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무엇을 놓쳤나
[한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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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 ⓒ 연합뉴스 |
한국 사회의 경제 담론은 오랫동안 성장주의에 의존해 왔다. "파이를 키워야 나눌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는 정부 정책의 배경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성장률과 삶의 질 사이의 괴리가 이미 구조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두었지만 저출생과 고령화는 재정·산업·돌봄 체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자산 양극화는 계층 이동을 사실상 봉쇄했다. 주거비와 교육비가 가계의 미래 소비를 잠식하는 상황에서 성장률의 개선만으로는 삶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생활 기반의 붕괴와 관련된 문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나 규모보다 '부(富)'라는 개념 자체의 재정의다. 부를 화폐 축적이나 자산 증가로 국한하는 기존 관점은 오늘의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부는 최소한 세 가지 요소를 함께 포함해야 한다. 첫째는 생존의 기초가 되는 물질적 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사회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복지의 시혜적 확대가 아니라, 불안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산업 전략이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연결될 때, 물질적 부는 성장의 결과가 아닌 사회적 권리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신뢰·관계·의미와 같은 사회적·정신적 자본이다. 다수의 개인은 일정 소득을 확보해도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다. 이는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재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의 밀도와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는 주 4.5일제 역시 노동시간 단축의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시민의 시간 자원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는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의 성과 지표 또한 GDP나 임금총량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의 축적 여부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는 미래 세대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생태적 부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전환은 더 이상 환경정책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산업정책, 에너지정책, 금융정책이 동시에 변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다. 생태계를 훼손하며 달성한 성장률은 미래 자원을 현재 소비로 전환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ESG 논의가 산업 전략을 정당화하는 통로가 아니라 생태적 부의 보전 여부를 점검하는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전략이 실질적 도약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숫자의 낙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 이후의 시대는 성장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삶의 질이 기준이 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망의 밀도, 시간 자원의 회복, 불안의 감소, 생태적 지속 가능성 등이 국정 운영의 주요 지표로 포함되어야 한다. 성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보다 더 선행되는 질문은, 우리가 어떤 삶을 '풍요'라고 부를 것인가이다.
한국의 위기는 성장률 둔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성장률이 개선되어도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2026년은 성장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해가 아니라, 성장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존엄, 연대, 생태, 시간이 경제의 핵심 범주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사회는 비로소 '대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융과미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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