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매력 100선 '로컬100', 최다 선정 도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 ‘로컬100’에 최다 선정된 도시는 어디일까요? 서울도 인천도 아닌 부산입니다. 부산은 ‘지역 문화공간’ 부문에 2개, ‘문화마을·거리·상권’ 부문에 3개, ‘생활·역사형 축제 이벤트’ 부문에 1개, ‘지역 문화유산’ 부문에 2개 등 총 8개가 선정되며 로컬 문화의 도시로 등극했습니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문화 숨구멍이 돼주고 여행객들에게는 도시 탐험의 재미를 주는 부산 로컬100 코스를 따라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폐역, 거리, 골목 어귀…
발길 닿는 곳마다
다른 시간 다른 문화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부산 호천문화마을은 야경 명소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사진 부산시청
문화플랫폼으로 변신한 폐역에서 전시 관람

고속철도 부산역에서 내리면 자연스럽게 여행 인파를 따라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향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역사 정문을 기준으로 왼쪽(남쪽) 방향에 국제시장, 보수동책방골목, 용두산,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명소나 번화가가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방향을 틀어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초량역, 부산진역으로 가볼 일입니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공간이 길가에, 동네 어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구 부산진역 부근 옛 부산진 역사(驛舍)가 있던 곳엔 ‘동구 문화플랫폼 시민마당’이 존재감을 뽐냅니다. 옛 부산진역은 1905년 영업 개시 후 2004년 KTX 개통으로 사실상 여객 역사의 기능이 줄어 폐역의 수순을 밟아오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며 2022년 복합문화전시공간 동구 문화플랫폼 시민마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역사에선 굵직한 전시부터 청년 작가전 등 연중 다채로운 전시가, 너른 야외 광장에선 시민 대상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역사 내엔 1인 미디어 스튜디오, 세미나실 등이 있습니다.

나란히 있는 ‘국제커피박물관’도 볼거리입니다. 부산의 한 시민이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전 세계의 귀한 커피 도구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1800년대 중반 영국에서 만들어진 퍼컬레이터, 스테인드글라스를 입힌 독특한 모양의 카라페, 러시아식 사모바르 등 커피 주전자와 용기, 로스팅 및 커피 추출 도구까지 시대·기구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꾸몄습니다. 입구에선 때때로 커피 시음 행사나 클래스도 진행합니다.

커피박물관 바로 옆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쉼터나 다름없습니다. 어린이 및 청소년 도서를 갖춘 북카페와 실감형 미디어 체험공간이 한데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게임과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풍경입니다.

동구 문화플랫폼에서 대로를 건너 걸어서 10여 분 거리엔 근대 일본식 목조가옥인 ‘문화공감수정’이 있습니다. 1943년에 지어져 ‘정란각’이라 불리다 현재 문화공감수정이라는 복합문화공간 겸 카페로 운영 중입니다. 맞배지붕의 일본식 가옥 형태나 다다미, 창호 문양 등이 세월에 비해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어 일제강점기 근대 주택 건축사와 생활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방치돼 있던 옛 부산진역의 역사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동구 문화플랫폼 시민마당’에선 다채로운 전시가 연중 이어진다. 사진 부산시청
부산의 한 시민이 수십 년간 수집해온 커피 관련 기구와 도구들을 전시하고 있는 ‘국제커피박물관’. 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모퉁이극장에서 독립영화 감상

다시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남포역에서 내리면 ‘국제영화제의 도시’ 부산에서도 영화 마니아들이 찾는 독립영화관 ‘모퉁이극장’과 만날 수 있습니다. 모퉁이극장은 동구 문화플랫폼 시민마당과 함께 로컬100 ‘지역 문화공간’에 선정된 곳입니다. 밝은 오렌지색의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건물 3층에 아담하게 자리한 극장은 관객 영화제, 관객 중심의 토크쇼 등 관객 전용 독립영화관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부산 내 유일한 단관 극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선 수준 높은 독립영화를 성인 8000원, 청소년 7000원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근처에 남포동거리,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이 모여 있어 오가며 영화 한 편 감상하고 가도 좋을 일입니다.

일본식 가옥의 건축과 생활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공감수정’. 사진 부산시청
UN평화문화특구 탐방

발걸음을 돌려 남구 ‘UN평화문화특구’로 향합니다. 의미 있는 코스가 기다립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일대에 유엔평화기념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평화공원, 유엔조각공원, 부산박물관 등이 모여 있어서 천천히 둘러보며 우리 역사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11개 나라 2320명의 전몰용사가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은 14만 3900㎡(약 4만3500평) 면적에 상징 구역, 주 묘역을 포함해 추모관, 기념관 등 부속 건물이 자리합니다.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추모관에서 안내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각국의 묘역,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사자 중 최연소자인 호주 병사(J. P. Daunt)의 성을 딴 ‘도은트 수로’, 무명용사의 길까지 한 바퀴 탐방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산 전포동 공구거리 일대 전포카페거리. 사진 부산시청
전포거리 걷고 호천마을에서 야경 보고

‘전포카페거리’와 ‘호천문화마을’은 로컬100 ‘문화마을·거리·상권’에 선정됐습니다.

전포성당 일대 공구거리에 이색적인 카페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전포카페거리는 로컬100뿐 아니라 2017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세계 52개 장소’,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와 빵집, 독특한 인테리어의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이 이어져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부산의 중구·서구·동구를 잇는 산복도로의 끝자락에 있는 호천문화마을(호천마을)은 로컬100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좋습니다. 호천마을이라는 지명은 산세가 험해서 호랑이가 자주 나타났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2017년 배우 박서준과 김지원이 출연했던 인기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로 나오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전국구 야경 명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호천마을 입구에 있는 호계천을 시작으로 복합문화공간인 호천문화플랫폼까지 골목골목 소박한 볼거리가 이어집니다. 주로 지역 수공예 작가들이 만든 제품을 전시·판매하거나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교육, 행사 등을 진행하는 호천문화플랫폼엔 ‘쌈, 마이웨이’ 속 ‘남일 바’가 재현돼 있어 인기입니다. 옥상 야경도 낭만적이지만 호천생활문화센터 부근 주택가 사이의 ‘180계단’에서 내려다보는 도심 야경이 특히 아름다워 인생 사진 찍기에 그만입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도시는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듯 어두워질수록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로컬100

동래읍성지&금정산성축제

사진 부산시청

부산 동래구 ‘동래읍성지’와 금정구 ‘금정산성축제’도 각각 로컬100 ‘지역 문화유산’과 ‘생활·역사형 축제·이벤트’에 선정됐습니다. 고려 말 조선 초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래읍성지는 임진왜란 초기 민·관·군이 함께 장렬한 전투를 벌였던 최대 격전지입니다. 현존하는 성의 형태는 임진왜란 이후 방치돼 있던 성을 1731년(영조 7년)에 다시 쌓은 것입니다. 매년 10월 열리는 동래읍성역사축제에서는 뮤지컬 ‘외로운 성’, ‘동래부사 행차 길놀이’ 등을 진행합니다.

금정산성축제는 조선시대 국토방위 역할과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온 금정산성·금정산을 중심으로 매년 금정산성 축성일인 5월 25일을 기점으로 개최됩니다. 전시 프로그램과 골목 투어, 산성 4대문 걷기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