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차, 온라인으로 사요”…커지는 자동차 비대면 시장

문수정 2024. 10.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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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채널에 올리자 7분 만에 완판된 볼보 글로벌 베스트셀링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C40 블랙 에디션’.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조모(38)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BMW 630i를 주문했다. 차를 바꾸려고 여러 매장을 다녀봤지만 마음에 쏙 드는 옵션을 찾지 못한 게 온라인 구매의 가장 큰 이유였다. 옵션을 더하자니 가격이 너무 뛰었고, 흔한 디자인을 적용하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BMW가 매달 온라인에서 한정판을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달을 살펴봤다”며 “한정판이라 국내에는 몇 대 없는 차라는 점이 특히 구매의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조씨처럼 온라인으로 차를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차량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매력이 있는 30·40대와 한정판에 열광하는 트렌드세터들 중심으로 비대면 차량 구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15일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글로벌 베스트셀링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C40 블랙 에디션’이 온라인 판매 시작 7분 만에 완판됐다. 볼보코리아는 온라인으로 한정판을 내놓을 때마다 호응을 끌어냈다.

지난해 출시한 볼보의 ‘XC40 세이지 그린 에디션’과 올해 상반기 출시한 ‘XC40 다크 에디션’이 각각 온라인 판매 시작 3분, 4분 만에 완판됐다. 판매량 자체가 많지 않지만 자동차업계가 침체한 가운데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BMW 9월 한정판 에디션. BMW 제공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는 BMW다. 수입차의 온라인 공략이 저돌적이다. BMW는 2020년부터 온라인 특별 한정 모델과 전기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20년 500대, 2021년 5251대, 2022년 6891대, 지난해 1만6853대가 온라인에서 판매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 9071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했으나,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 BMW 온라인 시장 연간 누적 방문자수가 104만6920명에 이르며 한국은 세계 BMW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BMW 온라인 판매도 ‘완판 행렬’을 꾸렸다. 국내에서 19대만 한정 판매된 ‘BMW XM 레이블 레드 리미티드 에디션’, 294대만 판매 물량으로 나온 ‘BMW 뉴 520i 스페셜 에디션’ 등이 올해 초 20분도 되지 않아 완판됐다.

BMW XM 레이블 레드 리미티드 에디션은 2억6840만원에 이르는 고가에도 빠르게 판매 완료되며 관심을 모았다. 2022년 1월에는 한국에 4대만 판매된 글로벌 한정 에디션 ‘M4 컴페티션 x KITH’를 추첨 응모해 6060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을 연 것은 테슬라다. 전기차만으로 완성차업계에 도전한 테슬라는 기존의 오프라인 인프라가 없다보니 온라인 공략이 한결 수월했다.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테슬라 모델S, 모델3, 모델X, 모델Y 등을 온라인 주문만 받고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제공

국내 자동차업계도 동참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젊은 세대가 주력 소비층인 캐스퍼를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온라인으로 판매한 캐스퍼는 올해 전체 판매량이 3만3078대에 이른다.

KG모빌리티는 신차 효과를 띄우기 위해 네이버 쇼핑을 활용했다. 자동차시장에서 새로운 SUV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액티언이 지난 8월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판매됐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장이 워낙 견고하고 고가의 상품 매매라는 특성 때문에라도 자동차 비대면 시장의 확장성 자체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얼리어답터 반응을 가장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게 온라인 채널이라 자동차업계의 비대면 시장 공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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