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너무 행복해 시한부 숨겼다"…칠곡 할매래퍼 안타까운 근황
“랩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암에 걸린 것을 숨겼습니다.”
평균 연령 85세의 8인조 래퍼 그룹인 ‘수니와칠공주’의 멤버 서무석(87) 할머니가 래퍼 활동을 위해 암 투병을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부터 래퍼 활동을 하던 중 몸의 이상을 느껴 대학 병원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1월 림프종 혈액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서 할머니에게 시한부 3개월 판정까지 내렸다.
혈액암 판정받았지만…활동 전념
하지만 서 할머니는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 활동을 더는 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수니와칠공주는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경북 칠곡군의 래퍼 그룹이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85세에 달해 ‘할매 래퍼’라고 불린다. 짧은 활동 기간에도 로이터통신 등 세계 주요 외신에 소개되고 대기업 광고 모델로도 선정됐다.
수니와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들이 한글 공부를 하다 우연히 만든 래퍼 그룹이다. 할머니들은 한글 공부를 하다 인터넷에서 랩 공연을 접했고 한글 선생님에게 랩을 배워 그룹을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창단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받자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인기 비결은 할매 래퍼들의 인생 애환이 담긴 랩 가사였다.
혈액암 판정에도 수니와칠공주 멤버로 열심히 활동했던 서 할머니는 의사가 예측한 3개월을 훌쩍 넘겨 9개월 넘게 래퍼 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갑자기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지금은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가족들 “랩 하는 행복감으로 투병”
전씨는 또 “어머님은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시고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며 “어머님이 랩을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칠곡군과 랩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니와칠공주와 각별한 인연은 이어온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라고 했다.
“건강 되찾길”…이어지는 응원들
원조 할매래퍼 배우 김영옥씨는 “만나서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며 “저의 팬이니 부탁을 들어주셔야 한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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