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교사 8명 때려죽였다"…영화 삼체 '홍위병' 실제모델 사망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76년) 당시 교사 구타 등 폭력을 주도했던 '홍위병'의 상징적인 인물인 쑹빈빈(宋彬彬)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77세. 그는 생전에 자신이 죽음으로 몰고 갔던 교사들에게 사죄했지만, 결국 유가족의 용서를 받진 못했다.
쑹빈빈은 신중국 혁명 원로이자 인민해방군 최초의 상장(上將)인 쑹런충(宋任窮, 1909~2005)의 딸이다. 대표적인 '홍이대(紅二代)'인 그는 문혁이 시작되던 해 19세였다. 그는 베이징사범대부속여중 학생으로 교사를 공격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처음 붙이며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이후 쑹은 천안문에서 진행된 마오쩌둥(毛澤東)의 홍위병 접견 행사(66년 8월 18일)에서 홍위병의 우두머리로 떠올랐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천안문 성루에 올라 마오에게 '홍위병' 세 글자가 적힌 붉은색 완장을 채워줬다. 마오는 쑹에게 이름이 '논어'에 실린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의 빈인가?"라고 물었다. 쑹이 "그렇다"고 답하자, 마오는 "무력이 필요하지 않나(要武嘛)"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쑹은 '야오우(要武)'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천안문 행사 직후 쑹야오우(宋要武) 명의로 관영지 광명일보(66년 8월 20일자)에 “내가 마오 주석에게 붉은 수장(袖章, 완장)을 헌상했다”는 제목의 글을 내보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튿날 2면에 같은 글을 실었다. 쑹은 "이날은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며 "위대한 뜻의 이름을 얻었으며, 마오 주석은 우리에게 방향을 밝혀줬다. 우리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쑹은 학생이 교사를 구타하고,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는 등 전국적인 무장투쟁을 선동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당시 쑹이 모교의 볜중윈(卞仲耘) 교감 등 7~8명을 직접 구타해 숨지게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제작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삼체(三體)' 도입부에서 홍위병이 교사를 구타해 숨지게 하는 장면을 본 많은 중국인은 쑹빈빈을 떠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쑹은 자신이 관영지의 글을 쓰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부정했다. 또 교사 구타나 폭력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쑹과 가족 역시 문혁의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67년 8월 당시 동북국 제1서기였던 그의 부친 쑹런충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박해를 받았다. 쑹빈빈과 모친도 이에 연루돼 수난을 당했다. 문혁이 끝난 뒤, 쑹은 유학을 명목으로 80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이름도 쑹옌(宋巖)으로 바꿨다.
2014년 쑹은 다른 홍위병과 함께 모교를 찾았다. 교정의 볜중윈 교감 흉상에 머리 숙여 사과하면서 다시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공개 사과문에서 "문혁은 한바탕의 대재앙이었다"며 "한 나라가 어떤 미래로 나아가느냐는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과거의 비극과 과거의 잘못을 잊는다면 비극은 다시 재연될 수 있고, 잘못을 다시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볜 교감의 유가족은 쑹의 사과를 거부했다. 볜 교감의 남편인 왕징야오(王晶垚, 1921~2021) 전 중국과학원 역사 연구원은 "홍위병의 거짓 사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쑹의 사망 소식을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18일까지 기사화하지 않고 있다. 홍콩 매체와 해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서만 쑹의 사망이 조명되는 정도다. 단, 지난 17일 당 역사지인 '홍선(紅船)'의 SNS 계정이 유일하게 쑹빈빈의 부고를 실으며 "그는 숨진 뒤 어떤 형식의 추모 활동도 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66년 8~9월 베이징에서 홍위병의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는 1800여명이다. 여전히 중국에서 문혁은 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과 함께 공식적으로 논의가 금지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년간 매일 삼겹살에 소주…'무술 22단' 거품 물고 쓰러졌다 | 중앙일보
- "다른 남성과 성관계 강요" 이런 물의도…미 힙합거물 체포, 혐의는 | 중앙일보
- ADHD 아이가 SKY 갔다…전교 1등 만든 '사소한 한마디' | 중앙일보
- "결혼 전 꼭 알고 싶다"…빚 여부보다 궁금한 1위는 | 중앙일보
- "사망? 허위사실"…'폐섬유증' 유열, 10개월 만에 밝힌 근황 | 중앙일보
- "기내서 이것 먹지 마세요"…승무원만 아는 '더러운 비밀' | 중앙일보
- 온천 중 결국 쓰러졌다…축구선수도 못 버틴다는 이 나라 [10년째 신혼여행] | 중앙일보
- 곽튜브 추가 사과 "내게도 학폭상처 있어 자만… 피해자께 죄송" | 중앙일보
- "재건축 틀어막은 대가"…반포 국평 60억 '미친 가격' 찍었다 | 중앙일보
- "북한 맥주가 낫다"던 영국남자…뜻밖의 '벽돌책' 들고 컴백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