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외풍이 '윤한' 결속시키나…재보선 직후 독대 추진 [정국 기상대]

정도원 2024.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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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독대, 전격 성사 조짐
명태균 사태 등 잇단 악재에 당정 결속 계기
당정 핵심, 8일 상가에서 장시간 머리 맞대
韓 "김건희 여사 공개 활동 자제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3월 경기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직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6일 재보궐선거 직후에 독대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촉발한 외풍으로 여권 공멸의 위기감이 커져가면서, 외부로부터 촉발된 위기가 당정 결속의 계기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독대를 가지라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건의를 최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현재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이며, 독대 시점은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귀국하고 한 대표가 재보선을 치러낸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사이에 극적인 결속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최근 다각도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8일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의 모친상 상가에서 2시간 가까이 기다리다가,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 지원유세 일정을 마치고 상경한 한동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친한계 핵심인 박정하 대표비서실장과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김명연 정무1비서관과 정승연 정무2비서관도 배석했다.

이날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정치 브로커 명 씨의 여과되지 않은 발언이 복수의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송된 날이기도 했다. 여권 공멸의 위기 속에서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의 핵심 인사들이 머리를 맞댈 계기가 자연스레 마련됐던 셈이다.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첫 독대 요청은 추석 연휴 직후였던 지난달 20일에 있었다. 추석 연휴를 지역구에서 보낸 뒤 상경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민심을 수렴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여론조차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독대 요청 사실이 바로 이튿날인 21일에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원전 수주 등 큰 성과를 거둔 체코 순방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으로 가려지게 됐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독대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같은 불쾌감에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독대 요청은 거부됐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용산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가 다시 홍철호 정무수석을 통해 독대를 요청했고, 이후 대통령실을 둘러싼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면서 참모들도 '독대를 하는 게 좋겠다'고 진언하자 윤 대통령도 받아들이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 측 또한 '톤 다운'이 있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사건은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소재로도 쓰일 수 있었지만, 한 대표 측은 '당내 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 사안을 가지고 대통령실과 굳이 각을 세우지 않았다. '명태균 게이트'에 있어서도 한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브로커가 감히 자기에게 어쩌겠냐는 말을 하던데,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독대가 성사되면 이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명태균 게이트'만 해도 윤 대통령 본인은 명 씨와 주로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전후해 두세 차례 만났을 뿐 그 이후에는 뚜렷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여사의 경우에는 명 씨와 언제까지 몇 차례나 어떤 식으로 교신을 했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사가 평소 B~C급 정치권 낭인들과 분별 없이 장시간 연락하며 조언이라는 것을 들어왔던 리스크가 마침내 '명태균 게이트'로 폭발한 것"이라며 "당면한 '명태균 게이트'의 문제는 결국 여사 문제"라고 규정했다.

한 대표는 이날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 행보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권내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적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했다.

윤 대통령 또한 독대 건의를 수락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에 관한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결심이 선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사 리스크'가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이전에 해소될 정무적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외부의 위기가 당정의 수뇌가 결속하는 계기가 된 만큼, 피할 수 없는 국면 속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해볼만하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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