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공포 사이…‘도파민 증시’
코스피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내외 증권가에선 여전히 ‘더 간다’는 전망이다. JP모건은 5월 10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9000포인트로 제시했다.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1만포인트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밋빛 전망에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100조원을 넘나드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신고가를 찍는 증시에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도 번진다. 예금은 물론이고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단기 수익과 변동성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도파민 증시’ 흐름이다. 시장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상승장으로 이어졌지만, 방향이 꺾이는 순간 충격 여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쏠림 장세, 급증한 빚투, 불안한 글로벌 매크로 환경 등이 겹치며 시장 체력보다 기대 심리가 앞서고 있다는 경고다. ‘1만피’ 기대감과 함께 커지는 한국 증시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하루 100조씩 거래…‘공포 지수’도 껑충
코스피의 끝없는 랠리에 시장 안팎에선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지수 앞자리가 한 달이 안 돼 바뀔 정도다. 5월 13일 기준, 올해만 매수(8회)·매도(7회) 사이드카가 총 15차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지수 선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 시장 과열을 막으려 발동되는 장치다. 단기간 여러 차례 발동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도 급등하고 있다. 5월 13일 기준 VKOSPI는 76.1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4월 이후 최대치다. VKOSPI는 앞으로 증시가 얼마나 큰 폭으로 움직일지 보여주는 지표다. 보통 증시가 급락할 때 상승해 ‘공포지수’로 불린다. 최근처럼 증시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VKOSPI가 함께 뛰는 건 투자자들이 상승장 지속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해졌다는 뜻이다.

예탁금 회전율 60% 넘기도
증시 열기가 뜨거워지자 시중 자금도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 중이다. 이른바 ‘머니무브’다.
제2금융권에서 예금 이탈 방어에 비상이 걸릴 정도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최근 예금 금리를 잇따라 인상했다. 증시 강세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예금을 해지하고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올해 초 2% 후반대에서 최근 연 3.2%대까지 상승했다. 상호금융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을 중심으로 연 3% 후반대 상품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머니무브로 증시 거래대금은 폭증세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친 국내 증시 거래대금(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은 최근 하루 100조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4일 92조101억원을 기록한 뒤 5월 6일 126조7641억원, 5월 11일 114조8268억원, 5월 12일 119조9667억원, 5월 13일 95조278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4일부터 13일까지 7거래일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107조567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일평균 거래대금(68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테마주 중심으로 거래가 몰렸다면 지금은 시장 전체 회전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며 “상승장에 올라타려는 단기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단기 과열 양상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대표적인 게 ‘예탁금 회전율’이다. 예탁금 회전율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 가운데 실제 주식 거래에 사용된 비중을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대기 자금이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에 빠르게 동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통상 회전율이 40%를 넘어서면 투자 심리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전율은 5월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31.6% 수준이던 예탁금 회전율은 40~50%대로 급등했다. 특히 5월 12일에는 64.3%까지 치솟으며 60%를 넘어섰다. 통상 상승장에서는 회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처럼 단기간에 급등하는 경우는 과열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버핏지수’ 등 다른 지표를 봐도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버핏지수는 증시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실물경제 규모 대비 증시가 얼마나 비싸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워런 버핏이 과거 “시장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단일 지표”라고 언급하며 널리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100%를 넘으면 고평가 구간이다. 5월 들어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의 버핏지수는 240% 안팎이다.

금감원도 ‘증시 변동성’ 경고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량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해당 상품은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ETF’가 아니라 ‘삼성전자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형태다. 하루 단위 수익률을 쫓기 때문에, 중간 변동성이 커지면 방향을 맞혀도 실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오래 들고 가는 투자 상품이라기보다 짧은 구간에서 방향과 속도를 맞혀야 하는 상품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최대 5조원의 자금이 해당 상품에 몰릴 것으로 내다본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례를 적용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유입될 자금 규모는 1조7000억~5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상장 이후 5거래일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기 변동성 급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처럼 단순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만 담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주식(현물)에 더해 선물·파생상품까지 함께 활용해 하루 수익률 2배를 맞추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ETF 운용사는 장중과 장 마감 무렵 관련 주식과 선물을 반복적으로 사고팔게 된다. 특히 상장 초기 자금이 몰릴 경우 이런 매매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 중이라고 밝혔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실에서 열린 자본 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 증시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 투자자 매매 쏠림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 쏠림과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해외에도 유사 상품이 존재하는 만큼 글로벌 규제 정합성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도입한 측면이 있다”며 “상품 출시 전 투자자 교육을 충분히 실시하고 출시 이후에도 매매 패턴과 변동성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이미 고위험·고수익 상품 중심의 공격적 매매 성향이 강해진 상태라는 점도 걱정을 키우는 요소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올해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무려 3.5배 규모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을 두고 국제 기구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서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높은 레버리지 ETF 노출도를 언급하며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지적했다. IMF는 레버리지 ETF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 하락 국면에서 매도세와 변동성이 함께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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