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내고 동남아 여행 간 경찰관 덜미…"일수만큼 급여 환수"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A경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발목 질환을 이유로 수차례 질병 휴가(병가)를 낸 뒤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경찰청 공직기강 관련 ‘병가 중 해외여행’ 특별 점검에서 A경위의 병가 중 해외 체류 기간은 총 77일로 조사됐다. 경찰은 A경위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지난 8월 초순 질병 휴직계를 낸 A경위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의 소재마저 불명확한 상황이었다. 지난 8일에야 겨우 연락된 A경위 측은 “10월 20일쯤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경남경찰청 소속 B경위는 병가를 5~10일씩 쪼개서 낸 뒤 복귀하기 전 2~3일씩 베트남 등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갔다. 그가 해외에 머문 기간은 총 24일에 달했다. 지난 7일 B경위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B경위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휴양 목적으로 해외에 다녀왔다”고 소명했다. 징계위는 질병 휴가 중 치료 목적이 아니면 출국해선 안 된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B경위에 대해서 견책 처분 경징계를 내렸다. 공무원 징계 수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순이다.
A, B경위 사례처럼 연속해서 3일 이상 병가를 내고 치료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적발된 경찰관과 행정관은 지난 2년간 131명으로 파악됐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2년간 병가 기간과 해외여행 기간이 하루 이상 겹치는 대상자는 총 131명이다. 이들에겐 각각 ▶징계(2명) ▶경고(21명) ▶주의(108명)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올해 말 이뤄질 감사원 기관운영 감사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감사원의 부산경찰청·경남경찰청 기관운영 감사에선 병가 기간 중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경찰관 16명(부산청 12명, 경남청 4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대상자들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했다. A·B경위 외에도 병가 기간 중 보름 이상 해외에 머문 경찰관은 8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28일간 해외에 머무른 서울경찰청 소속 C경장, 부산경찰청 D경사(21일 해외 체류), 경기북부경찰청 E경감(16일 해외 체류) 등 3명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이번 점검을 통해 적발된 대상자들이 사용한 병가 일수만큼의 급여, 연가보상비 등을 환수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료 목적의 병가를 악용해서 허위로 급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병가 제도를 악용하지 않도록 증빙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6일 이하의 병가를 낼 경우 진단서 등 증빙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3일 초과’ 병가를 낼 때로 증빙 서류 제출 규정을 강화하도록 인사혁신처에 건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윤건영 의원은 “공직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철저한 실태 조사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성배·안대훈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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