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이 지구 빗나갔다면.. 발상의 전복, <굿 다이노>
[오마이뉴스신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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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다이노> 개봉 성적 <굿 다이노> 포스터와 개봉성적 |
| ⓒ 신선옥 |
<굿 다이노>의 흥행 비결로는 '애국심 마케팅, 한국인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인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활약했다는 점이 한국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 성적을 단순히 애국심 마케팅의 결과로 봐서는 곤란하다. <굿 다이노>는 픽사 디즈니의 20주년 기념작이자 16번째 영화답게 그 작품성 역시 여느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손색없다. 덕분에 영화는 개봉 3주차에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역주행 탈환해냈으며, 미국의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76%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인사이드 아웃>에 골든 글로브 상은 내줬지만 후보에는 올랐다.
1.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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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다이노> 스틸컷 소년같은 공룡 '알로'와 강아지같은 '스팟' |
| ⓒ 픽사 디즈니 |
주인공 알로는 농사짓는 초식공룡 부부의 막내 아들이다. 태어나긴 가장 큰 알에서 났으나 유달리 왜소한 알로는 3남매 중 골칫거리다. 겁이 너무 많아 닭 모이 주는 것도 힘들어 하고, 힘이 약해 밭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했던 것. 큰 성취를 이룰 때마다 가족들은 발도장을 찍기로 했지만 겁쟁이 알로는 혼자만 찍지 못한다.
이를 안타까워 한 아빠 공룡은 알로에게 곳간 파수꾼을 맡긴다. 이때 인간 꼬마 스팟이 나타나고 아빠는 알로를 이끌고 스팟을 추격한다. 그러나 추격 도중 불어난 강물에 아빠와 알로는 휩쓸리고 알로 혼자 살아남는다. 간신히 눈 뜬 알로의 눈 앞에 스팟이 나타난다.
"소년과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다만 '뒤틀어서' 그리고 싶었다."
피터 손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감독은 여느 애니메이션에서 소년과 강아지가 우정을 쌓으며 성장하는 스토리에 착안했다 한다. 다만 소년을 공룡으로, 강아지를 인간 아이로 만들면 재밌겠다 생각했다고. 감독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좀더 구체시키는 과정에서 "만일 공룡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면 초식공룡은 농부가, 육식 공룡은 카우보이가 되었으리라"는 발상에까지 이르렀다. 덕분에 영화는 익숙한 설정, 익숙한 캐릭터를 살짝 비틀어 익숙하고도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이디어의 승리였다.
2. 묵직한 메타포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일까.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 <어린왕자> <몬스터 호텔2> 등 한국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만 겨냥한 게 아니다. 어른 관객까지 포용하지 않으면 영화 흥행은 불가능하다. <굿 다이노> 역시 마찬가지다. 90년대 2D, 셀 애니메이션에서나 봤을 법한 단순해 보이는 알로와 스팟이지만 영화 속 메타포는 묵직하다.
2-1. "네가 그 애의 이름을 지어줬으니, 그 애는 이제 네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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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다이노> 스틸컷 '알로'와 '우드 부시' |
| ⓒ 픽사 디즈니 |
이 대사는 '호명', 즉 이름 짓기의 의미를 시사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유명한 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호명의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름 짓기는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이름 짓기는 상대방의 정체성을 규정지을 뿐만 아니라 상대와 나 사이의 관계를 명료히 한다.
예컨대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에는 '너는 ~한 사람으로 자라거라'하는 부모님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 스승이 내린 호는 사회적 정체성과 지향성을 규정짓는다. 연인 간에 사용하는 애칭도 마찬가지다. 애칭은 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말이다. 이름 짓기는 한 집단, 혹은 한 관계에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알로가 인간 꼬마에게 '스팟'이란 이름을 지어준 것 역시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 알로가 스팟이란 이름을 줌으로써 인간 꼬마는 스팟이란 정체성으로 규정된다. "내가 꼬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엔 그는 다만 인간에 지나지 않았으나, 내가 그를 스팟이라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친구가 되었다"는 셈이다.
2-2. "나는 태풍의 눈을 본 사람이야!"
연약한 존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내 존재가 무의미할지 모른다는 허무함은 존재의 약한 마음을 갉아먹는다. 두려움과 허무함에 잡아먹히는 순간 존재는 무너져 내린다. 신 혹은 종교는 존재의 연약함을 받쳐준다.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나의 내일이 착한 신에 의해 예정돼 있다는 예정론은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위안은 살아갈 힘을 부여하기에, 연약한 존재는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적어도, 오늘을 포기하진 않는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종교에 회의적인 이유다.
영화는 종교를 다소 비판적인 시선으로 본다. 우드 부시와 익룡 3인방이 대표다. 우드 부시는 온갖 동물들을 자신의 수호신으로 만들어 지고 다니고, 익룡 3인방은 태풍을 믿는다. 태풍의 눈을 본 익룡은 제사장, 우두머리의 역할을 하며 모든 먹이들을 태풍이 내려준 것으로 인식한다. 태풍에 대한 맹신 속에 비판적 사고는 사라진다. 맹족적인 살의, 신을 내세운 자기 합리화만 남는다. 익룡 3인방은 마치 상어의 지느러미처럼 날개를 뾰족하게 세워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악덕 제사장, 맹목적인 광신도의 모습을 띤 악당이다.
3. 사실적 배경 vs 촌스러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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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다이노> 제작컷 <굿 다이노> 제작 전 스케치 |
| ⓒ 픽사 디즈니 |
"절대로 사진을 이용하지 않았다."
피터 손 감독은 단호하게 말한다. <굿 다이노> 제작진은 언론과의 인터뷰나 기자 간담회에서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2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피터 손 감독과 제작자 드니스 림, 그리고 제작진은 공룡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미국 북서쪽을 탐방했다. 아직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그곳에서 그들은 아직도 말을 타고 목축업을 하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보고 배웠다. 그곳에서 본 자연의 풍경을 유화로 제작했다.
유화는 영화가 어떤 분위기와 색감으로 만들어질지 결정하는 참고본이 된다. 그리고 감독은 산과 들판, 강의 반경 500km를 실제 지리도로 만들어 지형을 구현하고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위, 풀, 나무, 강 등을 얹는다. 자연을 참고하되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제같은 자연을 구현해낸 것이다. 감독이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감독 본인이 직접 보고 느낀, 때로는 두렵기도 한 자연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의도가 생생히 느껴진다.
<굿 다이노>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로 진행되는 성장 이야기이자 로드무비다. 알로의 출생, 위기, 가족과의 분리, 멘토와의 만남, 성장, 위기 극복의 구조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성장 영화임에도 결코 촌스럽지 않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두려운 모습을 알로의 여정에 녹여냄으로써 알로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관객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든다.
보여주는 영화, 공감시키는 영화, 그렇기에 <굿 다이노>엔 대사도 적다. 이는 감독의 성장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미국으로 이민 와 영어가 서툴었던 감독의 모친은 영화광임에도 영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모친이 운 영화가 있다, 바로 <덤보>다"라며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뛰어든 이유, 영화에 대사가 적은 이유를 밝힌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공룡과 함께 살았으리라고 한 번쯤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굿 다이노>는 '필견 애니메이션'이라 할 만 하다.

| ▲ <굿 다이노> 스틸컷 알로와 스팟 |
| ⓒ 픽사 디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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