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결핍으로 인한 집착,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애정 결핍과 집착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오랜 외로움이나 애정 결핍을 느끼거나 그로 인해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저희 상담실에 찾아오신 분도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친구도 별로 없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애인에게 집착하게 된다고 털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애인들에게 집착하다 보면 결국 본인을 떠나갔다면서 한숨을 내쉬셨어요. 그렇다면, 애정 결핍으로 인해 타인에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분들의 특징이나 원인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Q 집착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왜 그런 집착이 생기는 걸까?
사실 집착하시는 분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본인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잘 믿지 못하신다는 점이에요. 부모님과 학교에서의 따돌림 경험이 이런 나 자신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주는 게 당연하겠죠. 먼저 부모님에게서 충분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한 분들은 그 원인을, 혹시 내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면서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라고 오해하시게 되고, 이런 것들이 이제 학교생활을 하다가 따돌림 또는 폭력 행위 같은 것들에 노출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역시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처럼 정리가 되세요. 물론 이 정리가 올바른 정리는 아니죠.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문제가 아니라 보통은 부모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교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이유 없이 미움을 받거나 아니면, 본인이 한 작은 실수가 크게 부풀려져서 그런 안 좋은 일을 경험하시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이제 성인이 된 이후에 경험하시는 것들이 애정 결핍입니다.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줄까에 대해 늘 의문을 가지게 돼요. 그래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겁니다.
Q 집착이 나타나는 양상은?
최근 상담을 해 드린 환자 분도 늘 애인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하게 됐다는 겁니다. 사실 확인할 필요가 없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와 연애를 시작한 거고, 나와 같은 공간에 있거나 나에게 얘기하지 않아도 그 사람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굳이 이걸 내가 일부러 요청을 안 해도 되는데,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내가 요청해야만 되는 행위로 바뀌게 되고, 그래서 확인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은 결국에 또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내가 사랑받기 위해서 요청한 행동 때문에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지금 사연을 보내 주시는 분도 그래서 ‘애인들이 계속 떠나간다.’라고 표현하세요. 내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확인함으로써 사랑이 더 빨리 끝나게 되는 거죠.
Q 어떻게 하면 집착 행동을 고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분에게 지금 제안을 드리고 싶은 건 지금 만약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면, 혼자 있는 시간 동안에 본인의 머릿속에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지 한번 정리를 좀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가만히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 순간에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라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런저런 판타지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5년 뒤에 갑자기 재난이 닥치면 내가 그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공상들이 떠올라요. 저에게 있어서 그런 공상의 역할은 답답한 현실에서 잠깐 판타지 세계로 피해 갈 수 있게 해 주고, 약간의 도파민을 제공해 주고, 내가 그럼 위험한 상황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해 주는 판타지인 거죠.
그런데 애정 결핍이 있는 분들에게 혼자 있는 순간에 올라오는 판타지들은 조금 달라요. ‘내가 완전히 고립되거나 혼자가 되거나 영원히 혼자 살 것 같구나.’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거죠. 혹시 그런 판타지들이 떠오른다면, 왜 이런 판타지들이 떠오르는 건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판타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떠오르면서 내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 있거든요.
다른 하나는, 만약에 이분이 현재 연애를 하고 계신다면 예상을 하고, 기록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이런 것들을 한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연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요. 그때 이제 내 예상이라는 게 있겠죠. 연인이 다른 곳에서 재미를 보고 있구나, 나를 잊거나 바람을 피고 있거나 이런 예상들이 든다면 일단 그걸 적어 보세요. 적어 본 다음에 늘 하시던 대로 확인을 하는 거죠. “지금 뭐 해?”, “어디 있는 거야?”,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실제로 연인 분의 반응을 보고 내 예상 중에 맞았던 게 있는지, 틀린 건 어떤 게 있는지 이런 것들을 구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단순한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그중에 현실인 것이 얼마나 있고, 그냥 내가 과하게 걱정하는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정리가 될 거고, 이런 부분들이 정리가 되면 내가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더라도 ‘내가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더라도 지금 내가 걱정하는 것의 절반 정도만 현실이겠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좀 안정화되는 게 있습니다.
오늘은 집착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왜 생기는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김재옥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