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K-ICS 230%…"선제적 ALM 관리, 요구자본 감소 효과"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생명보험 업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살펴봅니다.

신한라이프는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웃도는 우수한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의 비결로 "요구자본 관리"를 꼽았다.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지만 선제 대응으로 K-ICS 비율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1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은 230.0%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소폭 줄었지만 감소 폭은 다른 생명보험사에 비해 크지 않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가용자본이 높아지거나 요구자본이 낮아지면 수치가 커진다.

신한라이프의 K-ICS 비율 추이 /자료=신한라이프 정기공시자료와 금융감독원 취합

신한라이프의 요구자본 규모는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와 달리 분기를 거듭할수록 감소세를 보인다. 올 3분기는 4조26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5조3843억원) 대비 1조원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약 3조원,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약 6000억원이 늘었다.

가용자본에서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금리인하의 여파로 적자 폭을 키웠다. 이익잉여금이 늘며 적자의 일부를 상쇄했지만 전체 가용자본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요구자본이 줄었기 때문에 K-ICS 비율 하락 폭을 키우지 않았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안정적 기반의 이익창출을 위해 가치중심 경영을 지속하면서도 금융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채권교체매매 및 금리부파생상품(본드포워드) 거래, 공동재보험 출재 등 적극적인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실행해 자본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부채 대비 자산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하락 시 금리 리스크가 감소하는 구조"라며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시장금리가 하락했지만 회사 금리 리스크는 1663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듀레이션=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의미하며, 시장금리가 변동할 때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듀레이션 갭이 커지면 금리가 변화할 때 순자산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신한라이프의 요구자본 및 가용자본 중 주요 세부 지표 추이 /자료=신한라이프 정기공시자료와 금융감독원 취합

이런 가운데 당국이 지난해 12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변경하면서 생보사의 대량해지위험액이 전반적으로 조정됐다. 이는 요구자본 구성요소인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지는데, 신한라이프는 타사 대비 그 폭이 더 컸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의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을 비교했을 때 1조원 이상 줄어든 곳은 삼성생명(약 2조4000억원)과 신한라이프뿐이다.

※대량해지위험액 조정=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22] 2-6 해지위험액에 포함된 내용으로, 해지위험액은 옵션행사율 변화로 인한 요구자본과 대량해지로 인한 요구자본 중 큰 금액으로 산출한다. 대량해지위험액은 상품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회사 전체 수준으로 합산해 산출하며, 저축성보험은 35%, 보장성보험은 25%가 일시에 대량 해지된다는 가정하에 순자산가치 감소금액으로 계산한다. 기존에는 보험 구분 없이 모두 30%를 일괄 적용했다. 따라서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대량해지위험액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비율로 비교하면 삼성생명은 약 19% 감소한 반면 신한라이프는 약 22%로 감소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9000억원, 7000억원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한라이프 측은 "세칙 개정에 따른 영향으로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약 47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빅3 생보사 대비 감소 규모가 큰 것은 고수익을 창출하는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고, 사전에 재보험을 활용해 대량해지위험액이 전가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올 9월 말 기준 신한라이프가 생명보험협회에 공시한 전체 보유계약은 보장성보험 161조6458억원, 저축성보험 19조6805억원으로 보장성보험 비중이 전체의 90%에 육박한다. 빅3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비중이 20%를 초과했다. 16조원대의 저축성보험을 보유한 동양·KB라이프·미래에셋생명 등은 60조원대의 보장성보험을 확보하며 신한라이프와 차이를 보였다.

신한라이프는 오는 2027년까지 당국이 보험부채할인율을 현실화한 정책을 반영할 경우 부채 금액 및 부채 듀레이션이 증가해 K-ICS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초장기채 편입, 국채선도 등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듀레이션 갭 관리로 금리변동에 따른 K-ICS 비율 하락에 대비하겠다"며 "공동재보험 출재를 확대해 금리 리스크를 전가하고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