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학식의 배신.."요샌 숨만 쉬어도 텅장" 대학생들 한숨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는 한국외대 2학년생 이모(20)씨는 개강이 반갑지가 않다.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치솟는 물가 탓에 지출은 느는데, 수업을 들으려면 하던 아르바이트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원룸 월세와 공과금을 합쳐 45만원에 생활비까지 합치면 매달 거의 100만원을 쓴다”며 “학원 조교도 하고 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도 자주 하지만 요샌 숨만 쉬어도 ‘텅장’(텅 빈 통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성비 잃은 학식에 학생들 “차라리 편의점”

재료값이 폭등하면서 양 많고 값싼 식사의 대명사였던 학생식당마저 대학생들에겐 안전판이 아닌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1일 학생식당 메뉴들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일반 메뉴는 3500원에서 4000원, 라면과 김밥도 각각 1800원에서 21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족하던 공기밥은 700원이 됐다. 학교 측은 학내 공지를 통해 “최근 식재료 가격 인상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역시 인문캠퍼스 학생회관 학생식당 메뉴의 가격을 기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대, 연세대, 숙명여대 등 대학들은 이미 상반기에 학생식당 밦갑을 500~1000원 올랐다. 연세대생 송모(22)씨는 “학식도 이젠 저렴한 편이 아니다 보니 자취방에 들러서 해먹고 오거나, 시간이 없으면 편의점 김밥으로 떼운다”며 “중고거래를 통해 간편식을 싸게 모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앞 저렴한 식당을 알리는 게시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들은 최근 식재료 원가 급등에 따라 밥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25.9%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취준생 “밥 굶어가며 시험 치러”
취업 준비에 한창인 고학년들은 ‘스펙’ 쌓기 비용도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토익스피킹 응시료는 지난 7월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올랐다. 중국어 능력평가시험인 HSK(중국한어수평고시) 응시료도 지난 3월 시험부터 급수에 따라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만2000원 인상됐다. 중앙대 4학년인 취업준비생 강모(25)씨는 “밥을 굶는다 해도 학원비, 교통비, 시험응시료가 워낙 비싸니 결국 부모님 손 벌리지 않으면 취업준비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며 “인턴 면접이 있어 면접 컨설팅을 받으려고 했지만, 1회에 15만원이라고 하길래 포기했다”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이 늘자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놓지 못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대학생 18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 응답자 89.5%가 2학기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이유를 대학생들은 ‘용돈이 부족해서’(71.6%·복수응답)이라거나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33.5%)라고 답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학식은 최소한의 학생 복지”라며 “대학 측과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라이브서 갑자기 "죄송"…백지영에 '등짝스매싱' 맞은 정석원
- 조부가 맡긴 100억 "못준다"…은행과 3대째 싸우는 가족, 무슨일
- 북한군 총알에 끄떡없다…한국판 '트랜스포머 로봇' 보니 [김민석 배틀그라운드]
- 값 비싸고 귀한 생선 참치…강원 어민들 하루 20t 버린다, 왜
- 1분에 80번 중학생 닦달했다…조주빈보다 악랄한 그놈 수법
- 결혼 앞둔 김연아, 217평 세컨드 하우스 화제…가격 얼마?
- 주문하면 2주 뒤에 맛볼 수 있다...연매출 40억 '손찐빵' 비결 [e슐랭 토크]
- "민주주의 무기고" 찬사 들은 K방산...여기 숟가락 얹는 그들 [뉴스원샷]
- 이재명·김기현도 "반갑다 게이야"…요즘 정치인 필수코스 이곳
- "심장 1.6억에 판다"…대만 발칵 뒤집은 인신매매 소름돋는 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