거의 녹초가 돼 있다. 내가 원래 아침을 잘 안 챙겨 먹는데,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일어나 뭐라도 챙겨주려고 하는 게 너무 짠하다.

-애 낳으면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더라

애 낳기 전에는 한 번도 내 유년 시절이 궁금하지 않았다. 아이를 얻은 후에 처음으로 어머니께 여쭤봤다. "나는 어떻게 컸느냐"고. 정말 말도 안되게 `발발 거리며` 돌아다녔다고 하더라. 힘드셨다고(웃음). 축구선수가 되려고 그랬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곁에 있는 아내에게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짜. 진짜 그렇다. 육아하면서 아내가 예민해 졌다.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다 받아주려고 한다. 안 그러면 큰일 난다(웃음). 사실 도우려고 해도 아이가 울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설거지나 다른 집안 일을 열심히 하지만 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에는 이유식 만드는데 그것도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아이 낳으면 관심사도 변하더라. 팀에서는 육아 주제로 누구와 이야기하나

(권)순형이 형하고 이야기 많이 한다. 아이 생일이 일주일 차이라 코드가 맞는다. 와이프들도 서로 친하다. 그래서 비교도 좀 당하는 편이다. 두 사람이 연락하며 `이런 일로 남편이 좀 짜증난다`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에게는 비밀로 한다(웃음). (질문: 비교 당하면 누가 더 좋은 평가를 받나?) 조금 다르다. 나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내와 함께 있었고, 순형이 형은 그때 군대에 있었다. 지금은 뭐든 해주려고 한다. 일종의 몰아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순형이 형은 떨어져 있는 시기가 있어서인지 아이가 순형이 형에게 잘 안간다(웃음). 엄마도 아니고 할머니에게 딱 붙어 있다고 한다.

-축구 이야기를 좀 해보자. 애 아빠가 되면서 축구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나

예전과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걱정, 어떻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 인지와 같은 계획도 하게 된다. 현 상황에서는 팀과 장기계약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 사실 예전에는 오로지 내가 잘하려는 생각만 했다. 이제 팀을 생각하게 된다. 팀이 좋아야 나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예전에 형들이 "팀을 먼저 생각하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젊을 때는 나만 보였는데, 이제 전체적으로 보게 된다.

-후배를 보는 마음도 바뀌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내 생각 하기에 바빴다. 후배가 안보였다. 이제 후배들이 열심히 하지 않고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아쉽다. 내가 원래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안 하는 편인데, 후배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조언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선수 생활이 길지 않다." 안타까운 모습이 보이면 선배로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역시 운동선수는 결혼을 빨리 해야 좋은 것인가?

좋은 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설)기현이 형과 같은 소속사라서 기현이 형이 영국에서 뛸 때 놀러 갔었다. 형이 현역 프리미어리거로 활약할 때 아이들이 아빠가 뛰는 것을 봤다. 아이들이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라. 웅(첫째 아들)이는 당시에도 말도 잘하고 그랬다. 그게 정말 좋아 보였다. 아이를 빨리 낳으면 아빠 경기를 볼 수 있다.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질문: 절친인 고명진에게도 추천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명진이도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명진이는 까다롭다. 쉽게 사람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마 삽십 대 중반이나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따지면 안 되는데, 명진이도 좋은 사람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축구선수는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 외국에서 일할 수 있고, 명예도 좋은 편이다

그런 부분은 좋다. 아이를 데리고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나가보니 축구를 떠나서 마음과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수 생활 마지막 2년 정도는 외국에서 뛰고 싶다. 소속사 사장에게도 이야기했다. 돈을 많이 받지 않아도 좋으니까 2년 정도 예전에 뛰었던 호주에서 뛰고 싶다고. 날씨도 좋고 아이 키울 환경도 좋다.

사진= 송진형 제공

#'풋볼리스트'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축구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엮었습니다. 아버지로, 아들로, 남편으로 그리고 축구선수의 아내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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