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만 9.7% 올린다…주택은 동결
정부, 요금 인상안 발표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오는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오른다. 다만 일반 가정에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음식점 등 소상공인이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전력(한전)의 재무위기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고물가·경기 침체로 부담이 커진 서민경제를 고려해 내린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요금은 산업용만 올랐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이 주 고객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16.9원),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8.5원) 인상된다. 산업용(을) 사용자는 기업 1곳당 연간 부담액이 1억1000만원가량, 산업용(갑) 사용자는 1곳당 60만원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을)의 전기요금 상승 폭이 크다. 산업용(을)은 반도체·철강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에 적용되는 요금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은 8만5009GWh로 납부한 전기요금은 총 12조4430억원에 달했다. 이번 산업용(을) 전기요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향후 20대 법인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은 연간 1조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산업용을 타깃으로 한 건 서민경제 부담과 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서도 전체 전기요금 인상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실제 이번 요금은 산업용만 올렸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가장 최근 전기요금이 이뤄진 지난해 11월에도 산업용 요금만 평균 4.9% 인상됐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상대적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이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했다”며 “여력이 있는 데서 부담을 해 주는 게 전체적인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입장이 갈렸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주택용·일반용은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올리지 못하고 산업용만 손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반응을 보고 내년 상반기에 일반·주택용을 포함해 한 차례 더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주택용보다는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단가가 저렴하지만, 한국의 경우 연간 판매단가 추이를 보면 이미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단가(㎾h당 153.71원)가 주택용 판매단가(㎾h당 149.75원)를 넘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래 산업용이 고압이라 운송비가 적게 들고, 1년 내내 일정한 양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요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다 보니 역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뛰면서 산업계는 울상이다. 특히 24시간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전자·통신 관련 업종은 직격탄이다. 반도체 업체인 A사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전력 관련 비용이 연간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93%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74%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림·최현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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