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과징금 걸린 4대 은행 담합 의혹…공정위 판단은

정진용 2024. 10. 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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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은행 독과점 해소 지시 발단
공정위원장 “하반기 중 전원회의서 심의” 발언
전원회의 일정 아직 미정…“자료 많아 시간 소요”
은행 “폭리 취하려고 했다면 금리 높였을 것…어불성설”
공정거래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이 올해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만약 제재가 확정되면 이들 은행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중요 정보를 교환하는 담합도 위법으로 보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4대 은행의 LTV 담합 사건에 처음 적용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 위원장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은 부동산 위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중요한 가격 정보인데 이 부분을 교환해 비율을 정하는 것은 가격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공정위 심사관과 은행 입장을 균형 있게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대통령 대책 지시에…현미경 들이댄 공정위

공정위는 시중은행의 부동산 LTV 담합 의혹을 들여다 보고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경락가율(경매 낙찰가율)을 기준 삼아 아파트·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종류와 각 시·군·구별로 LTV를 다르게 산정한다. 4대 은행은 1년에 한두 번씩 지역과 부동산 종류별로 LTV를 설정하는데, 은행들이 이때마다 자료를 공유해 LTV 비율을 서로 조정했다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이번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은행 독과점 해소 및 경쟁 촉진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과 6월 은행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후 지난 1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고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공정위는 연내 전원회의를 열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의 LTV 담합 사건을 하반기 중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 분석만 7차례…해명 나선 은행권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위원 9명 전원으로 구성하는 회의를 말한다. 전원회의 심의를 종료하면 위원들은 양측의 주장을 참고해 피심인에 대한 제재 여부를 논의한다. 만약 공정위가 담합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은행들은 담보대출로 얻은 이득 규모에 따라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물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공정위는 아직 은행 LTV 담합 안건에 대한 전원회의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공정위 심사관이 낸 경제분석에 반박하는 내용으로 경제분석 의견서만 7차례 제출하는 등 적극 소명하고 있다. 경제분석은 경쟁법 집행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의 특정 행위가 실제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보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고, 은행도 의견을 열심히 개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양측 입장이 정리가 되면, 전원회의 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해 전원회의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합으로 소비자 불이익” vs “리스크 관리일 뿐”

반면 은행들은 LTV 정보 공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담합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담합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폭리를 취하려고 했다면, 대출한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금리를 높였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LTV 비율을 서로 공유한 건 리스크 관리와 영업 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TV 비율은 은행 창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정보다. 이를 담합으로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게 왜 담합인가”라며 “공정위도 담합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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