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들어와" 난 여자화장실에 간다
[오마이뉴스 글:이훈희, 편집: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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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별 구분이 확실한 공중화장실 |
| ⓒ 이훈희 |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 큰딸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외치는 소리다. 필자는 남자다. 그런데 여자화장실에 종종 들어간다. 오해 마시라. 여자화장실을 엿보려고 들어가는 변태가 아니다. 남자화장실에 줄이 길어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있을 땐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주말에 딸들과 놀러 다니다 화장실을 가야 할 땐 여자화장실에 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저렇게 망을 봐주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같이 들어가 아이 일 보는 걸 도와준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는 남자화장실엘 데려가도 괜찮았는데 큰 아이가 대여섯 살이 되면서 남자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
여자화장실에 출입하게 된 것이 벌써 3년은 된 것 같다. 화장실 앞에 남자가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보시는 여성분들도 있었다. 또 아이를 화장실에 먼저 들여보내 놓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괜찮으시다며 들어와서 아이가 일 볼 수 있게 해 주라는 여성분들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다른 여성들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을 땐 들킬까 봐 마음을 졸인 적도 있다. 남녀 구분이 확실하게 된 화장실이 이렇게 날 불편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혼자인 남자로서 살아갈 땐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미국의 성 중립 화장실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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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표식 |
| ⓒ flickr |
연사는 성전환자로서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이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일부 주와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태어날 때 성별에 맞게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려는 법안과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반은 "대체 누가, 어떻게 이 법률을 시행할까요? 아랫도리를 확인할까요? 공용수영장 탈의실 앞에서 성기를 확인할까요?"라고 말하며 이런 법안의 실효성과 비인격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전환자들은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연사는 이분법적 성 구분에 깔끔하게 들어맞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공중화장실을 1인용 칸막이가 있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로 바꾸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미국에서도 성 중립 화장실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몇 개 주에선 성별에 맞는 화장실 이용을 강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고, 또 다른 주나 도시에선 성 중립 화장실을 갖추자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엔 미 동부 예일대학교에도 각 건물에 성 중립 화장실을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소수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국에도 성 중립 화장실을 도입해야 할까?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딸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을 다녀야 하는 내겐 반가운 일이다.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불편하고 혹은 무서울 수 있는 여성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성별이 다른 돌봄 도우미의 경우에도 성 중립 화장실은 편안한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주 퀴어문화축제로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성소수자들에게 이와 같은 성 중립 화장실은 꼭 필요한 장소라 생각한다. 성 중립 화장실 설치가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기까지 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겠다는 의지 표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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