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엑기스만 담았다…尹도어스테핑 멈추자 참모들 고심 왜
“여러분, 지금 집의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십니까?”
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도어스테핑 발언이다. 6·1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윤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경제 위기를 비롯해 우리 마당이 태풍의 권역에 들어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든 언론사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순식간에 정국의 이슈는 정치가 아닌 경제로 뒤덮였다.
尹에게도 효과 높았던 도어스테핑
21일 잠정 중단된 도어스테핑은 이처럼 윤 대통령에게도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이었다. 실언 논란이 종종 있었지만,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경제 위기 대응책은 물론, 전술핵 논의를 거론하거나 카카오톡 독점 사태를 질타하며 정국을 주도했다.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뒤 대통령실 내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이유다. 언론의 취재 기회가 줄어든 만큼, 대통령실 역시 ‘메시지 공백’을 메워야 하는 숙제가 생겨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소통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도어스테핑을 대신할 다양한 메시지 수단을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준비할 때마다 ‘어젠다 세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내부에서 가장 큰 공백을 우려하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은 간단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수석실별로 다음날의 주요 현안을 취합했다. 그중에도 ‘그날의 엑기스’를 정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새벽 1시를 넘긴 적도 있었다. 윤 대통령의 승인이 나더라도, 아침에 다시 회의를 거쳐 메시지를 다듬었다. 그 결과물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모두발언이었다.
그날의 엑기스만 담았다
카카오톡 독점사태 질타와 전술핵 언급, 북한 ICBM발사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협력과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시장 안정 방안까지. 추리고 추려진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됐다. 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라 더욱 무게가 실렸다. 경제뿐 아니라 MBC와의 갈등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이른바 ‘윤심’이 확인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은 그날 논평의 바로미터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국민 접촉과 언론 브리핑 횟수를 늘리고 SNS를 통해 소통의 총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실은 외교 현안과 관련해선 ‘트위터’를 활발히 사용하는 추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이 유권자와 소통하고 만나며 메시지를 냈던 일정 등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기자들과 진지하게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토론 다운 토론을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며 “그런 취지가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MBC와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잠정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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