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날 궂으면 찌릿찌릿, 근데 송전선로 또 설치?"
[무주신문 이진경]
▲ 지난 14일 전북 무주 부남·설천·무풍 3개 지역에서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 등 2개 건설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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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전북 무주 지역에서도 첫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무주신문>이 지난 9월에 관련 내용을 지면에 보도한 뒤, 한 달여 만인 지난 14일 부남·설천·무풍 3개 지역에서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 등 2개 건설사업 설명회'가 진행됐다(관련 기사 :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https://omn.kr/2a94l ).
이날 설명회는 지역 이장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론 수렴이 아닌 그저 사업을 홍보하는 자리에 그쳐 빈축을 샀다. 형식적인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첫 설명회가 진행된 부남면행정복지센터. 한국전력공사 남부건설본부 송전건설부 측 담당자가 나와 사업개요와 주민주도 입지선정 제도, 사업 추진 계획 등에 대해 10분간 설명했다. 이마저도 지자체 사업대상지역의 주민 대표들이 참여, 구성될 '주민주도입지선정 제도'에 포커스를 맞춘 설명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 한전 담당자는 '현재는 사업대상지역만 나와 있을 뿐 실제 송전선로가 지나는 구간은 그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추후 구성될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적 경과지가 정해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곧바로 무주군 산업경제과 에너지팀에서도 주민 대표 선출을 위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 무주군 관계자는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사업은 산자부의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으로 안 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일부 참석자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 지난 14일 전북 무주 부남·설천·무풍 3개 지역에서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 등 2개 건설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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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이장은 "비가 올 때 근처만 가도 전기가 찌릿찌릿 온다. 뭔가 땅 밑으로 전력이 흐르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면서 "농사지으면서 이런 현상을 많이 느낀다. 날이 궂으면 근처에도 안 간다"고 말해 장내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 역시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전자파 유해성, 환경 파괴 등을 우려했다. 이들은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선 전기도 연결되지 않은 형광등이 켜지는 걸 TV에서 본 적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일상생활에서의 전자파 측정값과 실제 전기가 통하고 있는 송전선로 바로 지하에서 전자파를 측정했을 때, 송전선로 전자파 측정값이 실제로 덜 나온다"고 설명했지만, 참석자들은 송전선로 안전성에 대한 걱정을 거두지 않았다.
한전에 따르면, 일반 전신주의에 흐르는 전류는 2만 볼트. 34만5000볼트와 비교하면 일반 전신주에 흐르는 전류의 20배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셈이다.
강명관 부남면장도 "주민들은 송전선로 전자파 유해성 여부에 관한 정보를 대개 언론을 통해 접하다보니 안전이나 건강 문제가 주로 대두되고,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입지 선정은 나중의 문제다. 송전선로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거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줘야 주민들이 동의를 하든,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강 면장은 이 자리가 허울뿐인 형식적인 자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내가 사는 집 앞에, 내가 농사짓는 땅에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라. 주민들에게 왜 이 사업을 진행해야 되며, 사업을 진행해도 이상이 없다는 걸 충분히 이해시키는 게 먼저 아니겠냐. 그러한 이해가 없으면 주민들은 반대 할 수밖에 없다. 오늘 자리는 사업을 한다고 그저 홍보하는 거 외에 아무 의미도 없는 자리다."
▲ 지난 14일 전북 무주 부남·설천·무풍 3개 지역에서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 등 2개 건설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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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수 덕지리 상덕마을 이장은 "사업설명회가 아니라 통보하는 자리 아니냐. 무주군 전체를 (초고압 송전선로가) 관통하는 데 이제 와서 삐쭉 통보하는 설명회는 말이 안 된다"면서 "일단 설치가 되고나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전에서, 정부에서 책임 지겠냐"고 반발했다.
일련의 형식적 설명회 지적에 대해, 한전 남부건설본부 측은 "오늘 자리는 사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려드리는 자리로, 이번이 끝이 아니다. 추후 결정된 경과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를 2~3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라고 답변하며, 서둘러 설명회를 마쳤다.
▲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위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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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역은 전북의 무주·진안·장수 3개 군을 비롯해 충북 영동군, 충남 금산군, 경남 함양·거창군 경북 김천시 등 5개도, 8개 시·군, 37개 읍면동을 포함한다. 전북 무주 지역에선 6개 읍·면 전 지역이 사업 예정지에 속한다. 즉, 345kV의 고압 전류가 송전선로를 통해 무주 6개 읍·면 모두를 관통한다는 말이다. 준공 목표는 2031년 12월.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국가 에너지 안보의 확립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계통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산업통산자원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맞춰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기후 위기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전력망 구축' 계획도 담겼다.
정부와 한전은 호남지역의 경우 약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상업운전 중에 있으며,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32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호남지역 계통에 추가 연계될 예정으로 지역 내 전력수요 대비 발전력 과다가 전망되는 바, 서해·호남지역의 잉여 발전력을 에너지가 부족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지역 간 대규모 송전선로 추진 계획을 세웠다.
산업통산자원부의 '호남지역 주요 전력망 보강 계획'을 보면, 정부와 한전은 345kV 5개 루트 및 서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직접 수송하는 HVDC 방식 2개 루트 선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345kv 신장수-무주영동PPS/Y 송전선로'도 이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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