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전지현을 비구니로..전작 예의 저버린 '엽기적인 그녀2'

부수정 기자 2016. 5. 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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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15년 만에 돌아온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의 폭발적인기가 부담으로 작용한다.ⓒ신씨네

전지현의 비구니 설정은 충격이었고, 전작에 버금가는 재미와 감동도 없었다.

2001년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엽기적인 그녀'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엽기적인 그녀'는 당시 5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해 흥행했고 그녀 역을 맡은 전지현은 영화를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엽기적인 그녀'하면 떠오르는 건 전지현이었고, 전지현을 대체할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모습, 견우 역의 차태현과 신발을 바꿔 신으며 캠퍼스를 달리는 모습, "견우야~"라며 외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영화의 명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6년판 '엽기적인 그녀2'에는 그녀 전지현 대신 걸그룹 에프엑스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가 나섰다. 남자 주인공은 차태현 그대로다.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 전작 팬들은 발끈했다. 한국어에 서툰 걸그룹 멤버를 그녀 역에 캐스팅한 건 큰 모험이고, 전지현 없는 '엽기적인 그녀'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좋은 전작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4일 공개된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운명인 줄만 알았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돼 속세를 떠났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차태현, 빅토리아 등 30대 커플의 엽기적인 결혼 생활을 담았다.ⓒ신씨네

취업난, 생활고에 시달리던 견우(차태현)는 실연의 아픔을 술로 달랜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중국으로 떠났던 또 다른 그녀(빅토리아)가 나타난다. 이전의 그녀보다 더 살벌해지고, 엽기적인 모습으로.

발차기 하나로 웬만한 남자들을 무찌르는 그녀는 첫사랑 견우와의 결혼을 위해 한국에 온 대륙의 부잣집 외동딸. 백수인 견우에게 그녀는 굴러 들어온 복이다. 그녀는 견우의 취직을 물심양면 도와주고, 곁을 지켜준다.

견우를 완벽한 남편으로 탈바꿈하려는 그녀만의 엽기적인 내조, 운명처럼 그녀에게 이끌리는 견우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엽기적인 그녀2'는 한국과 중국의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96), '편지'(1997), '엽기적인 그녀'(2001) 등을 제작한 신씨네와 중국의 북경마천륜문화전매유한공사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품행제로', '그해 여름'의 조근식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전작이 20대 커플의 엽기적인 연애를 그렸다면 이번 편은 30대 커플의 엽기적인 결혼 생활을 담았다. 견우가 그려내는 현실적이고 '웃픈' 직장과 결혼 생활의 생생한 에피소드가 관전 포인트라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제작진의 설명처럼 영화엔 지방대 출신 견우가 마주한 고달픈 현실이 나온다. 스펙 없는 견우가 회사에서 무시당하고, 전무의 운전기사가 돼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하는 장면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1편이 '그녀' 전지현 중심이라면 2편은 '견우' 차태현 중심이다.

차태현의 원맨쇼라고 보일 만큼 배우 의존도가 지나치다. 빅토리아의 한국어 연기가 서툰 터라 감정 몰입이 힘들다. 두 배우가 로맨스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전지현과 비교된다. 전작 특유의 발랄하고, 순수한 로맨스가 없고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관객들을 어우르는 범아시아적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15년 만에 차태현 빅토리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2'로 돌아왔다.ⓒ신씨네

조 감독은 "전작에 대한 부담감, 여주인공 교체 등 말이 많았다. 중국 시장만을 겨냥했다면 배우와 출연진을 모두 중국인으로 했을 거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를 겨냥해서인지 빅토리아를 비롯해 일본인 후지이 미나도 등장한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어우러지지 않으면서 영화는 길을 잃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유머 코드와 마구잡이식 유치한 이야기도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영화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전지현을 비구니로 설정한 점이다.

'신성모독죄'라는 비판까지 들었다는 조 감독은 "처음엔 그녀를 없었던 존재로 하거나, 죽은 설정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너무 슬픈 이야기일 것 같았다. 견우에게 너무 무겁고 슬프지 않은 이별을 주고자 했고, 1편의 그녀 성격이라면 엉뚱한 선택을 할 수 있겠다고 싶었다. 유쾌한 해석, 재밌는 주석 정도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 감독은 이어 "1편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 영화가 불쾌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과드리고,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전지현을 굳이 비구니로 만들어야 했을까도 의문인데, 떠났던 전지현이 산에서 내려오는 설정은 왜 넣었을까 싶다. 관객 입장에선 황당할 따름이다. 전작과 전작을 사랑하는 팬, 그리고 전지현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 감독은 "이 시리즈의 물꼬를 트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지만 쉽게 수긍이 가진 않는다.

전지현 없이 나선 차태현은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전지현 비구니 설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지현 씨가 없는 '엽기적인 그녀'를 나 혼자 한다는 게 미안했다"며 "비구니 설정을 보고 '영화를 해야 하나' 싶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전지현)를 못 봐서 나도 너무 속상하고 아프다"며 "팬들은 실망이 더 클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전작 팬들은 개봉 전부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봉 전(8일 기준) 네이버 평점은 2.90, 다음은 4.2에 그쳤다.

5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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