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하기 쉬운 손상 – 손가락 인대 손상 [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겨울이 가까워지면 기온 저하로 인해 손이 쉽게 굳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시기에 손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은 채 활동하다 보면, 특히 손가락을 사용하는 운동 중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 농구나 배구처럼 손가락으로 직접 공을 다루는 종목뿐 아니라 야구나 테니스, 심지어 축구처럼 순간적으로 땅을 짚거나 공을 막는 운동 그리고 유도·씨름·주짓수 같은 유술 운동에서도 손가락이 비틀리고 꺾이며 인대 손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증상은 주로 손가락의 마디가 붓고 멍이 들거나, 관절이 흔들리는 느낌이 느껴진다. 어떤 환자는 이를 단순한 염증으로 여겨 염증 치료만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초음파 검사에서 “인대가 찢어졌다”는 소견에 당장 수술해야 한다며 내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가락 인대 손상은 단순 염증이나 타박상과는 다르며, 조직의 치유 과정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손가락 인대 치유의 핵심: 시간과 적절한 고정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하며 손가락 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측면을 지지하는 ‘측부 인대’와 손가락이 뒤로 과하게 젖혀지는 것을 막는 ‘수장판’이 핵심 구조물인데, 이곳이 손상되면 인체는 일정한 치유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손상 직후 72시간 동안은 혈소판과 피브린이 모여 출혈 부위를 메우고 일부 손상 조직을 정리한다. 이후 약 4주 동안 면역세포에서 성장인자가 분비되고 염증세포가 모이면서, 비정상적인 콜라겐이 손상 부위를 감싸는 임시 ‘보수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4주에서 1년에 걸쳐 이 콜라겐이 정상 구조로 서서히 대체되며 인대가 단단해지고 기능을 되찾는다. 즉, 초기에 나타나는 염증 반응은 치유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므로 이 시기에 흔히 말하는 ‘염증 주사(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다. 다만 경구용 소염제는 인대 치유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가락 인대 손상 정도와 시기에 따른 ‘골든타임’
손가락 인대 손상은 의학적으로 3단계로 나눈다. ▲멍 없이 비틀린 느낌과 통증만 있는 ‘1도 손상’은 약 6주간 간헐적 고정을 시행한다. ▲멍과 부기, 통증이 동반되고 약간 흔들리는 ‘2도 손상’은 12주 정도의 보호 치료가 필요하다. ▲관절이 명확하게 흔들리는 ‘3도 손상’은 완전 파열로 간주되며 보존적 치료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엄지는 기능적 중요성이 커서 2도 손상이라도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술은 시기가 중요하다. 손상 후 6주 이내라면 인대를 원래 자리로 봉합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6주 이상 지난 후 내원하면 인대가 원래 형태를 잃고 질이 떨어져 단순봉합이 쉽지 않다. 이때는 팔의 다른 힘줄을 일부 채취해 ‘인대 재건술’을 해야 하는데, 재건술은 봉합술보다 과정이 복잡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손가락 부상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이유다.
‘망치수지’와의 구별이 중요
한편 구기 운동에서 자주 발생하는 손가락 손상 중에 ‘골성 혹은 건성 망치수지가 있다let finger)’가 있다. 이는 손가락 끝이 갑작스럽게 굽혀지며 신전건이 붙어 있는 뼈나 힘줄이 손상되는 경우로, 엄밀히 말해 인대 손상이 아니라 뼈와 힘줄 손상이다. 치료 방식 또한 전혀 달라서, K-강선을 이용해 뼈를 고정하거나 약 12주간 보조기를 착용해 관절을 ‘완전히’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대 손상과 힘줄 손상은 반드시 구별해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삐었다’는 느낌뿐이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손가락 인대 손상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염좌처럼 보여도, 손상된 시기와 정도, 동반된 흔들림 여부, 그리고 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치료 접근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2~5수지는 버디 테이핑, 엄지는 보조기를 이용한 간헐적 고정이 원칙이며, 1도 손상은 6주, 2도 손상은 12주, 3도 손상은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이다. 수술 방법 또한 손상 후 6주 이전이면 봉합술을, 6주가 지나면 재건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골절이나 힘줄 손상과의 감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겨울철 손가락이 삔 듯한 느낌이 들거나 멍·통증·부기·흔들림이 있다면 지체없이 수부외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손가락 손상 단계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후유증을 막는 지름길이다.
/기고자: SNU서울병원 곽상호 원장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표 어깨 통증인 회전근개 파열 방치하면 인공관절까지… 조기 진단 필요
-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운동, 언제부터 해도 될까?"
- 통증을 넘어 빠른 회복으로… 직접전방수술과 PENG 신경차단 병행, 고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
- "반복되는 발목 인대 손상,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무릎 퇴행성 관절염,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 ‘어쩌다 한 번 많이 마신’ 술이 간에 흉터 남긴다
- 치매 의심 때, 신경과와 정신과 중 어디로 가야 하나요?
- 변비 있을 때 약 말고… 저녁 10분 ‘이것’이면 충분
- “마음 편해지는 음식” 정신과 전문의가 평소 먹는 것들
- 옆 동네 산책하면 ‘이것’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