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격돌 이후…우리 기업 최대 관심은 '美 관세정책'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5일)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양당 후보가 낸 공약 중 ‘관세 정책’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美 대선 관련 정책이슈와 우리 기업의 과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 기업들은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각각 제시한 경제정책 공약 중 ‘관세 공약’을 최대 관심사로 택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제정책 어젠다로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제시하며 경제공약을 수립했다. 해리스의 공약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을 두 개씩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전략적 표적관세 추진’(17.4%)과 ‘동맹국 중심의 다자간 통상확대’(17.3%)를 가장 많이 택했다.
해리스 후보는 전면적 관세부과에는 반대하되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전략적 표적(Strategic & Targeted) 관세 정책을 추진해온 바이든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기조에 대해서도 동맹국과의 국제협력과 다자 협상(Multi-Lateral)을 중심으로 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해리스 후보의 공약 중 ‘법인세 인상’(13.0%), ‘대중 디리스킹 정책’(11.9%), ‘친환경·탈탄소 정책’(10.2%)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대선에 승리하면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유지하지만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위험요소를 줄여나가겠다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평소 해리스가 친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만큼, 에너지 정책은 바이든 정부보다 강화된 친환경 기조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 밖에도 우리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한 외국기업 혜택 유지’(9.3%), ‘대기업·유통기업 규제강화를 통한 물가안정 정책’(9.2%), ‘미 금리결정에 대해 연준의 독립적 결정지지’(4.7%), ‘최저임금 확대’(4.5%), ‘세제혜택을 통한 신산업 지원’(2.6%) 등을 주요 관심정책으로 꼽았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Manufacturing Renaissance)’를 위해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후보의 공약 중 ‘보편·상호적 관세 확대’(25.6%)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기반의 양자협상 강화’(18.5%) 정책을 주목했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모든 수입품에 현재 평균 3%대인 미국의 보편적 관세를 최대 20%로 샹향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관세를, 멕시코 생산 중국 자동차에 최대 100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통상정책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양자협상을 강화하고,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정책을 통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여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의 공약 중 ‘미국내 투자한 외국기업 혜택 축소’(13.9%), ‘대중 디커플링 정책’(12.7%), ‘법인세 인하’(8.2%) 등 정책향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집권하게 되면 중국과 한국, 독일의 기업들이 미국의 각 지역으로 대이동(exodus)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약속하면서도, 반도체법(CHIPS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폐지 혹은 축소해 바이든 정부 시기에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금 혜택을 줄여나가려 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등 중국산 필수재화 수입 단계적 중단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인세는 15%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해리스의 법인세 인상(28%) 공약과 차이를 보였다.
우리 기업들은 그 밖에도 트럼프 후보의 ‘화석연료 확대로 에너지가격을 낮춰 물가안정’(6.7%), ‘연준에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압박’(5.5%), ‘최저임금 인상 반대’(3.6%), ‘화석연료 에너지 개발 확대’(3.3%), ‘규제축소를 통한 신산업 지원’(2.1%) 등을 주목했다.
대한상의는 우리 기업들이 전망하는 미국 대선 이후의 국제정세 및 경제환경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우선 무역환경에 대해서는 ‘관세장벽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64.7%)으로 응답한 수치가 ‘국제협력으로 글로벌 시장이 확대될 것’(35.3%)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실제,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는 심화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한국에 대해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 등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중인 건수는 214건으로, 지난해 동기(201건) 대비 13건 증가했다.
러-우전쟁, 중동분쟁, 북핵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고조될 것’(58.0%)으로 본 기업들이 ‘감소할 것’(42.0%)으로 본 기업들보다 많았고,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에 대해서는 ‘원달러 환율에 영향 미쳐 수출경쟁력 악화’(60.3%)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것’(39.7%)이라는 기대보다 높았다.
글로벌 에너지 정책환경에 대해서는 ‘탈탄소 재생에너지 사용압력 확대’(60.7%)를 전망하는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원전 활용 확대’(39.3%)를 내다보는 기업들보다 많았고,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경착륙 위험이 줄어들 것’(50.3%)이라는 응답과 ‘미국발 경기침체 위기감이 고조될 것’(49.7%)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회사의 투자전략이나 경영방침이 변화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일부 개편이 가능하다’(36.3%)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개편할 여력이 없다’(33.7%)거나 ‘개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28.0%)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전면개편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우리 기업의 국제정세 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안보 강화를 통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42.0%)에 대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통상이슈 대응 지원’(36.7%), ‘첨단산업 지원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30.0%), ‘수출다변화를 위한 정책 수립’(28.7%), ‘FTA, IRA 등 기존 협정 및 제도 관련 대비태세 강화’(28.7%), ‘미국 내 현지투자기업 보호 강화’(18.3%), ‘글로벌 변화에 적극 대응 위한 민관 협력 강화’(17.0%)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대선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벤트로,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수출 및 공급망 환경,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 및 에너지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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