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딸 생일인데...” 교제폭력에 딸 잃은 엄마, 가해자 엄벌 눈물로 호소

“나 살 수 있지, 엄마? 라고 묻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후 치료받다 끝내 숨을 거둔 딸의 어머니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형사부(김영석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상해치사 및 주거침입, 과잉접근행동(스토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 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일명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피해자 부모가 경남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앞에서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이날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등의 진술권 보장을 위해 피해자 20대 B 씨의 모친을 심문했다.

B 씨 어머니는 “오늘은 우리 딸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11월 5일은 우리 딸의 생일”이라며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딸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고 했다.

“대학 졸업하는 것도 출근하는 것도, 결혼해서 손주를 낳는 것까지 봐야 했다. 다른 소중하고 행복한 것을 딸과 함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딸은 피고인에게 맞아 퉁퉁 부은 얼굴과 멍투성이 몸으로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나 살 수 있지, 엄마? 라고 묻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단 걸 여러 차례 경험했음에도 딸의 자취방에 침입해 평소 폭행 습관대로 무자비하게 머리를 폭행해 우리 딸을 뇌출혈로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폭행으로 9건의 경찰 신고를 당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자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거짓 증언을 하며 재판부를 우습게 보고 있다”라고도 했다.

B 씨 어머니는 “피고인은 아직도 우리 딸이 잘못해서 때린 거라 주장하고 있다”라며 “살인 후에도 태연하게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내 잘못이 아닌데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친구에게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런 피고인이 어떻게 반성할 수 있겠냐”며 “우리 딸은 살아올 수 없는데 피고인은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제출한 걸 보니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진다”라고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피고인에 대한 어떠한 선처가 있어선 안 되며 엄벌에 처하길 간청한다”라며 “피고인에게 사법부는 공정한 것이고 죄를 지으면 합당한 벌을 받는다는 걸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거제 전 여자친구 폭행 사망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경남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러 가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재판부에 따르면 일명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피고인 A 씨는 지난 4월 1일 전 여자친구인 20대 B 씨의 자취방에 침입해 자고 있던 B 씨의 몸에 올라타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폭행으로 B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하던 중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A 씨는 2022년 4월께 고등학교 동창인 B 씨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B 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전 B 씨와 헤어진 후에도 14차례에 걸쳐 B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B 씨가 통화에 응하지 않자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과잉접근행위(스토킹)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와 주치의 의학적 소견 등에 따라 피해자가 머리 손상에 의한 전신 반응 염증 증후군으로 숨져 폭행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 구형과 최후 진술 및 변론 등을 듣는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A 씨 측이 요청한 병원의 사실조회 회신이 오지 않으면서 다음으로 미뤘다.

앞서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는 사실조회 회신이 왔고 병원 측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국과수 회신만으로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면 철회할 수 있는데, 꼭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냐”라고 A 씨 측에 물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부담감으로 느끼고 있다”며 “결심을 하되 선고기일까지 사실조회 회신을 받아보고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든지 유의미한 부분에 대해 답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B 씨 어머니는 진술을 통해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는 게 힘들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며 “잘못을 하면 재판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저도 역시 재판에 나오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우리 딸이 너무 그립다”고도 했다.

A 씨의 구속 만료일은 오는 11월 29일이며 이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1시 40분에 열린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까지 병원 측의 회신이 오지 않으면 사실조회 회신 요청을 철회하고 재판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