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며느리 부활 뒤엔 '족집게 쓰앵님' 있었다…달라진 韓 골프 레슨계
이시우 원장 일관된 레슨 리디아 고 부활 주역
‘퍼팅의 달인’ 이승현 코치 배소현 3승 공신
정그린 대표 멘털, 함상규 원장 트레이닝 전문
분업화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골프 레슨계의 이야기다. 과거엔 특정 교습가가 모든 것을 책임졌다. 주로 완벽한 스윙을 만들고, 퍼팅 노하우를 전수해 투어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최근엔 확 달라졌다. 분야별로 최고의 ‘선생님’이 등장해 선수들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골퍼들의 몸을 만들고, 정신적인 트레이닝까지 담당한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전수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나타났다.
골프 선수에게 스윙은 기본이다. 이 파트에선 이시우 빅피쉬아카데미 원장이 유명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고진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멤버인 박현경, 배소현, 김수지 등이 애제자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만 15세 176일)을 세운 이효송도 ‘이시우 사단’이다.
이 원장은 리디아 고가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겨울부터 리디아 고를 지도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위민스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올해 3승을 수확했다. 여기에 파리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 원장은 “리디아 고와 샷의 일관성을 높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레슨에 앞서 선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부분을 교정하고 보완하고 싶은지 파악한다. 이 원장은 "레슨에는 정답이 없다. 지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방식을 무조건 강요하지 않는다. "신체 조건과 스윙 리듬, 습관 등이 선수들마다 다르다. 맞춤형 지도가 중요하다."
투어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린 플레이다. 퍼팅 능력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도 퍼팅이다. 현역 시절 ‘퍼팅의 달인’으로 불린 이승현 코치가 ‘대세’다.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우승이 없었던 배소현은 이 코치를 만난 뒤 확 달라졌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153전 154기’에 성공한 뒤 이후 2승을 추가하며 올해에만 3승을 쓸어 담았다. 박지영과 이예원, 박현경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다. 이 코치는 “배소현 선수는 작년 5월에 만났다. 이젠 퍼터를 잘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웃었다.
이 코치는 KLPGA투어를 뛸 때 발군의 퍼팅 능력을 과시했다. 장타가 없었지만 퍼팅을 앞세워 메이저 2승 포함 통산 7승을 올렸다. 2021년 임신과 2022년 출산으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시드권을 연장할 수 있었으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2022년 5월 공식 은퇴를 한 뒤 곧바로 서울 양재동에 ‘이승현골프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어렸을 때부터 퍼팅 아카데미 하고 싶었다. 제가 알고 있는 퍼팅에 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재미가 있다."
이 코치는 ‘족집게 퍼팅 선생님’이다. 배소현을 비롯한 ‘수강생’에게 퍼팅감을 끌어올리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김수지, 임희정, 홍지원, 정윤지, 이다연, 박도영 등이 이 코치의 제자다.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어드레스, 그립, 리듬 등 세 가지다. "퍼팅은 긴장을 하면 똑바로 보내기 어렵다. 힘을 쓰는 타이밍 구간을 일관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퍼팅하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그는 선수들의 기술 외에도 퍼팅을 준비하는 루틴과 심리 상태까지 돌보고 있다.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배소현은 첫 승을 거둔 직후 이 코치에 대해 "저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속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줬다. 퍼트를 잘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골프는 멘털 싸움이다. 선수 간 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위기에 순간에 얼마나 대범한 모습을 보이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성적의 관건이다. 요즘 멘털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가 잘 알려진 심리 코칭 전문가다. 슬럼프 빠져 있던 리디아 고가 올해 3승에 파리 올림픽 금메달까지 딸 수 있었던 숨은 힘이다. 리디아 고, 고진영, 최혜진, 유해란, 김성현, 이경훈, 배상문, 김경태(이상 골프), 신유빈(탁구), 차준환(피겨스케이팅), 차유람(당구), 손지인(체조) 등이 정 대표를 거쳐 갔다. 리디아 고와는 4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경우 기다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준비하면서 기다리자고 한다"고 했다. 이어 "명상을 추천하고, 마음을 비우는 과정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했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인생의 전부가 경기다. 현재 자신의 앞에 있는 대회에만 뛰어들도록 키워졌다. 거기에 집착하면 안 된다. 시각의 확장이 필요하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에 얽매일 때 문제가 생긴다."
선수들이 긴 시즌을 소화하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트레이닝 파트다. 골프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고, 부상 방지를 위한 예방 운동을 한다. 이 분야에선 함상규 골프퍼포먼스랩(GPL) 대표 원장이 선두 주자다. 국내 프로야구 두산과 야구 국가대표팀,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트레이너로 활약했다. K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인 박지영이 함 대표의 도움을 받고 있다. LPGA투어, KPGA투어, 주니어 선수들까지 트레이닝과 케어를 하고 있다. 프로 선수 30명, 주니어 선수 70명 등 100여명을 관리한다. 별도의 지원 및 협력병원까지 있다.
KLPGA투어 대회장에 가면 2대의 GPL 퍼포먼스밴(Performance Van)을 볼 수 있다. 몸을 관리하는 장비가 가득하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밴(Healing Van)으로 통한다. 함 대표는 현재 물리치료 면허 및 트레이너 자격증을 소지하고 트레이너 16명을 두고 있다. GPL의 케어를 받고 있는 KLPGA투어 선수는 박지영, 이예원, 임희정, 조아연, 이가영 등이다. 함 대표는 "선수가 롱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임무"라면서 "완벽한 워밍업과 체력 단련, 부상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다. 라운드 후에는 마사지를 통해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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