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전기요금 분기당 1조원 초읽기…2년새 81.4%↑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앵커> 최근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하며 전력 수급 문제가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오늘 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는 했지만, 최근 1~2년새 산업용 전기 요금을 대폭 올리며 기업들의 지출도 커진 상황입니다.
오늘 취재현장에서는 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함께 전력 다소비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전 기자,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은 어디입니까. 역시 삼성전자일까요?
<기자> 최근 한국전력으로부터 입수한 '30대 전력 다소비 기업'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매 분기마다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만3577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구매했고, 올해 1분기에는 5661GWh, 2분기엔 6201GWh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5위는 순위가 조금씩 바뀌기는 하는데 현대제철과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포진해 있습니다.
<앵커> 역시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전력 소비량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까?
<기자> 삼성전자의 경우 꾸준히 전력 사용량이 늘고 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2021년 9158GWh에서 2022년에는 1만335GWh, 2023년 1만1278GWh, 올해는 1만2162GWh로 늘었습니다.
3년만에 한전으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량이 32.8% 늘어난거죠.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위 5대 기업의 분기 전력 사용량은 1만1천~1만2천GWh를 수년째 유지 중이고, 30대 기업으로 넓혀봐도 분기 전력 사용량은 2만4천~2만6천GWh 수준입니다.
2022년 3분기에 상위 30대 기업의 전력 사용량이 2만6769GWh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분기에는 2만4260GWh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앵커> 대다수 기업들은 한전으로부터 전력 구매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네요. AI 열풍으로 전력이 부족하다는 건 기우였던 걸까요?
<기자> 미국의 경우 워낙 규모가 큰 테크 기업들이 여럿 있다보니 AI 열풍으로 전체적인 산업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테크 기업들의 규모가 이보다 현저히 작죠.
또, 일부 국내기업들의 경우 LNG와 태양광 등을 통해 전력을 자체 조달하면서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전력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 제조 기업이 전력 소비 상위권에 포진해있어 AI에 따른 전력 사용량의 증가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반도체·파운드리, 가전, AI를 영위하는 종합 IT·제조 기업이다보니 AI 열풍을 만나 전력 소비가 한발 먼저 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은 곧 다가올 미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막대한 전력 소비가 뒤따르는 데이터센터 때문인데요.
현재 통신사와 테크기업들이 차츰 늘려가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가동이 본격화 된다면 수년내 전체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전체적인 산업 전력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았어도 앞서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도 심화됐을 것 같은데요.
<기자>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기업별 전기요금'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전기요금으로 9579억원, 9523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전력 소비량은 17.6%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1조145억원에서 올해 1조9102억원으로 88.2% 증가했습니다.
이는 한전이 산업용 전력 판매가격을 킬로와트(KWh)당 95원 수준에서 여러차례 인상 끝에 160원 수준까지 높인 영향입니다.
실제 전력 소비 30대 기업의 전기요금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겼는데요(4조308억원), 이는 비슷한 전력 소비량을 기록했던 2022년 1분기(2만4942GWh·2조4610억원)보다 1조 5천억원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당장 이번 4분기 전기요금은 동결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여전히 한전의 부채 규모는 상당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요금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하강기로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퍼지는 상황에서 분기 1조, 1년 4조원에 육박하는 전기요금은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