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가 피신해 목숨 건졌다는 곳, 여기네요
[운민 기자]
▲ 이집트로 피난온 아기예수가족들 이집트로 피난 온 아기예수 가족들 |
ⓒ 운민 |
하지만 이 도시를 처음 찾는 여행객들에게 카이로는 썩 좋은 인상은 아니다. 길을 한발 떼기 무섭게 사방에서 차들이 일제히 클락션을 울려대고,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선 흙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객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접근하는 일도 잦다.
이 도시에 지쳐 피라미드가 있는 나일강 서편이나 남쪽 룩소르, 아스완으로 도망치듯 서둘러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이곳에 며칠 머물다 보면 카이로의 매력에 빠질지도 모른다. 21세기와 중세가 공존하는 이집트의 수도는 도처에서 다양한 시대와 종교를 가진 유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 콥틱교 성경 콥트박물관에 전시된 콥트교의 성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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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빌론요새 카이로의 역사가 시작된 바빌론요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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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혼돈의 도시에서 어디를 먼저 가야 할까? 카이로의 첫 역사가 시작된 올드카이로부터 그 여정이 시작된다. 도로는 늘 정체되어 있고, 인도와 차도의 경계도 불분명한 이곳에서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은 보증이 완벽하다. 대도시의 명성에 비해 다니는 노선은 3개뿐이지만 우리가 갈 올드카이로는 전철로 쉽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역인 마르 기르기스역에 내리자마자 담벼락 너머로 지붕 위 십자가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집트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보이는 이슬람사원이 아닌 기독교, 이 나라의 전통교회인 콥트교회인 것이다. 서기 65년 신약성경의 마가복음을 저술한 마가(마르코)에 의해 기독교가 전파된 이래 이슬람이 도래하기 전까지 이 나라의 대부분은 믿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 콥트박물관 1910년에 세워진 콥트박물관, 초기기독교의 역사를 주로 전시하고 있다. |
ⓒ 운민 |
역을 나와 마주치는 성벽유적은 고대 로마인이 건설한 바빌론 요새다. 천년도시 카이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오래된 건물은 콥트교회의 화려했던 성화 등 성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콥트박물관이다.
고대 이집트의 호루스, 세트신이 자리했던 신상을 치우고 신전의 새로운 주인이 된 콥트교는 원시기독교의 색채를 간직하고 있었다. 성경부터 화려한 성화에 이르기까지 유물을 살펴보며 그들이 지녔던 종교적인 열의가 내 가슴 속으로도 와 닿는 듯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북적이던 고대 이집트 박물관과 대조적으로 찾는 이가 무척 뜸했다. 한동안 꺼져있던 전시관의 불이 켜진다. 뒤늦게 직원이 여길 살펴보려는 필자를 발견한 것이다. 사막의 고독한 수행자의 마음으로 유물을 차분히 살펴보았다.
▲ 공중교회 고대 바빌론 요새의 기단위에 세워진 공중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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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조지교회 그리스정교회 소속의 성조지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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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예수피난교회 아기예수의 가족들이 숨어살았던 아기예수피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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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한 제단만 올려졌지만 신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장소다. 올드카이로 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콥트교 지역은 이집트 군인의 엄중한 경호를 받고 있다.
이 지역 교인들은 쓰레기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집트 최대의 기업 오라스콤 회장을 배출하는 등 교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경제난이 가중되어 두 차례나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던 이집트는 민중의 불만이 점차 수면 위로 오르고 있고, 종교적인 갈등도 확산될 염려가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도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강연, 프로젝트, 기고문의는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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