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여성 10명 중 9명 ‘비흡연자’…“국가검진으론 못 찾아” [쿠키인터뷰]
박선혜 2024. 10. 7. 06:06
한국폐암환우회 조정일 회장·이희정 이사 인터뷰
국가검진 엑스레이만으론 확인 어려운 종양
“비흡연자도 선별검진 대상에 포함시켜야”
검진 사각지대 해소·선제적 관리방안 모색 필요성 제기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약 85명의 환자가 폐암을 진단 받는다. 특히 여성 환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2018년~2022년)사이 여성 폐암 환자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87.5%)이 ‘비흡연자’라는 사실이다. 흡연자가 주로 폐암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인식과 달리, 비흡연자 역시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폐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위험한 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조기 검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검진은 폐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엑스레이(X-ray)만 제공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실질적 검사는 장기 흡연자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는 비흡연자였으며 건강했고, 워낙 밝은 성격이라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4년 전 엑스레이 촬영 결과 ‘작은 흔적은 있으나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이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땐 ‘더 정확한 결과를 알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종합검진 결과가 정상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조 회장은 “시간이 지나 검진을 받았는데, 그땐 이미 4기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너무 늦게 발견해 치료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는 “종합판정에 정상이 아닌 ‘진단 미정’ 또는 ‘질환 의심’이라고 표기했다면 당연히 추가 검사를 받았을 텐데, 4년이 지나서야 말기암 판정을 받은 것이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희정 한국폐암환우회 이사 역시 비흡연자이면서 폐암 환자다. 이 이사는 지난해 폐암을 진단 받고 현실을 직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마른 잔기침이 두 달간 지속돼 병원에 갔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며 “유방암이나 난소암이라면 납득이 됐을 텐데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내가 폐암이라고 하니 청천벽력과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폐암의 증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또 조금이라도 빨리 진단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크다. 현재 완치가 아닌 관해를 목표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폐암은 여성 유병률이 높지만, 다른 여성암에 비해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는 편이다. 기침, 가래 등 증상이 이어져 병원을 찾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폐암을 진단 받은 국내 비흡연 여성 중 43.4%는 4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폐암은 가족력, 간접 흡연, 미세먼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이나 주방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기름 연기 속 발암물질도 폐암의 원인 중 하나다.
“비흡연자 CT 촬영, 검진에 포함해야…치료제 접근성 확대도 필요”
환우회는 ‘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LDCT)을 포함한 조기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 54세에서 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만 LDCT를 지원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보다 폐암 진단율이 높은 대만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비흡연자 중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LDCT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있다.
조 회장은 “LDCT를 통해 1기에 폐암을 진단 받고, 수술과 함께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로 미세잔존암(암 치료 후 남은 소량의 암세포)을 관리한다면 완치의 길을 기대할 수 있다”며 “관건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기 검진을 위해 LDCT가 고려돼야 한다”며 “방사선 피폭 우려나 재정 부담이 있다면 50세 이상부터 5년에 한번이라도 LDCT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환자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환우회는 지난 3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여성의 폐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렁리브더퀸’(Lung Live the Queen)의 출범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여성 건강 및 조기 검진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가 많아야 하며, 정부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공익 광고, 지역별 강좌, 각 병원 포스터 비치 등을 이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치료제 접근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 회장은 “폐암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보험 급여 적용 속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조기 진단, 신약 도입 등에 대한 환우의 입장과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소통 창구를 다각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했다.
폐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했다. 조 회장은 “암은 병원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자연 치료,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는 마음 치료를 잇는 3중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암에 걸리면 의료진과 병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상을 변화시키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폐암의 위험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비흡연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여러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고 환우회도 함께하고 있으니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며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국가검진 엑스레이만으론 확인 어려운 종양
“비흡연자도 선별검진 대상에 포함시켜야”
검진 사각지대 해소·선제적 관리방안 모색 필요성 제기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약 85명의 환자가 폐암을 진단 받는다. 특히 여성 환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2018년~2022년)사이 여성 폐암 환자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87.5%)이 ‘비흡연자’라는 사실이다. 흡연자가 주로 폐암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인식과 달리, 비흡연자 역시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폐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위험한 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조기 검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검진은 폐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엑스레이(X-ray)만 제공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실질적 검사는 장기 흡연자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는 비흡연자였으며 건강했고, 워낙 밝은 성격이라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4년 전 엑스레이 촬영 결과 ‘작은 흔적은 있으나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이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땐 ‘더 정확한 결과를 알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종합검진 결과가 정상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조 회장은 “시간이 지나 검진을 받았는데, 그땐 이미 4기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너무 늦게 발견해 치료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는 “종합판정에 정상이 아닌 ‘진단 미정’ 또는 ‘질환 의심’이라고 표기했다면 당연히 추가 검사를 받았을 텐데, 4년이 지나서야 말기암 판정을 받은 것이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희정 한국폐암환우회 이사 역시 비흡연자이면서 폐암 환자다. 이 이사는 지난해 폐암을 진단 받고 현실을 직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마른 잔기침이 두 달간 지속돼 병원에 갔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며 “유방암이나 난소암이라면 납득이 됐을 텐데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내가 폐암이라고 하니 청천벽력과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폐암의 증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또 조금이라도 빨리 진단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크다. 현재 완치가 아닌 관해를 목표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폐암은 여성 유병률이 높지만, 다른 여성암에 비해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는 편이다. 기침, 가래 등 증상이 이어져 병원을 찾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폐암을 진단 받은 국내 비흡연 여성 중 43.4%는 4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폐암은 가족력, 간접 흡연, 미세먼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이나 주방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기름 연기 속 발암물질도 폐암의 원인 중 하나다.
“비흡연자 CT 촬영, 검진에 포함해야…치료제 접근성 확대도 필요”
환우회는 ‘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LDCT)을 포함한 조기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 54세에서 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만 LDCT를 지원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보다 폐암 진단율이 높은 대만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비흡연자 중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LDCT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있다.
조 회장은 “LDCT를 통해 1기에 폐암을 진단 받고, 수술과 함께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로 미세잔존암(암 치료 후 남은 소량의 암세포)을 관리한다면 완치의 길을 기대할 수 있다”며 “관건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기 검진을 위해 LDCT가 고려돼야 한다”며 “방사선 피폭 우려나 재정 부담이 있다면 50세 이상부터 5년에 한번이라도 LDCT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환자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환우회는 지난 3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여성의 폐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렁리브더퀸’(Lung Live the Queen)의 출범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여성 건강 및 조기 검진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가 많아야 하며, 정부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공익 광고, 지역별 강좌, 각 병원 포스터 비치 등을 이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치료제 접근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 회장은 “폐암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보험 급여 적용 속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조기 진단, 신약 도입 등에 대한 환우의 입장과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소통 창구를 다각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했다.
폐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했다. 조 회장은 “암은 병원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자연 치료,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는 마음 치료를 잇는 3중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암에 걸리면 의료진과 병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상을 변화시키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폐암의 위험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비흡연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여러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고 환우회도 함께하고 있으니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며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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