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수요 강력했다…모건스탠리의 빗나간 전망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경기 약화와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폭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전날의 랠리를 일부 반납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차익 실현 압력을 덜고 AI에 대한 수요를 소화하며 나스닥 지수의 버팀목이 됐다.
현지시간 2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67포인트, 0.19% 내린 5,772.26,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93.47포인트, 0.7% 빠진 4만 1,914.75로 후퇴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반도체 업종 상승에 힘입어 7.68포인트, 0.04% 강보합권인 1만 8,082.21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값은 연준의 통화 완화로 인한 통화 가치 하락을 상쇄하고 경기 둔화에 대비할 자산으로 관심이 이어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0.16% 뛴 2,681.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리비아 공급 우려가 줄고, 중국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2.45% 빠진 69.81달러에 그쳤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지수 흐름을 바꾸기엔 미미했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8월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는 71만 6천건으로 한 달 전보다 4.7% 감소했다. 주택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구매자 수요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인하에 따른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미국 모기지은행협회 기준 6.13%로 8주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대출 갈아타기 수요는 20.3%로 2022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 지표보다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은 국제항만노동조합 소속 미 동부, 걸프 해안 노동자 4만여명의 파업이 임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올해 77%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10월 1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JP모건은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하루 50억 달러의 타격을 줄 수 있고, 연말 쇼핑시즌 공급 압박과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백악관은 태프트-하틀리 법에 따라 이번 파업을 강제 해산할 수 있지만, 대선 한 달을 앞두고 친노조 성향의 정부 기조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개별 기업 가운데 기술 기업들이 시장의 큰 관심을 모았다. 메타는 캘리포니아 맨로우 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인 메타 커넥트를 열고 새로운 AR기기와 인공지능 제품을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며 퀘스트3S 신제품을 공개했다. 애플의 비전프로보다 1/10 수준 가격이면서 대형 영화 스크린, VR 피트니스 등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저커버그는 또한 이날 일반 안경과 유사한 모양의 오리온(Orion) 초기 모델도 공개했다. 지난해 발표한 레이번 글래스의 후속 버전으로 손목에 감응형 밴드를 착용하고 작동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실시간 AI 비디오를 처리하거나 다른 나라 언어를 번역해주는 등의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픈AI도 유료 가입자를 상대로 9가지 음성으로 사람처럼 대화하는 AI기술을 공개했다. 오픈AI는 이와 별개로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가 물러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샘 울트먼 최고경영자는 비영리 이사회가 아닌 직접 영리법인으로 회사 수익을 추구하도록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장 마감 이후에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월가의 부정적 전망을 뚫고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이날 2024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현재 시간외 거래에 13% 급등 중이다. 인공지능 수요를 재확인시켜주면서 엔비디아, 브로드컴도 장 마감 이후 오름세다.
마이크론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집계한 4분기 실적에서 매출77억 5천만 달러로 작년보다 무려 93%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까지 모건스탠리 등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기대치를 낮춰 76억 6천만 달러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런 전망도 가볍게 뛰어넘다. 일회성 요인을 뺀 조정 주당순이익은 1달러 18센트로 가이던스로 제시한 최고 범위를 넘었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에서 데이터 센터를 구동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구입 경쟁을 벌이면서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가 H100 시리즈에서 한국 SK하이닉스에 의존했던 물량을 H200, B200 이후 일부 마이크론에서 공급받으면서 마이크론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제품 출하 이전인 지난 6월말까지 실적에서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의 수치를 공개하면서 주가 하락을 보였고, 이후 AI 수혜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키워왔다. 마이크론은 NAND 부문에서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SSD저장 장치 등으로 10억 달러 매출을 처음 넘어섰다. 이번 9월부터 11월 사이의 2025 회계연도 1분기 전망치도 시장 전망보다 높였다. 매출 전망은 85~89억 달러, 중간값 87달러 시장 예상보다 2억달러 높고, 주당순익 전망치도 1.74달러 위아래 8센트 차이로 컨센서스 1.52달러를 넘겼다.
당초 모건스탠리는 이달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정점에 다다랐다"고 마이크론 투자자에게 경고했고, 이런 여파로 이달 들어 마이크론은 10% 넘게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마이크론 역사상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2025 회계연도를 맞이했다"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어 이번 연도에 상당한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열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스마트폰과 PC 시장 약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재고 우려까지 덜어내면서 반도체 업종의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애틀랜타 공항 경유 항공편을 축소하고, 내년 4월 조종사와 승무원 340명을 정리해고하는 등의 계획을 공개하면서 4.57% 내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와 포드는 모건스탠리로부터 투자의견 하향 평가를 받은 뒤 각각 4% 넘게 내렸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수 부진과 AI투자 확대, 중국 자동차 기업의 성장으로 안팎에서 이들 기업의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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