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한옥 지원금에도…"양옥 짓게 해달라" 서촌 화났다, 왜

“한옥에서 못 살겠어요.”
지난 8일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서울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경복궁 서측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은 "양옥 좀 짓게 해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곳에 주민 130여명이 모였다. 서촌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663채 소유주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다.
서촌 일대는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던 재개발 예정 지역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노후·불량주택 지역 가운데 299곳을 단계적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촌도 그 중 하나로, 600가구 규모로 12층짜리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오세훈 시장은 정비계획안을 불허하면서 한옥보전 선언을 했다. 이어 2010년 서촌 일대는 한옥보전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신 서울시는 한옥을 신축하거나 수리할 때 면적에 따라 융자금을 포함해 최대 1억8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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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공사비 3.3㎡당 2000만원 넘어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한옥 공사비가 3.3㎡당 2000만원이 넘는 데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서울시의 전통한옥을 강조한 디자인 규제를 따라야 해서다. 서촌의 한옥을 증여받은 김상현(61)씨는 “2010년 서울시의 보조ㆍ융자금으로 1억 2000만원을 지원 받아 한옥을 수리해 살려고 했는데 총 공사비가 3억4000만원이 나와 포기하고 한옥스테이 기업에 장기 임대를 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옥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서촌에 50년째 사는 황도하(67)씨는 “서울시가 한옥보전구역으로 지정할 때 주차장 건립이나 노후한 하수도관 정비 등 인프라 개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보도블럭을 화강암으로 바꾼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며 “결국 보존이 아니라 방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이 떠나 버린 한옥은 기업형 한옥스테이(한옥체험업)로 바뀌고 있다. 종로구에 따르면 한옥체험업을 하는 서촌의 한옥은 총 85채다. 이곳 한옥 663채 중 13%에 달한다. 한옥마을이 한옥체험살이촌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넘게 비어 있는 공공한옥
서울시의 한옥정책이 현장과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시는 2019년 도시재생사업 차원으로 서촌의 한옥 한 채(대지면적 145.5㎡)를 매입해 청년을 위한 한옥임대주택으로 고쳤다. 사업비가 15억원이 넘게 들었지만, 2022년 1인 가구가 월 임대료 200만원을 내며 1년간 살았고 이후 비어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S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다음 달에 임대를 위한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촌 주민 이모(42)씨는 “서울시가 십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인 가구를 위한 한옥 임대주택을 왜 운영하려 했는지, 누구를 위한 한옥 정책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회 이응주 의원은 “서울시는 한옥보존을 외치면서 정작 한옥에 거주하는 주민은 외면하고 있다”며 “주민협의회를 결성해 한옥보전구역 규제 해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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