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 야밤 음악 틀고 도로 점령…민폐 찍힌 '러닝 동호회' 결국
단체로 함께 달리며 인도를 점유하는 러닝 동호회가 많아지자 지자체가 규제에 나섰다. 인원 제한부터 아예 다른 지역을 이용하라는 곳도 있다. '러닝 크루'라고도 불리는 이런 모임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1일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이용규칙을 시행했다. 5인 이상은 상호 간격을 2미터 이상 유지하라는 내용인데, 4인 이하로만 뛸 수 있다. 관리 직원이 상주하며 계도하고 있다.
이 운동장에선 일부 러닝 동호회가 소리를 지르거나 유료강습을 진행하는 등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상황이었다. 지난달에만 민원 9건이 접수됐다. '트랙에서 비켜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뛰는 모습을 촬영하는 유료 강습이 운동장 흐름을 방해한다' 등의 신고였다. 많게는 약 100명까지 모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초구 측은 "가로로 4~5줄 대형에 맞춰 달리며 폭력적 언행을 하는 등 시민들에게 위협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생수를 몸에 뿌려 바닥을 젖게 만들거나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도 있었다.
러닝 동호회가 선호하는 다른 지역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엔 ‘3인 이상 러닝 자제’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화성시도 동탄호수공원 산책로에 '러닝크루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가 붙었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아쉬운 결정"이라거나 "달리기 좋아하는 나도 워낙 민폐를 많이 봐서 이해가 된다", "지금 유행이라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달리기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단체로 달리는 운동이 인기를 끈 점은 초보자에게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었다.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 도심을 누비며 친목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점령하며 달리거나 야밤에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달리는 등 민폐 행위가 늘어나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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