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느린 시간과 함께하는 강릉 주택 ‘장유헌’

Architects Corner

전원에 주택을 결심한 이유만을 전한 채 모든 것을 위임한 건축주 부부, 이들을 위해 우리는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곳이 화려한 장식보다는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한 형상으로 비치길 바랐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아르키움│사진 박영채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강릉시 유천동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930㎡(281.33평)
건축면적 185.11㎡(55.99평)
연면적 225.74㎡(68.29평)
지하 60.59㎡(18.33평)
1층 178.88㎡(54.11평)
2층 46.86㎡(14.18평)
건폐율 19.90%
용적률 24.27%
설계기간 2020년 9월 ~ 12월
시공기간 2021년 5월 ~ 2022년 2월

설계 아르키움 02-2214-9851~4
archium1986@naver.com
시공 박고수

MATERIAL
외부마감
외벽 - 노출콘크리트
데크 - 석재타일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도장
(벤자민무어)
내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도장
(벤자민무어)
바닥 - 원목마루
단열
지붕 - 우레탄폼 뿜칠
외벽 - 우레탄폼 뿜칠
창호 시스템창호(필로브)
주방가구 에넥스, 다온퍼니처(이현미)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현관으로 들어와 가장 처음 마주하는 공간인 주방과 살짝 꺾여 이어지는 식당

인연이 닿아 만난 건축주 내외는 도시를 떠나려는 이유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라 했다. 사업 효율을 위한 도시의 거주방식을 뒤로하고 전원의 느린 시간과 함께하는 여유를 갖고 싶다 했다. 그리고 집에 관한 모든 것을 위임할 터이니 식구들이 모일 때 필요한 주차공간의 여유만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공간 구성이나 기능 해결은 자신들의 몫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양쪽 창호를 통해 거실은 외부인 듯 내부인 듯 주변 자연과 유연하게 소통한다.
양쪽 창호를 통해 거실은 외부인 듯 내부인 듯 주변 자연과 유연하게 소통한다.
양쪽 창호를 통해 거실은 외부인 듯 내부인 듯 주변 자연과 유연하게 소통한다.

자연에 일상을 연결한 집
대지는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골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긴 형태를 가진다. 이곳에서 집은 앞산이 가리고 있는 남향을 마주하기보다 떠오르고 저무는 햇빛이 뜰에 내리는 풍경 속에 자리한다. 일상의 마디마디가 자연의 시간과 동조할 수 있다면 도시를 벗어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집이 대지 위에 떠 있는 것은 대지에 일상의 공간을 겸손하게 연결하는 하나의 연출이다.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는 닫아서 막아야 할 당위성과 열어서 이어야 할 필연성 사이에서 모순을 만든다. 해법은 툇마루의 형식으로 경계를 공간화하는 것이다. 정원은 의도된 마당이 아닌, 가운데 앉힌 집으로 나뉜다. 조각난 외부가 됐지만 투명하게 열린 내부와 이어지며 다시 하나가 된다.

비탈 대지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스킵플로어를 적용한 복도에는 계단이 있다.
다양한 각도로 선이 교차되는 계단실은 소박하면서 동시에 모던하다.
건물이 대지 위에 떠 있는 것은 일상을 자연에 겸손하게 잇는 건축가의 연출이다.
실내(거실)와 실외(자연) 사이에 데크를 계획했다.
건물이 대지 위에 떠 있는 것은 일상을 자연에 겸손하게 잇는 건축가의 연출이다.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내외부
완만하게 비탈을 따라 공간도 오르내리며 크고 작은 영역을 만든다. 길게 늘인 공간은 땅의 높이와 함께 두세 단의 차이를 만들며 이어진다. 극적인 긴장을 조성하기보다 평이하게 이완된 느낌으로 내외부가 하나의 공간으로 감각되기를 의도했다. 기교를 동원한 디테일과 텍스처를 가능한 절제하고 수수하고 순수한 방식을 통해 형태가 아닌 형상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수동적인 마당이 아니라 주변을 아우르는 능동적인 공간감으로 자연을 대할 수 있다면 건축의 완성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가늠될지도 모른다. 안과 밖을 둘로 나누는 이분법을 치우고 서로 이어지도록 공간을 열었다. 그것이 이 땅에 어울리는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지 형태에 맞춰 꺾이고 건축가의 연출로 살짝 들린 주택 모습은 풍경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대지 형태에 맞춰 꺾이고 건축가의 연출로 살짝 들린 주택 모습은 풍경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건물이 대지 위에 떠 있는 것은 일상을 자연에 겸손하게 잇는 건축가의 연출이다.
건물이 대지 위에 떠 있는 것은 일상을 자연에 겸손하게 잇는 건축가의 연출이다.

건축에서 형태는 공간 구조가 만든 부수적인 결과물이지 의도된 목적물이 아니다. 스스로 그리된 것이 자연이라면 건축 역시 그리되는 것이 순리다. 자연과 대비되기보다 그것의 일부이려면 생긴 대로 나타난 무성 무미의 결과가 본질이 아닐까 싶다.

김인철_아르키움 대표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엄덕문 문하에서 실무를 시작한 뒤 1986년 아르키움(archium)을 설립했다. 4/3그룹에 참여했고 국가건축정책위원, (사)서울건축포럼 의장, 부산광역시 총괄건축가로 활동했다. ‘열림’을 화두로 작업하며 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수근문화상 등과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에는 김인철건축작품집(1989), 김옥길기념관(1999), 대화(2002), 공간열기(2011), 바람을 품은 돌집(2014), 바우지움(2016), 오래된 모더니즘-열림(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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