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까지 조연으로 겉돌아 연기 포기하려 했다는 이 배우

차주영 (사진: 차주영 인스타그램)

그동안 아름답고 늘씬한 배우라는 이미지로 주목받았던 차주영이 최근 개봉한 영화 <시스터>에서는 단 한 번도 예쁘게 등장하지 않는다. 맞고, 넘어지고, 끌려 다니며 얼굴은 계속 퉁퉁 붓는다. 스크린을 보고 있노라면 “저 배우가 정말 차주영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한번 새로운 얼굴을 내민 차주영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차주영은 중학교 재학 중 아버지의 권유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타 주립대학교에 진학을 했다. 전공은 인문학과 경영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선택’이라는 이유로 경영학을 택했다. 학기 중 한국에 돌아와 증권사 인턴으로 근무할 만큼, 그의 인생은 한동안 ‘엘리트 코스’에 가까웠다.

미국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금융인으로 살아갈 미래도 그려봤다. 하지만 “연예인 할 생각은 없냐”는 지인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사실 차주영은 어릴 적부터 영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영화 속 인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 TV를 분해해 본 적도 있을 만큼, 화면 너머 세계에 대한 갈망이 컸다.

차주영 (사진: 차주영 인스타그램)

결국 그는 배우의 길을 택한다. 부모의 걱정과 반대를 뒤로하고 홀로 시작한 선택이었다. “배우는 생애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 결정은 늦었지만 단단했다. 그렇게 26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치즈인더트랩>
<키마이라>

2016년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얼굴을 알린 이후 <구르미 그린 달빛>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저글러스> <기름진 멜로> <키마이라>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차주영의 이름은 쉽게 각인되지 않았다. 늘 조연이었고,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머물렀다. 비행기 안에서 출입국신고서에 직업란을 비워둔 채 제출했다는 일화는 그의 시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에게 “서른 살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약속한 나이가 되어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내가 이 길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깊은 슬럼프로 이어졌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
<더 글로리>

그 시기를 버티게 한 건 오히려 냉정한 자기암시였다. “너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어. 뭘 쥐고 있었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다짐으로 스스로를 붙들었다. 그리고 2022년,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신스틸러로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이듬해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최혜정 역으로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았다. 흔히 볼 수 있는 ‘흙수저 일진 출신 가해자’라는 캐릭터를 날카로운 눈빛과 표정으로 설득해내며, 분량 이상의 존재감을 남겼다.

<진짜가 나타났다!>
<원경>
영화 <시스터>

무명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후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를 거쳐, 2025년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원경>에서 안정적인 사극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시스터>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엄친딸’ 이력 뒤에, 조바심에 마음고생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세련미와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대세 배우가 된 차주영! 앞으로의 그가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기다려진다.

시스터
감독
출연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