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모욕” “창조적”…AI ‘진주귀걸이 소녀’ 논쟁

김성훈 2023. 3.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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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가 그린 그림이 네덜란드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예술계에 논쟁이 벌어졌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방해 만든 이 그림이 전시된 것을 두고 예술가들은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작가 율리안 판 디컨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한 그림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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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AI 프로그램으로 재탄생…네덜란드 미술관서 이벤트성 전시
네덜란드 예술계서 갑론을박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오른쪽 사진)와 율리안 판디컨의 ‘진주와 함께 있는 나의 소녀’.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율리안 판디컨 인스타그램 캡처


인공지능(AI)가 그린 그림이 네덜란드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예술계에 논쟁이 벌어졌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방해 만든 이 그림이 전시된 것을 두고 예술가들은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해당 미술관 측은 “이러한 과정도 창조적인 것”이라고 맞섰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작가 율리안 판 디컨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한 그림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에 전시됐다. 해당 그림은 터번을 쓰고 있는 여성의 모습, 고개를 살짝 틀어 왼쪽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는 표정, 큰 귀걸이 등이 원작과 유사한 모습이다. 다만 원작과 달리 인물이 마치 실제 사람을 보는 듯하고, 큰 귀걸이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은 네덜란드의 거장 페르메이르가 1665년 완성한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10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 특별전이 열리자 작품을 빌려준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은 빈자리를 대체할 모작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던 판 디컨이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의 이벤트 소식을 듣고, AI로 작업한 그림을 출품했다. 판 디컨은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인 ‘미드저니’(Midjourney)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전시에서는 ‘진주와 함께 있는 나의 소녀’(My Girl with a Pearl)라는 작품명으로 소개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추이스 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AI로 제작한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이 그림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방해 탄생했다. AFP 연합뉴스


미술관 측은 이벤트에 출품된 30482점 중에서 170여점을 원작이 있던 전시실에 디지털 형식으로 전시했다. 그리고 5점을 엄선해 출력본을 전시했는데, 여기에 판 디컨의 작품도 포함됐다. 판디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물관에서 내 작품을 보는 것은 초현실적이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예술계에서는 과연 AI의 작품이 예술에 속하는지, 다른 유서 깊은 명작들과 함께 미술관에 걸릴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작가 이리스 콤핏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페르메이르의 유산은 물론 활동 중인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건 AI 도구가 다른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며, 그림 자체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네덜란드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입구에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광고를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측은 “이것이 멋진 그림이며, 창조적인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공보담당 보리스 더뮈닉은 “예술이 무엇인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논란의 여지는 인정하면서도 “작품을 선정한 이들은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해 AI 미드저니로 제작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에 1위에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전적으로 미드저니로 그린 만화 ‘사이버펑크 모모타로’가 출간돼 마찬가지로 논란이 일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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