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1위팀의 굴욕 맞을까... KCC는 함박웃음

이준목 2024. 4. 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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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4강 PO 3차전, KCC가 제압

[이준목 기자]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앞세운 '슈퍼팀' 부산 KCC가 또다시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를 제압하고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뒀다. 4월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4강 PO 3차전(5전 3선승제)에서 KCC는 DB를 102-90으로 제압했다.

라건아가 27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최준용이 25점, 허웅이 19점 4어시스트, 송교창이 10점 6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주전들이 고르게 제몫을 다했다.

이로서 KCC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다시 앞서나가며 1승만 더 거두면 대망의 챔프전 진출을 달성하게 된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 1승 1패 이후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무려 90.5%(21번 중 19번)에 달한다.

진가를 발휘하다

'봄농구'에 접어들며 KCC가 자랑하는 국가대표 라인업의 힘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KCC는 막상 정규시즌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한데다 조직력이 정비되지않아 이름값에 맞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KCC는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겨우 부상 선수들이 모두 복귀했다.

'완전체'가 된 KCC의 달라진 기세는 매서웠다. 6강에서는 자밀 워니가 버틴 4위 서울 SK를 3연승으로 가볍게 스윕했다. 평균 점수만 21.6점차에 이를만큼 일방적인 승부였다. 4강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정규리그 1위팀 DB를 만났으나 1차전을 먼저 잡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2차전을 내준 뒤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다시 한번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라건아는 플레이오프 들어 '회춘'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오랫동안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던 라건아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노쇠화 조짐을 드러냈고 올시즌에는 15.6점, 8.4리바운드라는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라건아는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9.3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72.4%에 육박하는 가공할 필드골 성공률을 달성하며 부활했다. 트리플포스트를 앞세운 DB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34점 19리바운드, 2차전 27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3차전까지 시리즈 평균 29.3점,14리바운드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중이다. 마치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리그 3연패를 이끌던 최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송교창과 최준용이라는 든든한 빅윙 듀오의 복귀는 라건아가 살아나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비와 활동량이 뛰어난 두 장신 포워드가 라건아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며 공수에서 라건아의 부담을 상당히 덜어주고 있다.

라건아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알리제 존슨과 출전시간을 분담하면서 출장시간이 평균 21분정도로 대폭 감소한 것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정규시즌에서 못보여준 한을 풀 듯 효율적이고 집중력있는 골밑플레이가 돋보인다.

지난 4강 1차전에서 알리제 존슨이 부상당하며 1, 2차전에서 라건아의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부담이 있었지만, 3차전에서는 존슨이 복귀하며 라건아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라건아는 불과 26분 54초를 출전하고도 27점을 달성하며 팀 승리와 체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편 부상으로 4강전 출전이 불투명해 보였던 존슨은 스스로 출전을 자처할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고 13분만을 소화했지만 6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제몫을 다하면서 라건아의 부담까지 덜어줬다. 또한 켈빈 에피스톨라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비와 팀플레이에서 궃은 일을 해주며 플레이오프에서 소금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준용은 멘탈 문제로 인한 기복도 있지만 한번 터지는 날에는 막을수 없는 선수라는 것을 3차전에서 증명해냈다. 최준용은 1쿼터부터 11점을 몰아넣으며 KCC가 기선을 제압하는데 앞장섰고, DB의 에이스 디드릭 로슨을 수비하며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3쿼터에는 3개의 야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결정적인 7득점을 올려 점수차를 13점까지 벌리면서 승기를 KCC쪽으로 가져왔다. 3쿼터 막판에 일찌감치 4반칙에 걸려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평정심을 지키며 끝까지 퇴장당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1차전에서 테크니컬 파울에 이은 5반칙 퇴장, 2차전에서 2점에 그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돌발행동 없이 냉정하게 경기에만 집중한 최준용이 상대팀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경기였다.

1위팀의 저주인가

반면 정규리그에서 별다른 약점없이 막강한 위용을 과시했던 DB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로슨과 알바노 듀오가 분전하고 있으나 믿었던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시즌 베스트5에 선발되며 MVP 후보까지 올랐던 강상재는 3경기에서 8점-7점-4점으로 내내 한 자릿수 득점에 묶였다. 특히 3차전에서는 1차전에서 3점슛 4개를 시도한 것이 모두 림을 벗어나며 침묵했다. 스트레치 포워드 유형인 강상재는 시리즈 3경기 전체에서 13개의 3점슛을 시도하여 단 1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할만큼 슛감각이 최악이다.

또다른 국가대표 빅맨인 김종규는 이날 불과 11분 6초를 출전하여 4점 2리바운드만을 기록했고 불과 3쿼터 중반에 5반칙 퇴장까지 당했다. 정규리그에서 강점을 보였던 DB의 식스맨들도 플레이오프에서는 침묵하고 있다. DB는 일단 국내 선수들이 얻어낸 자유투가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공격의 적극성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본래 DB의 장점은 트리플포스트를 앞세운 높이에 있지만, 라건아와 장신포워드진을 자랑하는 KCC를 상대로는 리바운드에서 좀처럼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일하게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2차전만 DB가 가져갔을뿐, 열세를 기록한 1-3차전에서는 모두 KCC에게 속공과 외곽포를 대거 허용하며 초반부터 대량실점을 내주고 무너지는 패턴이다. 사령탑으로서의 봄농구는 처음인 김주성 DB 감독의 전술적 대응과 선수교체 타이밍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KCC는 이제 1승만 더하면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5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반면 DB는 2008-0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2010-2011시즌 부산 KT(현 수원)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정규리그 1위팀이 될 위기에 몰렸다.

공교롭게도 13년전 KT의 사령탑이 전창진 감독이었고, 김주성 감독은 상대팀이던 DB의 핵심선수였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180도 뒤바뀌어 전창진 감독이 부산 연고의 하위팀을 이끌고, 친정팀 DB에게 '1위의 굴욕'을 안기기 일보직전이 되었다는 기묘한 구도도 흥미롭다. 과연 새 역사를 꿈꾸는 KCC와 벼랑 끝에 몰린 DB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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