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엔 공부하자"…MB까지 새벽에 달려와 특강한 이 모임

김정석 2024. 10. 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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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새벽 공부 모임인 화공 특강 300회를 맞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지난달 24일 오전 7시. 근무 시간이 시작되려면 아직 2시간이 남았지만, 경북 안동에 자리 잡은 경북도청 다목적실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다목적홀을 가득 채운 직원 사이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이 전 대통령 뒤로 ‘화공 300회 기념 특강’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화공’은 ‘화요일엔 공부하자’의 줄임말로, 2018년 11월 시작해 7년째를 맞은 새벽 공부 모임이다.


‘화요일엔 공부하자’ 어느덧 300회


화공 300회를 기념해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시절 성과를 언급하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공부하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며 “경북은 예로부터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인재의 산실이었고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배움으로 기반을 닦고 준비한다면 어떤 어려움에도 경북이 중심이 돼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활짝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공부 모임인 화공 특강 300회를 맞아 기념 특강을 했다. 사진 경북도
화공 특강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만들었다. 그는 2018년 7월 취임한 뒤 지방소멸과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경북의 현실을 보고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껴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시대적 흐름을 주도해 지방 성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먼저 공무원부터 배우고 변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시만 해도 지자체 단위에서 진행하는 정기적인 새벽 공부 모임이 흔치 않았다. 경북도 화공 특강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전국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 지자체 곳곳으로 확산했다.


시대 흐름 읽는 분야 전문가 초청


지난 300차례 특강 주제를 보면 첨단기술·산업 117회(39%), 인구·교육·환경 69회(23%), 인문·소통·건강 68회(23%), 세계·트렌드·문화관광 46회(15%) 등 다양했다. 현장 강연에 참석한 공무원만 누적 3만1000명, 2021년부터 시작한 유튜브 생방송 시청자도 1만6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시·도민에게도 인기다.
지난해 1월 3일 오전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화공 특강에는 대학 총장, 연구기관장, 기업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들을 초빙한다. 화공 특강 담당자는 “지방행정에 꼭 필요한 분야 전문가는 물론 사회 이슈에 관한 분야나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주로 초청하고 직원 요청에 따라 섭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화공 특강 강사로는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 김무환 전 포항공대 총장,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장지상 전 산업연구원장 등이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등 기업인도 나섰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정부 인사도 초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특강을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당시 화공 특강을 계속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지사는 “전쟁이 나도 공부는 했다”며 3개월 뒤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놓지 않은 화공


경북도는 화공 특강이 공무원 생각의 지평을 넓혀 도정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 전경. 김정석기자
지난 2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3곳)와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3곳)를 유치하고 철강·전자 중심 지역산업을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너지 등으로 확장하는데 화공 특강이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이 특강을 통해 쌓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행정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8개 시·군이 교육 발전 특구로 선정될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철우 지사는 “새벽길을 헤치며 화공 특강에 달려와 준 강사분이 너무 고맙다"라며 "더 깊고 넓은 공부와 연구를 통해 공무원과 국민이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화공, 세계 속의 화공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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