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4.10.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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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무려 8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여당 공천에 개입하고, 명품백을 받고,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거의 사실에 근접해 있다. 과거 정부의 어느 대통령 배우자가 이런 비합법과 부도덕의 경계를 넘나들었나. 이것만으로도 그는 영부인으로서, 국가를 대표한 '퍼스트 레이디'로서 자격 미달이다.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무고한 사병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는커녕 대통령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해 사건을 은폐하고 뒤집으려 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그러고는 사건의 발단이 된 '격노설'이 사실인지를 묻는 법원 질의에 '안보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대통령 격노 여부가 국가 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구차하고 비겁하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천 개입' '당무 개입' 의혹은 윤 대통령 부부가 함께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녹취 파일에는 대통령과 김 여사 이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다.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 실형을 선고받게 한 당사자가 바로 윤 대통령이다. 녹취 내용대로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면 도둑잡는 경찰이 도둑질을 한 격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을 겨냥한 쌍특검 법안이 '위헌적'이고 '정쟁형'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거듭 행사했다. 근거가 뚜렷한 비리 혐의를 수사하자는 게 헌법 위반이라는 건 언어도단이다. 공천과 당무 개입으로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다. 국민 대다수가 특검에 찬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정쟁이라는 건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권력에 취한 대통령... 도탄에 빠진 경제와 민생·민주주의 시스템 퇴행
윤 대통령이 내놓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여당 의원들은 겉으론 대통령 부부를 손가락질하면서도 대통령의 기세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를 용산 만찬에 불러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척을 진 한동훈 대표는 얼마든지 쌍특검 재의결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데도 그럴 용기가 없어 보인다.
검찰도 윤 대통령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꽂아 넣은 검찰 수뇌부는 어차피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이 국민보다 권력을 쳐다볼 거라는 건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된 물증이 아무리 쏟아져도 검찰 지휘부는 꿋꿋이 엄호할 태세가 돼있다. 여론의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품백을 받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을 보라.
윤 대통령은 다음달이면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다. 권력이 한창일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내리막에 접어들면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권력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아부하던 측근들이 하나둘 떠나고 숨겨졌던 온갖 치부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가 되면 호위무사였던 권력기관들도 등에 칼을 꽂으며 물어 뜯는 게 5년 단임제의 숙명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오로지 '반문재인' 하나로 당선된 것처럼 그대로만 하면 국민이 환호할 것으로 착각했다. 국민의 삶은 뒷전이고 권력에 취해 마음대로 국정을 주물렀다. 그 결과 경제와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민주주의 시스템은 퇴행했고, 국격은 곤두박질쳤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 보면 너무 겁이 없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비호한다고 비판하면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기에 이렇게 무리하느냐. 과거에 어떤 정권도 겁이 나서 이런 짓을 못했다"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이야말로 얼마나 비리가 많길래 자신이 관련된 특검을 거부하는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모든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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