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강 노벨상 축전', 챗GPT로 썼다? AI 검사기 돌려보니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4. 10. 11. 20:36
[팩트체크] AI 생성 글과 내용 39% 일치... AI 생성 확률은 3% vs. 100% 엇갈려
[김시연 기자]
▲ 일부 누리꾼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축전 내용을 AI 검사기에 돌렸더니 ‘86% AI 생성 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유했다. |
ⓒ 오마이뉴스 |
누리꾼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축전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오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는데, 일부 누리꾼이 소셜미디어에 생성형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챗(chat)GPT'로 작성한 축하 글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누리꾼은 챗GPT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써줘"라고 요청했더니, 윤 대통령 축전 내용과 유사한 결과물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윤 대통령 축전을 AI 생성 여부를 분석하는 검사기에 입력했더니 '86% AI 생성 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 이 같은 누리꾼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챗GPT 생성 글과 39% 일치... AI 생성 여부는 검사기마다 엇갈려
먼저 윤 대통령 축전 내용과 챗GPT로 생성한 축하 글이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했다.
윤석열 대통령 축전과 챗GPT 생성 글 비교 |
[윤 대통령 축전 전문]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입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선정 사유처럼, 작가님께서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셨습니다. 한국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챗GPT 생성 글]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신 한강 작가님은 섬세하고도 강렬한 문체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해왔습니다. 특히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아픔과 인간 존재의 복잡한 본질을 다루며,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셨습니다. 이번 수상은 한강 작가님의 문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행보가 기대되며, 더욱 빛나는 작품들로 세계 독자들과 소통해주시길 바랍니다." |
서로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도입부부터, '(축전)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AI) 더욱 빛나는 작품들도 세계 독자들과 소통해 주시길 바랍니다'고 당부하는 마무리, 글의 구성까지 비슷하다.
또 '(축전) 강렬한 시적 산문/ (AI) 강렬한 문체', '(축전)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 (AI)우리 사회의 아픔', '(축전) 한국 문학의 가치를 높여/ (AI)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같은 일부 표현도 유사하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표절 검사기인 'Smodin'에서 두 글을 비교했더니 39%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축전) 강렬한 시적 산문/ (AI) 강렬한 문체', '(축전)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 (AI)우리 사회의 아픔', '(축전) 한국 문학의 가치를 높여/ (AI)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같은 일부 표현도 유사하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표절 검사기인 'Smodin'에서 두 글을 비교했더니 39%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한국어를 지원하는 표절 검사기인 ‘Smodin'에서 윤석열 대통령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축전과 챗GPT 생성 글을 비교했더니 39%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 smodin |
[뉴럴라이터] 윤석열 축전, 사람이 썼을 확률 75%... 이재명 글은 95%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축전. |
ⓒ 윤석열대통령페이스북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 축하 글. |
ⓒ 이재명대표페이스북 |
실제 윤 대통령 축전을 AI를 이용해 작성했을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주는 AI 생성 검사기에 돌려봤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뉴럴라이트와 isgen 외에 영문 번역이 필요한 GPT제로 등 3가지 도구를 활용했고, 검사기의 정확성 확인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글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대부분 AI 생성 검사기는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600자 이상의 글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 축전은 250여 자에 불과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AI 검사기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 한국어를 지원하는 뉴럴라이터 AI 생성 콘텐츠 감지기는 윤석열 대통령 축전(위)이 사람이 썼을 확률이 75%, 이재명 대표 글(아래)은 95%라는 결과를 내놨다. |
ⓒ 뉴럴라이터 |
먼저 한국어를 지원하는 뉴럴라이터(https://neuralwriter.com/ko/content-detector-tool/) AI 생성 콘텐츠 감지기는 윤 대통령 축전에 대해 "문장 구조의 약간의 어색함 같은 뉘앙스를 포함해 사려 깊고 진지한 어조로 잘 만들어진 축사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텍스트가 AI가 아닌 사람이 쓴 것일 확률이 75%라고 생각한다"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재명 대표 글도 "'기쁨의 전율', '굴곡진 현대사', '인간 삶의 연약함'과 같은 미묘한 어조, 관용적 표현, 비유적 표현은 AI가 생성한 텍스트에서 흔히 볼 수 없고, 글의 스타일이 일기나 의견서에서 표현하는 인간의 개인적인 감정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이 작성했을 확률이 95%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GPT제로] 윤석열 축전 AI 생성 확률 3%, 이재명 글 1% 그쳐
▲ ‘GPT제로’는 윤석열 대통령 축전(위)이 AI 생성 글일 확률은 3%, 이재명 대표 글(아래)은 1%라고 밝혔다. |
ⓒ GPT제로 |
대표적인 AI 텍스트 탐지기인 'GPT제로'의 경우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윤 대통령 축전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영어로 번역한 뒤 검사했다. GPT제로는 윤 대통령 축전이 AI 생성 확률은 3%이라면서, "인간이 쓴 것이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글도 AI 생성 확률이 1%에 불과했다.
[isgen] 윤석열 축전 AI 생성 확률 100%, 이재명 글은 20%
▲ 다국어 AI 탐지기인 'isgen’은 윤석열 대통령 축전(위)이 AI 생성 글일 확률은 100%, 이재명 대표 글(아래)은 인간이 썼을 확률이 20%라고 평가했다. |
ⓒ isgen.ai |
다만, 한국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AI 탐지 앱인 isgen.ai는 윤 대통령 축전이 AI 생성 확률이 100%라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앞서 누리꾼이 공개한 AI 생성 확률 86%보다도 높은 결과였다.
반면, 이재명 대표 글은 AI 생성 확률이 20%에 그쳐 사람이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같은 검사 결과 만으로는 윤 대통령 축전을 사람이 썼는지, AI가 썼는지 단정할 수 없었다. 다만, 이 대표 축하 글은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축전과 달리 격식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AI 생성 확률이 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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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축전, 챗GPT로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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