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인터뷰]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김상호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정현목 2016. 6. 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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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가 택한 작품이 명작이라 생각한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사진 라희찬(STUDIO 706)]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벌가 며느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택시 기사 순태.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6월 16일 개봉, 권종관 감독)에서 배우 김상호(46)가 맡은 역할이다. 이런 캐릭터는 관객의 공분을 자아내는 단순한 조연으로 소비되기 십상이지만 순태는 다르다. 딸 동현(김향기)을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오로 배후 세력의 집요한 협박과 회유, 살해 위협을 견뎌 낸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구명하기 위해 경찰 출신의 사건 브로커 필재(김명민)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한다. 억울한 표정 뒤에 감춰진 순태의 비장한 결기. 김상호가 대본을 읽고 ‘눈보라 치는 벌판에 버티고 서 있는 야생 동물’의 이미지를 떠올린 이유다. 그는 절절한 부성애의 아이콘이 된 이유를 유쾌하게, 간혹 정감 넘치는 욕설을 섞어 가며 풀어냈다.-부성애 때문에 이 작품을 택했다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성애를 훨씬 탄탄하게 표현할 자신이 있었다. 이 나이에 한번 해 볼 만한 역할이라 생각했다.”

-순태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했나.
“순태는 모범수로 감형되면 10년 내에 출소할 수 있다. 그가 타협하지 않는 건, 딸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명예 때문이다. 파렴치한 건달이었던 그는 딸 동현을 만난 후 좋은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자신이 속했던 어둠의 환경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그런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살인을 인정하면 그런 다짐이 무너져 버린다.”

-만약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무엇을 선택하겠나.
“나 또한 명예를 택할 것 같다. 안 그러면 세상에 나와서도 눈을 똑바로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내게 정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촬영 내내 들었다.”

-교도소에서 구타당하는 장면이 많은데, 힘들지 않았나.
"맞는 건 부담스럽지 않았다. 맞는 와중에 순태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순태가 필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교도관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에서, 권종관 감독은 희망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래서 딸 동현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

-사형수 동기(이문식)와의 샤워장 격투신은 정말 격렬하다.
“날 죽이라는 사주를 받은 동기가 구렁이처럼 내 몸을 휘감아, 살기 위해 빠져나오려 하는 장면이다. 그를 힘겹게 제압한 뒤 교도관에게 살려 달라고 비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남지도 않은 기력을 쥐어짜며 연기했다. 정말 징글징글했다. 밤새 찍고 탈진했다. 그날 권 감독이 소고기를 사 줬는데 너무 힘들어 목에 넘어가지도 않더라.”

-후반부 순태가 동현에게 귤을 까 주는 장면이 뭉클하던데.
“동현의 꿈 장면이다. 극의 맥락과 상관없이 이 장면이 들어간 이유는 권 감독의 꿈 때문이다. 자신의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 밥을 먹여 줬다고 하더라. 꿈이란 걸 알면서도 울면서 밥을 받아먹었다고 했다. 권 감독의 경험이 담긴 애틋한 장면이다.”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딸의 미래를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순태가 자살 시도하는 장면이다. 대본을 읽을 때도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오죽하면 딸을 위해 죽을 결심까지 하겠나. 사면초가에 처한 그를 연기하며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정말 좋다. 가발은 가면처럼 느껴져 불편하다. 대머리여도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되지(웃음). ‘뷰티 인사이드’(2015, 백종열 감독)에서도 수염 때문에 입술이 닿지 않았을 뿐, 한효주와 키스신도 찍었다. 주변 머리에 늘 헤어 에센스를 바른다. 안 바르면 머리카락이 빗자루처럼 돼 버리기 때문에.”

-부장검사(TV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나 의사(TV 드라마 ‘닥터 이방인’) 역할을 맡아도 인간적인 면이 뚝뚝 묻어난다.
“어떤 직업을 연기하든 그들의 일상을 찾아내 캐릭터에 녹여내는 게 재미있다. 부장검사 연기를 위해 검사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감을 잡았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어떤 캐릭터든 다 같은 사람이란 생각에서 출발한다. 매일 화장실에 가고 매력적인 여자를 보면 가슴 설레는 건, 왕이나 백정이나 똑같지 않나. 부장검사부터 화폐 위조 기술자(범죄의 재구성)까지, 다양한 직업을 연기한 건 정말 행운이다. 산(대호)도 타고, 배(해무)도 탔다. 하하하.”

-‘대호’(2015, 박훈정 감독)의 흥행 실패가 아쉽지 않나.
“내가 연기한 칠구를 통해 아픈 역사를 관통해 온 조상들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냥꾼 동료를 모두 잃은 칠구에게 아내(라미란)가 ‘이제 뭐 먹고 살 거냐’고 묻자, 물 한잔 들이킨 뒤 ‘살겠지, 뭐. 살아야지, 뭐’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돼 아쉬웠다. ‘대호’는 정말 아픈 손가락이다.”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나.
“발버둥 친다고 기회가 오는 건 아니지 않나. 기회가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처럼 하면 되니까. 주연에 대한 욕심이나 돈에 대한 욕심이 있으면 대본 보는 눈이 어두워진다. 생각이 좁아지고 판단도 흐려진다. 연극할 때부터 내 마음에 들어 택한 작품은 늘 명작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남들 부러워하거나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런 자신감으로 사는 거지.”

-배우 김상호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나.
“명품 조연이란 말을 안 좋아한다. 명품 주연이란 말은 없지 않나. 그냥 좋은 배우지. 난 그냥 배우였으면 좋겠다. 화려하진 않지만 구수한 된장찌개 같은 배우 말이다. 그런 배우가 되는 게 더 어렵다고들 하는데, 한번 해 보려고(웃음).”

-연기자의 훈장 같은 눈가 주름이 제법 보인다.
“송강호·김윤석·최민식·설경구 등 쟁쟁한 선배들에 비하면 난 아직 애다. 그런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앉히려면 도대체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차기작은.
“범죄 액션물 ‘조작된 도시’(가제, 8월 개봉 예정, 박광현 감독)에 인간 쓰레기 같은 조직 보스로 나온다. 대본 읽고 나서 ‘이 새끼, 연기하면 재미있겠다’며 낄낄댔다. 난 지금 연기하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 그래서 가끔 무섭기도 하다. 평생 하고 싶은 이걸,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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